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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Oct 23. 2021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생활(1)

코로나 관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everyday life chance'를 주는 곳이라 말했다. 또, 그는 2021년 2월 22일에, 1월 초부터 이어지던 lockdown의 easing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교는 last to close, first to reopen'해야 하는 곳이라 하면서, 3월 8일 학교를 여는 것서부터 완화를 시작했다. 2020년 11월 잉글랜드 lockdown 때도 학교는 계속 열어 둠으로써 학교는 제일 나중에 닫는 곳이란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2021년 1,2월의 lockdown 시기에는 온라인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총리가 주기적으로 하는 covid briefing에서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 대한 사과가 거의 빠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학교에 대한 같은 표현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판데믹 시대, 학교는 정말 어떤 공간이 되고 있는 걸까...


영국에서 2020년 8월부터 1년간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코로나 시국의 정상등교나 여러 activity에 대하여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하여 어떤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거나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물론 bbc 등 방송에서 매일매일 confirmed case, 사망자 수를 발표하고, 총리나 보건부 장관 등이 주기적으로 covid briefing을 하면서 수많은 슬라이드를 보여 주며 통계치를 설명해 주고, 검사 건수 자체는 pcr 검사가 무료가 아님에도(검사를 해 주는, 국가에서 인증한 다양한 사설 업체들도 많다) worldometer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면 인구당 검사건수가 최고를 달리기는 하지만 - test and trace라는 앱의 ping을 통하여 어디선가 확진자와 접촉했으니 언제까지 격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 주는 정도고, 자가격리나 재택치료가 원칙이나 보니, 정말 알고 싶은 사항은 정부(gov.uk) 홈페이지나 NHS 사이트, BBC 사이트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자기가 사는 council의 confirmed case 일일동향, 1주간 추이, 입원율이나 사망률 추이 등)를 스스로 검색해서 찾아야 하는 것도 많은 지라, 여러 모로 답답한 점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정상적 학교 생활이 1년 반 넘게 지연되는 시간이 지속되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안다. 돌아와서 아이들의 친구 엄마들 몇몇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다른 나라에서의 학교 생활에 대해선 모르고 계신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영국에서의 아이들의 초등학교 생활에 대해 놀라워하셨다. 이에 영국에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적어 둔다.


1. 노마스크 전면등교


영국은 2020년 9월 새로운 학년 시작 이후, 2021년 1월과 2월 두 달 정도 학교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 - remote education이라고도 하지만, 정치인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나, 부모들 대부분은 그 기간을 온라인 수업을 한 기간이 아니라 'home schooling을 한 기간'으로 표현하였다 - 을 했던 것 외에는, 전 학년이 매일매일 등교하는 '전면등교'를 했다.

우리는 2020년 8월 중순에 입국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지만, 사실 2020년 3월 첫 lockdown 때에 학교를 포함한 거의 모든 곳을 닫고 사실상 그렇게 학년이 끝난 후 다시 새 학년이 시작됐던 9월이었기에, 영국에서도 이런저런 우려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 벌금(fine)이 부과될 수 있다거나(그럼에도 home schooling을 할 경우엔 나름 철저하게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everyday life chance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 등을 들어 모든 학교가 전면등교를 시행토록 했다.


9월 초 아이들을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던 날, 교장선생님과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면담을 했다. 원래는 교장실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던 면담이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교장선생님도 우리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점이 조금 안심이 됐다. 아이들에 대해 취미나 특기 같은 것 등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그 교장선생님은 너무 영어 영어 하지 말고 모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으로는, 한국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다고 하자 조금 놀라시더니, 자기네는 마스크는 쓰지 않고, 손 씻기 등은 철저히 시키고 있으며, 아이들이 서로 mixing되지 않도록 bubble별로 활동하도록 한다고, 그래서 방과후 수업(after class) 등이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 주셨다.


