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휴가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다시 일하러 갈 시간이 찾아왔다.
이번 승선지는 미국, 휴스턴.
이번에는 19시간의 대장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될 경우 보통 승선 전 하루이틀 쉴 시간을 주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런 시간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 항구 근처 숙소를 잡아주는지라, 인근에는 별 인프라는 없었다.
다만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라 그런지, 주변이 주유소는 많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주유소에서 술을 판다는 점이었다!
꼭 음주운전을 조장하는 듯 보이지만, 또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요시하는 미국 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자유는 미국 땅에 들어선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주어졌다.
오늘 하루, 먼 길 고생했으니 신나게 마실 수도 있을 터였다. 자유는 주어지고, 선택의 결과는 개인이 책임진다.
그리고 나는, 그 책임(나의 경우 이혼)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가능한 술이 안 생각날 만한 메뉴, 혹은 신선함이 강조되고 수분이 많은 음식을 선택했고, 이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하룻밤 시차에 적응하려 골아 떨어지고, 정신을 차릴 때쯤엔 인수인계의 긴장감으로 술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어느덧 떠날 시간이 왔다.
먼 고국에 두고 온 아내에게 부끄러움 없는 삶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