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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Oct 23. 2021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생활(2)

전반적 시스템 등

한국에 돌아오고, 아이들은 이제 영국식의 전면등교 및 Activity가 아닌, 온라인 수업 및 주 몇 일 등교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다. 

작년 1학기 코로나 초기였던 시기 서울에선 저학년의 경우 ebs 시청으로 대체하거나(e학습터도 있기는 했으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영국에서도 올해 1,2월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던 때 공영방송인 bbc bitesize에서 학년별로 시간표도 나오고 했었다. 하지만 학교 온라인 수업에서 매일매일 오후 register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있었고 피드백도 받아야 했기에, 그 프로그램은 선택적 보완재 정도로만 이용했던 것 같다.), 고학년의 경우에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별로 없었고, 등교는 주 1회에, 가서는 시험을 보느라 바빴던 걸로 기억된다. 

작년 2학기와 올해 1학기를 거치면서 한국 온라인 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많아졌다고 들었는데, 막상 와 보니 수도권은 4단계라 아이들의 초등학교는 9월 10일까지 전면 원격 수업을 하고 있었다. zoom으로는 2,3교시 정도(끝나면 10시30분~11시) 하고, 나머지는 e학습터를 시청하여 과제를 하는 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요즈음의 우리 아이들 온라인 수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영국에서는 오후에 register 타임(평소 등교 수업이 끝나던 시간과 비슷한, 3시~3시 30분 정도였다)이 있어서 그 시간까지 과제를 업로드하고 feedback을 받아야 했던 반면, 지금 다니는 서울의 학교에선 오후 register를 다시 안 하다 보니 아이들이 zoom 수업이 끝나고 e학습터를 할 때는 긴장이 너무 풀린다는 것이었다. 

영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zoom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같이 불러 주신다는 선생님의 기사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막상 아이들의 반 수업에서는 체육 시간에 고개 돌리며 번호를 부르듯(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점호하듯) 자기 이름이 아닌 다음 번호의 친구 이름을("몇 번 누구") 부르며 출석 체크를 하는 모습에도 조금 아쉬움이 느껴졌다. (영국에서는 담임선생님: "Good morning, Ioana." , 학생 중 제일 먼저 불린 Ioana: "Good morning, Miss Gardner." 와 같은 방식으로 출석 체크를 했었다.)


1. 행정적 업무는 전담 선생님이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 외에도 행정적인 일로 너무 바쁘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출결이나 학적 등 행정적인 일을 맡아 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어서, 그런 사항은 그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었다. (Parent Mail에 'Communication with the School'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서, welfare, attendance, absence, pick-up arrangements는 누구에게 보내라고 담당자를 알려 준다. 그리고 클래스 이름으로 각 담임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아침에 학교 교문 근처에서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도하던 staff도 따로 있었고(그 staff은 몇 년 간 아침마다 아이들의 등굣길에서 지도를 하다 보니 부모들과도 친분이 두터워서, 그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는 부모도 보았고, 그의 부모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엄마들의 단톡방인 whatsapp에서 전해지기도 했다), 반에 담임 교사 외에 부담임 교사(assistant teacher)도 있어서 아이들의 생활 지도(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에 대한 도움도 주고)를 분담해 주었다. 


2. 등하굣길

등하굣길 근처에 Lollipop 모양의 신호등을 들고 서 있는 분들(Lollypop Lady or Lollypop Man, 정식 명칭은 School Crossing Patrol로 우리나라의 자치구 같은 Council에서 고용한 분들이다)이 계시는 곳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 작은 길은 8:30~9:30, 14:45~15:45 동안 등하교 시간엔 차가 다닐 수 없도록 막고 보행자와 자전거 등만 다닐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등하교하는 것도 허용(학교 한켠에 자전거와 킥보드 주차공간이 있었다)되니 특히 그랬겠지만, 차량 통행에 불편함을 야기하는 그런 정책이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물병과 간식(주로 과일)만 싸 갖고 다니면 되고, PE(physical education, 체육) 과목이 든 날은 PE kit(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면 되어서 참 가벼운 차림으로 학교를 다녔다. 

