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소금빵이 남긴 진짜 질문들 : 슈카의 해명에 대하여
역사 속에서 빵이 사회에 미친 파장을 살펴본 후, 이제 2025년 성수동에서 벌어진 현실로 돌아와 보자. 화제의 중심이었던 슈카의 ETF 베이커리는 결국 예정보다 일찍 문을 닫았다. 그 짧은 운영 기간 동안 무엇이 일어났을까?
슈카 빵집(ETF 베이커리)의 영업 중단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990원 소금빵 등 원가 이하 수준의 초저가 정책이 동네 빵집 등 기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공정 경쟁 논란을 촉발했다.
둘째, 초저가 빵의 등장은 일시적인 관심을 넘어서 온라인·언론에서 '생존권 침해 vs. 소비자 선택권' 논란으로 확산됐고, 슈카월드 측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전환됐다.
셋째, 슈카월드 측은 프로젝트의 속도와 준비 부족, 직접적인 사회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이를 이유로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이 쌓여 슈카 빵집은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논란이 일단락된 후, 그는 동영상을 통해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며 그가 정말 중요하게 강조한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과 사업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슈카는 빵집 논란이 '슈카가 자영업자들의 폭리를 지적했다'는 구도로 프레임화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빵집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해서 빵값이 비싼 게 절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슈카는 빵값이 높은 진짜 이유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첫째, 높은 원재료 가격이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낮은 국내 생산성 때문에 밀가루, 버터 등 원재료 가격 자체가 높다.
둘째, 낮은 빵 소비량이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빵 소비량은 일본의 4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는 빵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판매량이 낮으면 마진을 높게 잡아야만 사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슈카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 중 '낮은 빵 소비량'에 주목했다.
그의 전략은 박리다매형 사업 모델이었다.
마진을 낮추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소비량을 늘려
총이익(이익액)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빵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빵 소비량과 가격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K-팝, K-뷰티처럼 'K'가 붙는 상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빵도 대중적이고 저렴한 이미지를 통해 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슈카는 자신의 빵집이 '사회 실험'이 아니라, 엄연한 비즈니스임을 강조하며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했음을 밝혔다. 또한, 유튜버이기에 가능한 홍보와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임을 인정하면서, 누군가는 시도해야 할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990원 빵은 마진이 적지만, 버터 100%를 사용한 1,300원 빵 등 다른 빵들도 함께 판매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외식경영 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슈카의 990원 빵 논란은 단순히 빵값의 적정성을 넘어, 현대 외식업이 마주한 근본적인 문제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슈카 빵집을 둘러싼 논쟁에서 전제가 되는 주요한 이슈는 "원가 산정의 범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상품(Loss Leader)'이었지만 990원 소금빵 조차 손해를 보며 팔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원가란 무엇인가?
소금빵의 원재료비는 재료의 품질과 구매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개당 300원에서 500원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빵집은 이 원재료비에 임대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마케팅 비용 등 모든 고정 비용을 포함하는 총원가를 빵 가격에 포함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다.
슈카의 빵집은 빵의 원가에 포함되어야 할 고정비들의 일부가 그의 본업(유튜브, 방송 활동)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990원이라는 가격은 재료비만 겨우 충당하는 수준으로 책정되었을 것이다.
이는 총 원가를 엄격하게 고려해야 하는 일반 빵집과는
출발점부터 다른 모델이다.
그는 990원짜리 소금빵을 미끼상품이라 정의했다. 미끼상품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해당 상품으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지만, 이를 통해 고객이 다른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을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슈카의 990원 빵은 일반적인 빵집의 미끼상품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 빵 자체가 이윤을 내지 않는 미끼였지만, '교차 판매'의 대상이 같은 빵집에서 판매하는 다른 빵만이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끼가 유인한 고객은 슈카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 구독자 및 대중이었고,
실질적인 판매 상품은 브랜드 가치 증대와 콘텐츠 확장이라는 무형의 가치였다.
