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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Mar 14. 2024

그 나이에 꼭 해야만 할 일은 없다

매해가 무겁다. 다소 젊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아직은 창창하다는 표현을 스스로 쓰기도 했던 나의 서른셋 이후로 매해가 그러하다.

나의 서른여덟은  어느 단계에의 마지노선을 맞이하듯 매일이 비장하다. 가끔은 다급하기까지 하다. 지금 나의 서른여덟은 어떠한가?


-가끔은 토라진다  (속으로). 그것이 몇 날 며칠 갈 때도 있지만 목표는 빠르게 나아지려 노력한다.

-상대의 사사로운 말정도는 듣고 기분이 나빠도 이내 내뱉을 수 있다.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번 정도는 참는다. (많이 뱉는 것보다는 덜 하는 게 실수의 정도가 낮다.)

-잠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도파민 중독에서 헤어 나오려)

-푼돈을 아끼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배우고 공부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 10개라면 보다 우선순위를 가려 3개 정도로 추려 '선택과 집중'을 한다.



이게 내가 보는 나의 현실이다. 이제 여기에 나의 판단, 사족이 붙는다.

-가끔은 토라진다. 왜 서른여덟 먹어서 어린 친구들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나잇값을 못하는 거야?

-사사로운 말에 대한 상처는 이제 어느 정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가능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더 많이 참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주책 맞아서 일까?

-잠과 건강에 대한 것들을 챙기는 거보니, 나도 나이가 들긴 들어가는구나.

-결혼 초기부터, 그러니까 10년 전부터 푼돈을 아껴서 살았다면 지금쯤 목돈이 되었을 텐데.

-이런 공부들을 하는 지금도 즐겁지만, 가끔 시간도, 체력도 버겁다. 이래서 공부도 배움도 때가 있다고 하는 걸까?(물론 큰 틀에서 배움은 평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족이 붙으면서 모든 성취에도 후회가 깔려있다. 누군가 나보고 서른여덟까지 , 최소한 마흔전에는 다 이뤄내야 한다며 윽박지른 일이 없건만 나의 삶은 서른여덟을 맞이한 이래로 백일이 가까워오도록 급박하게 돌아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나잇값'으로 귀결되는 나의 언행 마음에 관한 부분.


 적게는 세 살 많게는 열 살까지 어린 동료들이 있는 회사에서 (물론 대표, 이사, 팀장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가끔 나는 삐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억울하거나 속상하거나 마음 상한 부분을 대놓고 표현할 용기는 없으니 토라지거나 삐지는 것일 텐데, 그 모습이 너무 꼴불견임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꼴불견이라 더 표현을 못한다. 이럴 때 스스로 나잇값을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

스스로 마음이 진정될 때 즈음 돌아보면 그냥 나 혼자 오해했던 것이었다. 단지 상대의 표정, 말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나의 마음상태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렇게도 자존감 자존감 부르짖으며, 당당함을 찾기 위해 배움도 해보고 자료도 접하고 일정 부분에서는 나아짐도 느끼고 있었건만 여전히 나는 어린 친구들한테도 마음상해하는 그때의 나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일지라도,

내가 스물여덟이든 서른여덟이든 마흔여덟이든

그 나이까지 이뤄야 할, 성취해내어야만 할 그 어떤 것도 없다. 조급해하지 말자.

그저 오늘 하루, 이 하루를 최대한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보는 것, 그뿐이다.

때로는 눈물 나면 울고, 웃음 나면 웃고, 닥쳐온 일이 있다면 성심껏 해결하고

가족들을 안아 줄줄 알고 잠에서 깨어나고, 잠자리에 들 때 나 스스로에게 시작과 끝맺음을 잘해주어 고맙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삶이어도 나는 만족하겠노라고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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