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스턴을 떠난 지도 23일이 지났다.
이번 입항지는 벨기에의 지브뤼헤라는 항구도시.
자동차 운반선을 타던 때는 자주 오는 곳이었는데, 가스선을 타고는 처음 오게 되었다.
정박하면, 나가서 선원들과 술 한잔 하면서 회포도 풀고 그래야겠지.
라는 것이 선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현실의 스케줄은 이렇다.
오후10시, 닻 올림. 접안 시작.
자정00시, 도선사 승선.
오전04시, 접안 완료.
오전06시, 하역작업 시작.
오전08시, 검사관 승선. 검사시작.
오전10시, 주부식 도착. 선적
오후12시, 하역 당직 시작.
오후02시, 기부속 도착. 선적.
오후08시, 검사 종료. 검사관 하선.
오후10시, 하역작업 종료.
자정00시, 출항.
자정04시, 출항 종료. 항해당직 시작.
하루 날밤을 까야하는 것은 물론, 자정에 들어가 자정에 나오는 밤낮 없는 스케줄. 그것이 접안 후 선원들이 할 일이다.
그렇기에 선원들의 파티는 이 고생 끝 후 찾아오는 다음날쯤이다. 출항기념으로 벨기에에서 실은 새로운 택배들을 즐겁게 열어보곤 한다.
그중에서는 벨기에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술도 있었다.
과거에는 많은 술들이 신기했다. 관심도 있었고 온갖가지 처음 보는 술들이 무슨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술을 먹어봐서일까 크게 궁금하지도 않고, 내가 모르는 술이라면 어차피 별 맛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공존한다.
술맛이라는 것은 분위기가 많이 좌우하고, 또 그 맛 자체도 취하고 나면 혀와 뇌의 무감각으로 정확히 느껴지기 힘든 것을 잘 안다.
이번에 새로 실은 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와 로열 클래식 인걸로 안다. 물론 나도 주문한 것이 있다.
칼스버그 노르딕
국내에서는 칼스버그 0.0 이란 제품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내에선 관련 법령 때문인 것으로 안다. 아무튼 무알콜 맥주다.
사실 이 정도만 마셔도 의외로 취하는 느낌이 들고, 또 그 정도 기분이 제일 통제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이제는 술 대신 지역 명물들의 맛을 온전히 느끼면서, 다시 미국 휴스턴으로 항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