교과서도 없고(학습자료 등을 모두 학교에서 준비하고, 과목별로 자기가 만드는 활동 notebook을 차곡차곡 모아 정리하는 시스템), 필기구 등 학용품도 개인별로 모두 학교에서 나누어 주었던 영국 학교 시스템을 1년 경험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요새 또 무거운 책가방(코로나 때문에 요즈음은 교과서나 개인 물품을 사물함에 두고 다니지 않고 들고 다닌다 한다)에 툴툴대고 있다.


3.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뉴욕이 국제적 도시인 건 알고 있었지만, 가서 보니 런던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매우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international한 도시였다. 런던 시장 Sadiq Khan은 파키스탄 배경을 갖고 있고, 코비드 브리핑에서 자주 보이던 Jonathan Van Tm은 할아버지가 베트남 총리 출신인가 그랬던 것 같다. Chancellor(재무장관)인 Rishi Sunak은 인도 계열이었고, 동유럽이나 남부 유럽, 북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나름 British Dream을 안고 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런던 곳곳에는 어학원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의 영어 학습 수요가 늘 많은 것 같았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그런 어학원을 다녀서, 내게 주 2회 아이들 pick up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는 유대인도 있었고, 무슬림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날 Parent mail에는 Yom Kippur(유대교의 속죄일, 10월경이었던 것 같다)로 인해 학교를 결석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미리 알려달라는 내용이 있기도 했고, Eid(이슬람의 금식기간인 Ramadan이 끝나 축제를 하는 날)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오기도 했다. 세 집 건너 살던 이웃이자 아이들의 친한 학교 친구 자매가 무슬림이었는데, 그애들을 초대하여 뭘 먹거나 같이 놀 때는 우리도 그 아이들이 무슬림임을 고려하여 간식을 준비했다. 작은 아이와 친한 친구는 인도 출신이었는데, 그 아이를 초대할 때는 힌두교에서 금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검색해 보기도 했다.


데스몬드 투투라는 남아공 주교의 이름을 알게 한 black history month, 11월 초에 밤에 동네에서 집집마다 소소하게 하는 불꽃놀이를 마당에서 구경할 수 있게 한 Guy Fawkes Day(Guy Fawkes가 제임스 1세 등이 모이는 국회 개회식날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을 기념함), 그 즈음에 같이 있었던 인도의 Diwali 축제(힌두 축제) 등도, 세상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함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영국인들은 불꽃놀이를 참 즐겨해서, 펑펑 소리가 들리면 오늘은 또 무슨 날인가 싶었고, lockdown 시기에도 각자 마당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가 동네에서 들리곤 했다. 특히 11월 잉글랜드 lockdown 시기에 Guy Fawkes Day, Diwali 등이 많아서 동네 뒷마당을 통해 이웃집들이 쏘아올린 작은 불꽃들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좀 다른 얘기지만, 그래도 '영국'의 학교인 지라 history 시간 등을 보면 '참, 영국스럽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일단 이집트의 Tutangkamen을 배우면서도 그 유적을 발굴한 사람이 영국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읽게 하거나, 가까운 시점의 영국의 역사인 Blitz(런던 대공습)이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나치독일, 유대인 학살 등에 대한 것은 아주 공들여 가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지금 한국 학교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사회 시간에 고대사를 배우면서 옛날 이야기 같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영국의 역사 시간엔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점의 역사를 주로 배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4. 영국식 맞춤형 교육

학생들이 학교에서나 집에서 과제를 수행할 때, 그 학생의 수준에 맞는 단계별 학습이 이루졌다. 쉬운 단계에서 어려운 단계로 mild, spicy, hot 단계가 있었는데 학생이 어떤 단계의 문제를 풀지는 본인의 의지와 담임선생님의 평가로 정해졌다. 작은아이의 경우 수학은 처음부터 hot을 풀었지만, 영어는 처음엔 mild 단계를 풀다가 후에 spicy로 올라갔다. 처음부터 hot 단계에 있었던 아이보다, mild에서 spicy로 올라가는 아이에 대하여 폭풍칭찬이 쏟아졌다. 


우리 정서로는, 우리 아이가 왜 hot이 아니라 mild를 풀고 있나 속상해 할 법도 한데, 영국에선 단계 판단에 대하여는 선생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아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건 지양하는 게 좋다는 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어떤 아이든지 일정 수준 이상 성취하게 하여,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아주 똑똑하고 그에 기반하여 사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면, 영국은 성취가 높은 사람들을 추려내어 그들에게 하드 트레이닝을 시켜 사회 시스템을 운영토록 하고 다른 사람들은 성실히 그 시스템을 따르고 자기 할 만큼 할 일을 하는 식으로 사회를 꾸려 나가려는 듯했다.