실제로 990원 소금빵은 언론과 SNS를 통해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낳았고 과거의 빵값 논란에 대한 재치 있는 대응으로 슈카의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또한, 빵집 운영 과정 전체가 슈카월드 채널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었다.
슈카가 주장한 '박리다매를 통한 시장 확대'라는 아이디어는 이론적으로 훌륭하다. 박리다매(薄利多賣)는 단위당 이익률은 낮지만 판매량을 크게 늘려 총 이익액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낮은 단위 마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 전체 매출액이 상승하고, 고정비(임대료, 인건비 등) 부담이 분산되어 매출 대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전략은 식품 및 외식업계에서 흔히 쓰이며, 마진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생산 규모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소규모 빵집은 물리적인 공간과 노동력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빵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춘 기업이 아닌 이상, 박리다매를 통해 총이익을 유의미하게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990원 모델을 일반 자영업 베이커리에서 차용할 경우 사장 본인이 과도한 노동을 투입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슈카의 ETF 베이커리의 빵은 국내 굴지의 외식기업인 "글로우 서울"의 공장에서 생산된 양산빵이었다. 양산빵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자동화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적고 단가가 낮다. 이 양산빵은 슈카의 ETF 베이커에만 납품하려고 생산된 것이 아니다. 다브랜드 다점포를 운영하는 외식기업인 경우 안정적인 유통망을 통해 대량으로 판매되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영업 베이커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심리와 가격 정책의 딜레마
990원이라는 극도로 낮은 가격은 '가격은 곧 품질'이라는 소비자 심리에 종종 부딪힌다. 최근 몇 년 사이 빵의 소비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빵은 아직도 간식, 디저트 또는 특별한 날에 즐기는 '비일상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상품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 중요한데, 990원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은 오히려 '싸구려'라는 인식을 주어 품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빵은 '비일상재'이자 '가치 소비'의 대상인 만큼,
너무 싼 가격은 오히려 품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 파워가 미미한 일반적인 자영업 베이커리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가격정책은 쓰지 않는다.
한일 빵 문화의 역사적 차이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빵을 선택하며, 빵은 이미 일상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슈카가 지적한대로 한국의 빵 소비량은 일본에 비해 한참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빵값을 낮추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역사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은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빵이 처음 전래된 후, 메이지 시대(19세기 후반) 군대 배급과 일반 대중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빵을 생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874년 일본에서 팥빵 등 일본식 빵이 개발되어 일본인 입맛에 맞추며 대중화가 촉진됐다. 이후 20세기 전반에 군납, 상업용 빵집 등이 활발해지면서 빵 소비가 일상화됐다.
한국 빵 시장의 구조적 특성
반면 한국은 빵 문화가 일제강점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한국전쟁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확산되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갖는다. 특히 빵은 한식 중심의 식문화에서 주식보다는 간식이나 특별한 외식 형태로 섭취되는 빈도가 높아 소비 패턴과 품질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일본과 비교할 때 양산빵 품질에서는 아직 차이가 있고, 베이커리 전문점 위주로 공급되는 구조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이 차이는 빵 생산 규모, 시장 규모, 유통 방식과 가격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
슈카의 990원 소금빵 논쟁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한국 빵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냈다. 99.5%에 달하는 밀 수입 의존도, 복잡한 유통망, 그리고 낮은 소비량은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 논쟁은 저렴한 빵에 대한 소비자의 강력한 수요도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아무리 유명 유튜버라 할지라도 개인 혹은 소규모 개인기업이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대규모 양산빵 업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일이다. SPC삼립 같은 대기업은 원료의 수직계열화, 생산 자동화,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이 모든 효율화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용 절감분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보다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기업이 저가 정책을 펼칠 경우,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생존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시장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상생 방안을 제안한다. 대기업은 양산빵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영업자들은 소량 생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독창적인 레시피, 그리고 고급화 전략을 통해 대기업과는 다른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990원 소금빵 논란은 이렇듯 외식시장에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이는 단순히 원재료의 수급, 기술과 효율성의 문제가 아닌, 시장 구조와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달린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범준 교수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미식유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