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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Aug 08. 2024

오늘하루에의 무명을 거두고

어젯밤 남편과 함께 운동하러 집 근처에 있는 홍제천을 따라 걸었다. 지난 6월부터 달리기를 취미삼아 하고있다. 장마로 인해 자주 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시작했다.

걸으면서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등 결혼 9년 차 부부가 흔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보통 이야기를 하기보다 듣는 것에 익숙한 남편이 말한다.


가끔 유튜브나 티브이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라며 이야기한다. 어느 날 몇 시에 내가 세상을 떠난다는 기약도 없이 당장 몇 시간 후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 인생을 살면서 견디고 참고 감내해야 되는 게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치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안 먹고 안 입고 안 사고 아끼는 것은 훗날의 행복과 평온함을 위한 일종의 저축 같은 건데 내가 내일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내 삶이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삶은 무엇이 남을까 하는 의문 같았다. 그러니 막살자 로 귀결되는 의문이 아닌 것을 알기에 나도 큰 공감을 했다. 요즘 들어 부쩍 느끼고 있었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장에서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최선을 다해보고 승진에 밀려보고 인간관계에 배신당하고 치여도 보고 그러다 보니 지나친 방어기제가 생겨 여유보다는 나를 지키려는 무드가 더 강해졌고 그런 내가 너무 여유 없이 사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이 험한 세상 내가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키겠나 하는 생각들. 사람들의 의중을 파악하며 눈치껏 행동하기 위해 욕먹지 않기 위해 사는 삶들이 내 삶에 진심으로 들여야 할 공력의 절반이상을 다 앗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 대화의 시초는 남편이 내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불합리한 일을 겪은 이야기를 하자 우리 그냥 일 그만두고 이 집 팔고 다른 곳에 이사 가서 차라리 여행도 다니고 가족끼리 시간 보내며 살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니 아이들의 관계나 이미 사귄 친구들, 학교생활에의 적응력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사 가지 않고 이곳에 오래 사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버티는 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남편과 나는 점점 생각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회사생활하면서 이기적인 상사 때문에 이렇게까지 자존심 다쳐가며 말도 안 되는 대우받으면서 일할필요는 없으며 어떻게든 가정형편에 맞게 살면서 진짜 행복을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한 몸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도 사라진 지 오래이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된 지 오래다.


하루 24시간 중 가장 긴 시간을 회사에 있으면서 자녀들과 갖는 시간조차도 촉박한 상황에서 자존심까지 다쳐가며 버는 그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사입히고 데려가고 할 수 있다는 것에 이 악물고 버텨왔지만 이제 그것조차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러겠다는 것이다. 모아논 돈도 없지만 철없단 말을 들을지언정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조차 욕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 아닌 욕심과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시선과 그 수준에 맞추서 중간은 가고 싶어 하는 내가 기준이 아닌 세상의 시선이 기준이 된 것들.

다 되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질로 돌아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세상이 사회가 주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와 남편,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진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 너무 어렵게 무겁게 심각하게 살지 않되, 매 순간순간 짧고 굵은 내 인생의 기조를 지켜가며 그 결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며 틀렸다 싶을 땐 틀림이 아니라 다른 방법도 있던 것이구나 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말로는 쉽지만 언행일치가 되기 참 어려운 게 인생을 바라보며 결심하는 다짐들이다. 답은 현자처럼 다 알고 있지만 언행일치여부를 살펴보자면 여전히 이십 대 초반의 설익은 상태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


오늘밤 이 글을 쓰고 잠이 들어, 내일아침에 일어났을 때 멀쩡히 심장박동하며 맥박이 뛰며 스스로 두 눈을 뜨며 기상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내가 또다시 기회와 시간이 생겨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미래보다 그냥 내게는 오늘 이 시간, 내일 시작되는 그 하루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 하루를 온전한 색깔로 비치도록 뿌연 먼지와 안개를 거둬내는 일이 내게는 우선이다. 이미 서른여덟 너무 무겁게만 살아왔다. 이제라도 한 꺼풀씩 무명을 벗겨내듯 다가온 시간, 순간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인생의 고민 중 어떤 것들은 참 부질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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