5. 많은 상, 다양한 칭찬 

 아이들이 한국에서 원래 다니던 초등학교에 복귀하고 나서, 본의 아니게 영국에서의 학교 생활과 비교되는 지점이 눈에 띄곤 한다. 아이는 과제를 충실히 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스티커를 붙여 적립을 하는 '칭찬통장'이라는 것을 받아왔는데, 등급별로 '칭찬'을 한번 해 준다, 한번 과제를 안 가져와도 꾸짖음을 듣지 않는다 라는 항목의 보상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그런 게 필요없이, 선생님의 칭찬은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다. fantastic, lovely, brilliant, excellent, fabulous, perfect(그렇게 완벽하지 않음에도) 등등 칭찬을 뜻하는 말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실감했으며, 답을 틀렸을 때도 'it's wrong' 같은 직접적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았고, 'not quite, but good effort'라는 반응인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 때 들어보면, magnetism이 뭐냐, gravity가 뭐냐 등의 어려운 질문에 일단 "It's a kind of force."라는 기본적인 대답에도 칭찬을 하며 house point(그룹별로 부여되는 포인트)를 부여했다. 듣다 보면 friction의 정의는 무엇인가, 왜 거친 표면에서의 마찰력이 부드러운 표면에서의 마찰력보다 강한가, 왜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 하는가 등의 질문도 나왔고, 물론 텍스트에 나왔던 거겠지만, '자기의 말로, 이해한 대로' 설명하도록 하는 문제도 내는 것 같았다. 

영국에서 TV를 시청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요한 말은 대부분 적어서 읽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영국인들은 'Uh, um'하면서도 그냥 말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 학교에서부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스크립트 없이 사람들의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와 가깝게 하는 것을 지향하여 그렇게 말을 점점 많이, 자신있게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teacher's award, head teacher's award(부상으로 head teacher's award라고 적힌 연필을 준다), 스페인어(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듯, 영국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외국어를 배우는데, 우리 주변 학교들은 주로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였다) 선생님이 주시는 상, handwriting award 등 다양한 상을 탔고,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고르게 상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영국 학교는 칭찬에는 후하지만, 평가는 나름 냉정하게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아무래도 English writing에 대해선 작은 아이는 같은 학년 또래보다 조금 부족했고, 큰 아이는 같은 학년 또래만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래도 또 올해 1,2월에는 전면등교수업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했기에, 이러한 writing에서의 기대보다 조금 낮은 성과는 home-schooling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다음 term에는 학교에서 좀더 노력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물론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의 '학원'과 같은 시스템이 없지 않고, 그런 학원에 인도 출신 아이들이 많이 다녀서 자기네 학교에서 어디 좋은 학교에 몇 명을 합격시켰다 이런 플랭카드가 붙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 살던 곳 근처에, 시험봐서 들어가는 유명한 secondary school(중고등과정 학교)이 있었는데, 거기 학생 비율을 보면 인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외' 같은 개념으로 'tutor'가 오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기도 했다.

우리 가족의 경우는 1년 살이가 정해져 있기도 해서 그런 데엔 관심도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신체활동, 스포츠를 아주 중시하고, 드넓은 park와 녹지가 많은 런던의 특성상, 아이들의 생활이 훨씬 더 여유로워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문화 자체도 아이들에겐 관대(우리 정서로는 너무 baby 취급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한 데다 작은 발전에도 크게 칭찬해 주던 이웃들, 선생님들이 많았다. 


이번 주부터 아이들이 주 2,3회 학교에 가면서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영국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행해지던 올해 1월, 엄마들 단톡방에 올려 왔던(누가 어디서 퍼 온 글일수도...) 글을 떠올려 보았다. 아이들이 맘 편히 즐겁게 socialising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

"We felt a kind of guilty enjoyment, not having to get up and out on cold January mornings. Lockdown created unexpected sense of toghtherness, an 'enforced' bonding. But it morphed into collective frustration. Especially as for online home-schooling, it's no real substitute for being in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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