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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Feb 28. 2024

몸에서는 계속해서 내게 시그널을 보낸다 .

2년 반 만에 다시 찾아온

조금만 더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걸어가도 괜찮다고 내 몸이 말해주고 있다.


오랜 시간 예민을 넘어 병적인 과민으로 살아온 생각과 행동을 단기간에 바꿀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련의 큰 변화들을 만들고 또 맞으며, 스스로 마음을 전보다는 더 돌보고 살아가고 있다며 스스로 위안하고 격려한 적도 많았건만.. 이틀 전 나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과호흡 증세가 심해져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하필 버스 기사님 바로 뒷자리 높은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던지라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안경다리는 부러지고 왼쪽머리와 이마, 어깨에 작은 부상까지 입었다. 


멀쩡했던 나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고 어지러웠고 호흡이 심하게 가빠졌다. 그 시간이 1분이나 되었을까... 그러다 의자에서 떨어지는 순간 정신을 잃었 바닥에 세게 부딪히는 순간 그 충격에 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손발,입 주변 갈비뼈 주변 계속해서 저오다 더 심해지자 손발이 접히듯 말리고 차가워지다 굳어갔다.


딱 2년 반 에도 비슷한 상황을 출근길 버스에서  겪었었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나는 울음이 터졌다. 버스에 계시던 많은 승객분들의 도움 금방 1 19 구급대원 분들이 오셨고 오시기 전까지 기사님과 많은 분들이 내 온몸 주물러 주셨다. 내 옆에 서 계시던 승객분은 정말 얼마나 놀라셨을까.


정신이 고 나서도 오락가락하던 그 상황에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수년간 많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나아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몸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 증세를 겪어야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을지 모른다. 신체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심리적인 것에서 기인해 신체 문제까지 발생한 것이다.


구급대원의 말씀으로는 극심한 과호흡 상태라고 하셨다. 과호흡이 가장 심하게 발생하면 나처럼 손발이 굳어가고 실신에 이른다고 했다. 이 증세는 갑자기 찾아오고 전조증세라고 해봤자 10초~30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찾아오면  그야말로 무조건 당해야 끝나는 증세다. 심호흡을 통해서 덜하게 또는 피해 가려 하는 것은 마치 불가항력적인 것에 끝까지 이겨보겠다고 억지 쓰는 모양새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낮은 자세로 엎드리거나 움크기는 자세가 심리적 안정은 1% 나마 줄 뿐이다.




퇴근길 갑자기 찾아온 큰 일 이후 집으로 온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함께  살고있는 시부모님,남편,아이들이 더 걱정할까봐 최대한 힘을 내서 웃어보이고 대화도 잠시 나눈 뒤 잠에 들었다. 그 다음 날은 휴가를 냈다. 


여담이지만 '엄마' 라는 이름은 힘이세다. 엄마가겪은일을  알게하고 싶지 않아 집에 있는 엄마를 이상하게 여길 아이들을 위해 휴가를 맞아 아이와 근처 데이트도 했다. 몸이 참 많이 힘들었고 쉬고 싶었지만 그동안 회사다닌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시간은 아이와 보상하듯 열심히 온 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냈다 .힘들지만 뿌듯했다.

아이때문에 아파도 쉬지도 못한다는 생각은 나를더 슬프게 할 뿐이다.




나아지는 듯 싶다가도 작은 고민도 크게 만들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자아내거나 뭇사람들이 보기엔 병적인 나의 걱정습관.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나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종종 갖고있기에, 그리고 그것을  떨쳐내야하는 것은 알지만 나아지기까지 꽤 오래걸리기에. 조금 더 정신차리라고 이렇게 또 내게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조금 더 내려놓아야 하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조금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마음의 병으로 더 크게 키우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늘 나잇값을 하는 삶인가에 대해 자문하며 스스로 더욱 움츠리게 되는 일이 많았다. 꼭 마흔 살까지가 내 수명인 것처럼 마흔이라는 숫자에 몰입해서 늘 다급하게 이것저것 해내고 부족한 점을 찾고 꼭 내 삶을 업무처리 하듯이 ' 처리'하는 삶을 살아왔다.


과호흡과 공황 그사이에 있는 나의 이 증세는 살면서 9~10 번은 겪어 본 증세지만 절대로 적응되지 않고 현명하게 피하거나 중간에 괜찮아지는 증세가 아니다. 찾아오기 전에 평소에 스스로를 더욱 아껴주고 보듬어줘야한다. 오직 그 방법뿐이다.


나는 2년 반 전 내 몸이 보낸 시그널을 망각한 채 또 스스로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혹사시켜왔다. 그 벌로 이번과 같은 일을 또 겪었다. 나는 나 혼자가 아니기에  더더욱 스스로 보듬고 관리해야 한다.


너무 세게 의자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부딪힌 바람에 지금도 여전히 몸이 불편하다. 아직도 정신상태가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멍한 상태다.


내일이 지나면 연휴가 찾아온다. 그 기간 동안 한 번 더 나를 돌아보 고 불필요하거나 잠시나마 내려두어도 되는 것들은 이제 내려두려 한다. 몸도 마음도 스스로 지켜내야 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많은 부분을 비워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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