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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쌤 Feb 08. 2024

죽음(death)

며칠 전 문경에서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TV 화면 속에 고인이 웃고 있다. 그 웃음이 너무 훌륭하게 느껴진다.

모르는 분들이지만,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부끄럽습니다.

타인을 위한 죽음, 그 가치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요즘 나도 모르게 이선균(故) 씨가 부르는 아득한 먼 곳을 반복하여 듣고 있다.

그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이유는 상관이 없다. 그 삶이 아깝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2023년도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죽음으로 한국 사회가 들썩거렸다.

나 또한 그와 같은 생활 속에서 그가 경험했던 것을 경험하기에 가슴이 아팠다.

서울은 갈 수 없어서, 대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그의 귀한 삶을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나보다 어리고 어린 가족 한 명이 이별을 고했다.

그 헤어짐을 생각만 해도 가슴 한쪽이 아프다. 더 잘 해 줄 것을, 더 많이 볼 것을,


어느 순간 결혼식보다 장례식 가는 횟수가 더 늘었다.

친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지만,

고인 앞에 서면 숙연해지고 그 삶이 참 고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례식장에 가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의 삶이 생각나고, 나의 삶을 생각해 본다.


죽음은 어떤 것일까?

사람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태어나서,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죽는다.

50이 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죽음이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하면, 두렵다.

나의 이 약한 몸뚱어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암은 유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나의 몸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떤 장기가 기능을 상실해서 죽어가고 있을까?


50이 지천명(知天命)이라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50은 기인지우(杞人之憂)가 맞지 싶다.

죽음을 앞에 서면 예수님을 믿는 자로서 믿음 없음이 부끄럽다.

죽음에 대한 걱정거리를 정리하면,

1. 나이 드신 부모님은 어떻게 할까? (불효자이면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2. 물질적 유산도, 정신적 유산도 없는데, 아이 셋은 어떻게 살까?

3. 매일 사고 쳐서 골치 아픈 남편이 없으면 아내는 어떨까?

4. 교실에 정리되어 있지 않은 내 짐은 누가 정리하지?

5. 싸웠던 그 친구에게 사과를 못 했는데?

6. 나의 큰 실수로 상처를 주었던 지인에게 미안한데?

7. 유서를 미리 써 두어야 할까?

8.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을 못 보고 가는데 아쉬워서 어떡하지?

9. 은행의 빚은 다 갚고 가야 하는데?

10. 아내에게 큰 빚을 남기고 가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죽음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늘의 생명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는 것을 잘 알지만?

매일의 삶에 힘들어하고,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시인한다.


현재는 가장 젊고, 가장 늙었다.

따라서,

현재는 가장 힘이 있고, 가장 힘이 없다. 그리고 죽음이 가까이 온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20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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