영국에서 초등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WHO 권고에서도 만 11세 미만의 아이들의 경우 exempt가 되고 있다는 점, 호흡기 발달이 다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자꾸 마스크를 손으로 만질 위험 등을 고려하여 마스크를 씌울 이익이 다른 여타 위험을 능가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철저히 마스크를 쓰게 하는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서 어리둥절했지만, 한국 지인들은 아이를 학교에 마스크 씌워 보냈더니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지 않나(특별히 마스크를 씌울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한국 분은 아이의 의사에 반하여 부모가 억지로 마스크를 씌운 건가 하고 아동학대(?) 관련 사안으로 파악하고 상담을 하고 왔다고 하는 등 마스크에 대한 인식의 차이(우리나라는 사실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그전부터 마스크를 잘 써 왔는데 말이다)가 너무 큰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2. 코로나에 대한 대응


9월 중순, 아이들의 학년이 아닌 다른 학년에서 confirmed case가 나왔다는 공지가 왔다.

영국은 parent mail이라는 app(등록된 부모의 이메일로도 동시에 보내 준다)을 통해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교장선생님의 공지가 온다. 거기엔 교육의 주안점이나 행사(children's mental health 주간도 있었고, black history가 강조되는 달도 있었으며, math 주간, red nose day 행사, 자기가 좋아하는 책 속 character속 복장을 하고 등교하는 날인 world book day 등 교복[uniform, 영국에선 공립이든 사립이든 초등학생도 uniform을 입는데 학교 로고가 있는 유니폼을 살 수 있는 숍이 따로 있긴 하지만, 색깔과 형태를 맞추면 기성복에서 사도 무방했다. 신학기 시즌이면 백화점에서 따로 유니폼으로 자주 이용되는 색과 형태의 옷을 따로 한 코너에 몰아 팔았다]을 안 입어도 되는 mufti day 등) 등에 관한 안내가 있는데, 특히 긴급한 공지도 그를 통해 이루어지곤 했다.

어쨌든 아이들이 등교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소식이 날아온 터라, 사색이 되어 일단 Boots에서 calpol(영국 엄마들이 아주아주 애용하는 파라세타몰 계열 해열제)을 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으나, 학교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일찍 하교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측에서는 그 반 아이들만 2주간 self-isolate를 하라고 안내를 했다. (그 격리되는 반에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에도 등교를 자제하라고는 했는데,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는 것인지 애매했다.) 한국에서였다면 일단 그 학교 아이들에 대한 전수 검사가 이루어졌을 텐데 너무나 태연한 영국 학교의 대응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학교에서는 그 다음 parent mail을 통해서, 확진된 아이가 누구인지 신상을 캐려고 하는 건 우리 community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자제해 달라, 그리고 아이들을 drop-off하거나 pick-up할 때 부모나 carer는 마스크를 써 달라는 내용을 보내 왔다. 

