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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Aug 27. 2021

진단을 받은 뒤 나의 주변사람들의 반응


 

 ADHD 환자가 일반인에게 본인의 증상을 이해시키는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본인도 성격이 그래서, 내가원래 그래서, 내가좀 모자라서 그런 줄 알았을 정도로 미묘하고 부분적인 것들이라 증상을 아무리 설명해도 '네가 부주의 했겠지' , '네가 좀 덜렁대서 그러는거 아니야?' 라는 질책섞인 말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도 '나는 왜 매사에 하는일이 이럴까' '남들은 쉽게 쉽게 다 하는데 나는 왜이러지?'하는 물음이 쫒아오니 말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ADHD증상을 말하면 본인도 관련 증상을 겪고 있다며 공감하고 고통을 토로한다. 몇 명은 나에게 본인도 ADHD인 것 같다며, 나의 약을 한번만 복용해보면 안되겠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ADHD약은 항 정신성 약품으로 진단받지 않으면 처방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ADHD를 진단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의 꾸준한 증상의 발현, 그리고 12세 이전의 주변의 평가 등 다양한 척도를 참고해 진단을 내리게 되며 그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일때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물치료를 권장받게 된다. 


ADHD는 스팩트럼 질환이라고 한다. 스팩트럼 질환이란 프리즘에 불빛을 쏘았을 때 다양한 색깔이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질환이지만 다양한 증상이 발현될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다양한 문제 행동이 광범위한 수준에 걸친,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르며 ADHD와 자폐증도 이와 같은 스팩트럼 질환중 하나이다. ADHD가 스팩트럼 질환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도 이 병이 아주 약한 자폐증과 비슷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같은 스팩트럼 질환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외부적 요인이나 기타 요인에 의해 도파민 분비가 감소해 비슷한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ADHD를 진단받는 것도 아니며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달라진다고 한다. 이런 전문적인 부분은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약을먹고 일주일안에 몇 명의 가까운 지인들을 만났는데, 그 지인들의 반응이 정말 놀라웠다. 정말이지 처음 복용을 시작한 7일은 내인생에 가장 신기한 경험을 한 7일이었다. 그저 놀랍고 놀랍고 놀라웠다. 신기하다는 말만 999번 더 한 것 같았다. 도저히 내 주변의 반응은 내가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어려워 카톡을 삽입했다. 정말. 진짜로. 너무. 신기하다. 하하하


<6년전에 춘천에 내려와 재창업을 하기 시작하고 가장 가깝게 지내던 언니와의 대화> 

** 실제 대화이며 중간중간 비속어는 가려 읽어 주세요**




<6년전 창업을 시작하면서 창업 스터디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온 대표와의 대화>




  약을 복용하고 달라진 삶을 받아들이며, 신기하고 설레고 예전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다. 조금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겪었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일이 없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이조차 예전같으면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어져서 하루종일 나를 힘들게 했을 테지만, 그 생각 그자체로 끝났다.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평생 이 병에 대해 모르고 나의 성향인줄, 나의 문제인 줄 알 고 자책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것인가… 가까운 주변사람 중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던 사람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여려 사람이 있었지만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가 ADHD가 의심되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아빠의 특징 


1. 누구보다 현명하며 똑똑하고 합리적이다. 내가 알고있는 사람중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답을 찾아주는 분. 

2. 그런데 뭔가 한가지 핀트(본인이 꽂히는게) 있는데 거기에 거스르면 무자비하게 폭주를 한다 (폭언)

3. 그런데 본인은 화가 안났다고 한다. 

4. 말을 한마디 하면 그 말을 2~3번 꼬아서 생각한다.

5. 본인 말씀으로도 본인이 관심갖는 분야에서는 월등한 기억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그외에 분야에서는 전혀 기억을 못하신다.

6. 감성적인 부분에는 전혀 공감을 못하신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했을지에 대한 부분이 전혀 인지가 안되신다.  

7. 본인과 생각이 다를 때 에는 갑갑해하고 답답해하신다.  

9. 그외에 많은 부분들이 나와 아주 흡사하며 2남2녀 가족들 중에서도, 모든 사촌들과 삼촌들도 나와 아빠가 닮았다고 (성향이) 말한다. 


 ADHD에 관련된 것 같은특징만 적다보니 조금은 폭군 같은 이미지로 묘사되었지만, 나는 우리아빠를 어떤누구보다 존경한다. 늘 나에겐 등대가 되어 주시는 분이고 가장 예수와 닮은 삶을 살아가는 분이시다. 그런 아빠가, 아빠의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하실 때 마다 도대체 왜 저러실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이 ADHD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ADHD를 진단받으면서, 가장 큰 위로를 받은사람은 단연 우리 엄마이다. 가끔 아빠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30년간 상처를 받아오신 우리 어머니는 아빠의 병을 아시고는 “그래도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아. 지금까지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니아빠의 행동들이 병이 었다니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진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전 02화 약을 복용한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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