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드로잉을 통한 제2의 인생 시작!
마스다 미리 작가를 좋아한다. 담백한 그림체와 문체에 반해 단행본도 닥치는 대로 구입했다.
그리고 건방진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정도 그림이면...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웹툰 학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낢이 사는 이야기, 마죠 앤 새디와 같은 귀여운 느낌의 웹툰을 보고 자라왔던 터라 그런 그림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덜컥 홍대에 있는 웹툰 학원을 등록했다. 사실, 첫 직장에 입사해서 회사 생활도 힘들고 재미없어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생각에 그림을 배울 생각을 더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림을 배워서 웹툰으로 성공하면 이 지긋지긋한 회사는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사는 거야!'
처음으로 내가 번 돈으로 학원을 등록하고, 신티크라는 드로잉 장비를 구입도 했다. 당시 내가 번 돈으로는 가장 큰 지출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당시 웹툰 학원은 입시미술을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정말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고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잘 다뤄야 했다. 을지로에 있는 회사에서 6시에 마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홍대로 이동해 7시부터 3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10시에 마쳐서 집에 오면 11시가 넘고... 그런 생활을 반복해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니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그리고 회사도 점점 적응이 되고 친구가 생겨 슬슬 재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드로잉이라는 꿈은 저만치 멀어졌다.
3~4년 전, 애플 펜슬이 출시되고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한번 아이패드를 사서 그림을 그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집에는 예전에 일본 유학시절에 과소비하면서 산 아이패드 두대가 방전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고 홍대 웹툰 학원의 뼈아픈 지출이 있어서 그런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은 큰 직격타를 맞았고, 계약 만료라는 청천벽력 같은 시련이 찾아왔다. 가만히 있으면 스멀스멀 나를 괴롭히는 우울한 생각들, 넘쳐나는 잉여시간과 여행도 갈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다시 드로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뭔가 내가 힘들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언젠가는 해야 하는 숙명 내지는 운명은 아닐까.
인스타그램을 보니 이미 '인스타툰'이라는 장르가 몇 년 전부터 유행해서 자리를 잡았고, 디지털 드로잉 강의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내가 모르고 지냈던 몇 년 동안, 디지털 드로잉의 허들이 많이 낮아져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나 아이패드 사면 드로잉 같은 거 하면서 활용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친구들은 너무나 단호하게
"아니, 안 할 거 같은데?"
그런가... 안 할 확률이 높겠지...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내 친구들...지금도 내 방에서 빨간불만 깜빡이고 있는 내 구형 아이패드들...
하지만 답정너인 나는 그 뒤로도 열심히 아이패드를 써치 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너무 비싼데, 드로잉을 계속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에어나 미니가 낫지 않을까? 애플 리셀러샵에 가서 직접 시연을 해보니 미니는 너무 작아서 그림 그리기 힘들 것 같고, 에어는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적당한데 이 정도면 사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에게 슬쩍 물어봤다.
"엄마, 요즘엔 인스타툰 이라는 장르도 있고, 아이패드로 이렇게 그림도 쉽게 그릴 수 있다는데 어때?"
"어머, 너무 재밌겠는데? 당장 사!!"
영원한 나의 친구 우리 엄마...!!
답정너인 나는 엄마의 동의에 힘입어 바로 아이패드를 주문했고, 나의 고민과 친구들의 단호박이 무안할 정도로 아이패드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두 번의 비대면 줌 강의와 한 번의 대면 강의로 그림 실력은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고, 매주 금요일에 동네 드로잉 스터디 모임을 통해 드로잉에 대한 열정도 지속하고 있다.
아이패드, 진짜 안 샀으면 어쩔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