(그러나, 학교에서 확진 case가 발생하면 몇 학년 몇 반인지는 공지되었다. 요즈음 우리나라 학교의 경우 몇 학년 몇 반인지 공직가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낙인의 문제 등에 대한 인식 등이 영국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그 정도는 알려 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변함없이 이어졌고, 다행히 그 반 아이들의 2주 격리 후에도 추가 감염 없이 학교는 평온했다. 그 일이 있은 후엔 parent mail 맨 말미엔 '이번 주에도 우리 학교엔 positive case가 없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9월부터 계속 악화되기 시작한 코로나로 인하여 11월엔 잉글랜드 전체가 lockdown에 들어갔으나, 학교는 그대로 연다는 지침 하에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나 교육(교습) 목적의 대면(악기 교습, 스포츠 위주의 과외 활동)은 그대로 계속되었다. 그러나 parent mail의 마지막 문구가 '여전히 우리 학교 학생들의 출석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로 바뀌는 변화가 있었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한두명씩 몇일간 학교에 안 나오는 아이들이 생겼다고 했다. NHS Test&Trace 앱을 통하여 접촉자로 분류되면 10일간(9월엔 14일이다가, 10월 말엔가부터 10일로 단축된 걸로 기억된다)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학교에서 그런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 학생의 현황에 대해선 일일이 알려 주지 않았지만, 엄마들이 그런 자가격리에 대해서 무뎌서인지, 단톡방인 whatsapp에선 자기 딸이 self-isolate하고 있는데 이런 과제를 했다고 과제물을 올리는 등, 자연스레 정보가 노출되긴 했다.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지라, 아이들 학교에서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에 할 공연 연습을 11월부터 시작했다. 연주할 악기를 학교에 가져 가고, 반 아이들이 같이 노래 연습을 하며 꽤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공연 때에는 유니폼이 아닌 크리스마스 점퍼를 입고 오도록 했는데, 대단한 크리스마스 점퍼가 아니라 대강 빨강색, 초록색이나 사슴 비슷한 것만 있어도 크리스마스 의상으로 쳐 주는 그런 분위기였다. 원래는 부모들을 초대해서 했던 모양이지만, 그래도 코로나 상황이기에 12월 중순 학교 자체 망을 통해 영상을 보내 주는 걸로 대체되었다. (영상에 보면 아이들은 코로나 이전처럼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각 반별로 진행된 위 공연도 무사히 마치고, 9월부터 시작된 autumn term이 끝나고 12월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1월 초까지 방학이었다. 그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영국에 변이 바이러스(영국발 변이, 알파 변이라고 부르는 그것)가 퍼지고 있다고 총리가 긴급 브리핑을 하더니 모든 크리스마스 행사가 취소되기 시작했다. 런던에는 워낙 드넓은 공원이나 녹지가 주변에 많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야외에 대해선 코로나에서 안전하다는 믿음이 꽤 강한 편이었는데, 그때는 야외 행사까지 다 취소됐으니 이번엔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구나 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엔 작은아이와 같은 학년에서 confirmed case 소식이 들려 왔다. 걱정되는 마음에 알음알음 물어보니, 그 아이는 방학 전 크리스마스 공연까지 참여하고 그 다음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아이라 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전후 몇일을 집안에서 나가지 않은 채 보냈지만, 어차피 나라 전체가 다 그러했던 상황이라(공식 lockdown은 1월 초에 선언되었으나, 그때부터 예전에 있지 않은 4단계[tier 4]를 신설하며 사실상 lockdown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인들이 그렇게 중시하는 크리스마스에도 동거가족 외에 다른 모임을 갖지 말라고 할 정도였으니), 모두들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고 견뎠다. 그 와중에도 런던에서 바이올린 아카데미를 운영하시는 분과 연이 닿아 아이들은 Christmas Virtual Concert에 참여하며 재미를 찾기도 했다.


1,2월엔 결국 학교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예방접종 목표 성취 등(그러나 예방접종률만 가지고 제한을 푼 것은 아니었고, 2월 22일 lockdown easing plan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1) 예방접종의 순조로운 진행, 2) 사망자 수 추이, 3) 국가의료체계(NHS)의 수용 가능성 4) 완화의 흐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만한 변이바이러스의 발생 유무의 4가지였다)과 연동하여 가장 먼저 3월 8일 학교를 여는 완화 조치를 했는데, 그때부터 secondary(영국의 중, 고등학교 과정)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primary school 아이들은 부모에게 강한 권고(strongly recommended)로 주 2회 간이 테스트(lateral flow test, 약국에 가면 전부 무료로 7회분짜리 키트를 주었다)를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4월 12일 outdoor dining을 허용하는 등 야외 행사가 풀리고(그때쯤은 1월부터 이어진 spring term이 끝나고 부활절 방학[Easter break]을 포함한 방학이었고, 영국에서 날씨가 가장 좋은 시기가 되는 때이기도 했다), 4월 중하순경 summer term이 시작되고부터는 방과후 수업도 재개되어 관악기를 포함한 악기 교습, 실내외 축구, netball, dance&drama 등의 수업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2021년 7월 학년말을 앞두고는 졸업반인 6학년은 반별로 뮤지컬 공연도 했다. 거의 6월부터 매일매일 노래를 연습하고, 악기를 연습하고, 그렇게 공들여 공연을 준비했고, 이번엔 각 반이 하루에 2회 공연을 하게 하면서, 보호자 1인씩만 오게 하는 방법으로, 제한적으로나마 보호자의 관람을 허용했다. 학교 강당에서 그렇게 아이들이 모여 분장을 하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율동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호자들이 와서 관람하는 광경은, 그때 영국 외에는 아무데서도 가능하지 않은 광경일 것 같아 기분이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게다가 그때는 델타변이로 인해서 6월부터 영국 코로나 상황이 다시 안 좋아진 시점이었는데다, Euro2020 축구에서 잉글랜드의 결승 진출로 잉글랜드 전역에 불었던 열기의 여파까지 겹쳤던 때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학교 측에서도 뿌듯해 했으며, 그로 인한 코로나 확진이 없었으니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었다.


