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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Oct 10. 2021

오디오북, 힐링 차차차

마음을 춤추게 하는 목소리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10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 그럼 읽는다~ 그냥 들어도 좋고. 잠오면 더 좋고.” 

집에 강도가 들어 놀란 혜진이 잠에 쉽게 들지 못하자 두식이 ‘5초 안에 잠들게 해준다’며 했던 대사다. 

두식은 혜진 옆에서 시집을 읽어준다.      


출처 : tvN. 혜진은 두식이 낭독해주는 시집을 듣다가 함께 잠든다.

이 장면만큼 오디오북의 특징을 잘 보여준 것이 있을까. 오디오북은 힐링의 매체다. 잘 정제된 텍스트를 목소리로 가만가만 읽어준다. 눈과 머리를 쓰지 않아도 책의 내용이 목소리를 타고 전달된다. 

목소리는 공기를 타고 흐르는 파동이다. 그래서 음파(Sound Wave)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리가 굴곡을 그리며 춤을 추는 것이다. 

목소리에는 낭독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 컨디션, 몸 상태 등을 모두 담고 있다. 그 파동과 에너지가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오디오북은 누구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봤을 것이다. 배 속에 있을 때 엄마아빠가 읽어주던 동화책, 할머니가 잠 잘 자라고 읽어주던 동화책, 유치원 선생님이 읽어주던 동화책을 한번이라도 들었을 것이다. 때론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하는 호랑이 흉내도 듣고 은도끼 금도끼 산신령 목소리도 듣고 예쁜 백설공주 목소리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듣다가 스르륵 꿈결에 닿기도 했을 것이다. 

학교에 가면 번호로 호명되면 교과서를 낭독하던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국어책도 듣고 영어책도 듣고 관동별곡도 청춘예찬도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디오북과 함께 자라왔다.      


오디오북이 본격적으로 상품으로 유통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해외에서 먼저 붐이 일었고 우리나라는 차차 시장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전부터 오디오북을 듣거나 읽으며 자랐기 때문에 거부감이나 새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한 매체다.    

  

성우 서혜정님은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만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세월의 물결을 헤치며 살아온 서사 속에서 각자 품고 있는 아픔과 연약함,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함이 있다. 그런 영혼으로 작가가 책을 집필하면 그 집필된 책을 또다른 영혼의 울림으로 전하는 것이 오디오북이다. 작가와 낭독자가 만나 공기 중에 파동을 흘리면 독자가 이를 듣고 자신의 마음과 춤을 추며 교감하는 것이, 오디오북을 듣는 행위의 정수다. 

글자보다 목소리가 더욱 육체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책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갯마을 차차차’에서 놀란 혜진이 두식이 들려주는 책을 듣지 않고 만약 직접 눈으로 읽었다면 잠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눈으로 책을 읽는 것 또한 매우 매력적이고 전통적인 독서법이지만, 귀로 듣는 책은 마음에 안정과 힐링을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의 ASMR 중에도 낭독 콘텐츠가 많다. 자기 전에 가만가만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소곤소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소리의 리듬을 따라가며 편안해진다.      

경쟁과 바쁜 시간에 치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웰빙과 휴식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토닥임과 작은 여유다. 

그래서 마치 어렸을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라는 존재 하나’ 인듯 옆에서 들려주었던 동화책처럼 우리는 누군가 나를 향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마음이 복작이고 괜스레 번잡하다면, 차 한 잔과 함께 오디오북 한 구절이 들려주는 편안한 파동을 느껴보면 어떨까. 

드라마처럼 탁 트인 갯마을로 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공기 중에 파동을 일으키는 목소리의 춤을 통해 작은 휴식과 위안을 선물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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