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리(Assembly), 그리고 사람을 기념하는 벤치(bench)
영국 초등학교는 primary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1학년~6학년이 모두 있는 학교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같은 이름으로 1,2학년들이 다니는 infant school, 3~6학년들이 다니는 junior school이 나누어져 있는 학교였다. 교장선생님도 다르고 학교 자체가 독립적으로 따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서로 물리적으로도 연결 통로가 있고, infant school을 마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junior school이 되고, 쌍둥이 언니 동생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junior school은 한 학년에 3반씩, 한 반에는 30명 안쪽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래도 학교 자체가 아담하고, 전교생이 우리나라에서 다니던 학교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은 소규모 학교라, 교장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셨다.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는 이유로는 또 Assembly라는 행사의 덕분도 있었을 것 같다.
Assembly는 우리로 치면 주간 '조회' 같은 행사였는데, 우리나라의 조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Assembly에서 Black history month 때는 교장선생님께서 위대한 흑인들에 대한 얘기도 해 주시고, 괴롭힘 방지(Anti-bullying), 민주주의 등에 대하여 서로 토의도 하고, 아이들 개개인의 장기자랑(?)이랄까 그런 시간도 있었다. 꼭 전교생이 다 모이진 않았고 학년별로 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Assembly 때 아들은 피아노를, 딸은 첼로를 다른 친구들과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연주를 하면서 긴장도 했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 I'm very proud of you."라고 말해 주고, 선생님들도 그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 주면서 뿌듯해 하기도 하였다. 우리 아이들 외에 다른 친구는 큐브를 잘 맞추어 그걸 assembly 시간에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학교 벤치에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오랜 기간 그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셨던 분에 대한 추모의 글이 적혀 있었다. 영국 전체가 그런 건지, 런던 전체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던 동네의 벤치엔 가족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 구성원을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벤치를 기증함으로써, 그 동네에 살던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참 인상깊은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