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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상담 주간

by 차돌쌤

학교라는 조직은 수평적이면서도 수직적인 조직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교사라는 수평적인 위치에 관리자라는 수직적인 위치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고, 또한 공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집단이라는 큰 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때론 수평적으로 문화가 개방적이기도 하다가도, 상하 명령에 따라 유지되거나 운영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따라서 동료 선생님께 우리의 문화를 물어보면, 수평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계시고, 수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계신다. 나에게 물어보면, 난 후자의 경향이 더 깊다고 답하련다.


학교 현장의 교육 3주체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교육의 3주체의 영향력이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저자는 교사의 영향력이 제일 큰 시대를 다녔고(선생님의 말씀이 곧 법이었고, 선생님의 어떠한 체벌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시대), 2000년대에는 학부모와 학생의 영향력이 큰 시대에 교사라는 직분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급경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될까?


학사일정 및 교육과정도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를 받아야 하고, 발령 초에는 학생들과 마음만 맞으면, 체험학습을 자유롭게 다닌 적도 있었는데, 현재는 체험학습도 절차에 맞춰서 심의를 거쳐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정규수업 후 학생들을 남겨두면, 왜? 라는 단서가 붙는다. 학생들은 정규수업 후 더 바쁜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의 학급경영 방침에 따른 모든 활동은 교육과정이라는 큰 틀 속에 정규시간 속에 진행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주에는 큰마음을 먹고,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학생들에게 개별 과제를 부여한 후, 개별 상담을 하였다.

우리 학교는 농촌학교로, 아직 세종대왕과 이순신의 동상이 있고, 학교 운동장 주위에 돌로 만든 동물들과 돌의자와 돌 테이블이 있다. 저자가 어렸을 때 다닌 학교와 외부의 모습이 유사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 모아 놓고, 개별 과제를 부여한 후 개인별로 돌 테이블에 앉아서 상담하였다.


상담 내용은 100% 비밀을 보장한 후

학교생활, 교우 관계(친한 친구, 덜 친한 친구), 가정생활과 가족에게 바라는 점,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할 중학교와 진로 등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다행히 심각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 만족도 높았으니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적은 용돈, 그리고 친구들에 약간의 아쉬움을 이야기해 주었다.

상담시간이 부족하여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을 양해받아서 진행하여 마무리하였다.


학기 초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자기소개 관련 활동을 많이 하고, 개별 상담을 한 후 느낀 점은

‘우리의 아이들도 생각하고 있다’ 것이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의 생각을 무시한 채

성적에 목멘 어른들로 인해 짜인 시간 속에 사는 아이들을 보곤 한다.

전에 근무한 학교의 A 제자는 수업 후 학원을 마치면 저녁 9시가 되어서 9시 이후 저녁을 먹는다고 하였다.


왜 이렇게 바쁜 초등학생을 우리는 만들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개별로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선생님에 대한 낯섦을 보여서, 차후 한 달에 1번은 개별 상담을 하자고 약속하면서 학생 상담 주간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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