(하지만, 7월 19일 Freedom day 이후, 요새 델타변이에다 델타 플러스 변이인지 다른 변이까지 기승을 부리는 영국에선, 아이들의 확진도 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머물 때는 한번도 그런 사례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요새 한반에 여러 명 확진자가 나온 사례까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백신 패스의 경우, 적어도 영국에서 2021년 8월 중순까지는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BBC에서 하는 공연이나 뮤지컬 공연 등의 경우, 백신접종증명서나 lateral flow test 음성확인서나 이미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됐다는 증명서 중 하나를 제시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인원제한의 규제가 있을 때도,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따로 세지는 않았었다.) 


3. 두 달 간의 온라인 수업(home-schooling)


영국 공립초등학교에 모두 그런 자체 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평범한 공립학교였는데(영국엔 Ofsted라는 학교 평가 시스템이 있는데, 거기서 outstanding을 받는 명문학교도 아닌, good에 랭크되어 있는 무난한 학교였다), 학교 자체 망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ID와 password가 부여되어, 평소(정상적인 등교 수업)에도 주말엔 그 망에 reading article과 그에 따른 과제, 수학 문제지 등의 과제 등이 올라와 업로드를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컴퓨터 상에서 직접 숙제를 해도 되지만, 그런 방식보다는 그 업로드된 파일을 출력해서 직접 연필로 숙제를 한 후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이 권장되었고, 그 숙제에 대해선 담임선생님이 빠짐없이 체크하고 comment를 달아 주었다.


1월에 결국 학교 문이 닫히고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사실 작은아이 반 whatsapp 단톡방에선 난리가 났다.

학교에선 전면 zoom 수업이 아닌, 오전 register와 오후 register를 실시간 영상으로 하면서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담임선생님이나 교과 선생님(영국 초등학교에선 영어 외 외국어 교육을 초3부터 하는 모양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엔 스페인어 선생님이 따로 있어서 스페인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음악이나 PE[체육]도 따로 선생님이 파견되어 오는 시스템이었다)이 녹화한 영상을 올려 하는 수업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안내를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들은 '왜 가르치는 일을 선생님들이 하지 않고 우리에게 그걸 맡기는 것이냐', '27,8명의 한 반 아이들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20분씩이라도 실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학교에 항의메일과 전화를 하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 와중에도 key worker의 자녀들은 자신의 부모가 key worker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측에서는 그런 아이들도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 영상수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내 왔다. 물론 그에 대해서도, 그런 key worker 자녀들의 문제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텐데, 자기가 아는 이웃학교는 한 반 아이들을 나누어 실시간 수업을 한다는 반론 등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그 방식이 행해지지 않았다.


온라인 수업 때의 광경은 이랬다. 8시 30분, 아이들이 uniform을 갖춰 입고 zoom에 접속하면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고, 그날 학습의 개요를 설명해 주고, 질문을 받는 등으로 register를 했다. 그리고 오후 3시쯤 오후 register가 있을 때까지 학교 자체 망에 업로드된 수업 영상을 보고, 과제를 해서 업로드를 했다. 오후 register 시간엔 다시 zoom으로 학습 내용을 점검하고 질문을 받는 식이었다.(몇몇 수업들은 zoom으로 실시간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은 부지런히 과제를 해서 올려야 했고, 선생님들이 그에 대해 comment 다는 것도 빨리빨리 이뤄지는 편이었다. 음악 수업 같은 경우 새로운 노래를 배울 때, 선생님이 노래에 대해 소개하고 그 노래 녹음파일을 업로드하여 반복하게 듣게 한 후, 학생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하여 업로드하고 그에 대해 comment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학교가 아닌 집에 있기에 가능한 것들도 많이 시도되었는데, 특히 오후에 register를 할 때면 집에서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자랑하고 싶은 것을 보여 주고 소개하는 'show&tell' 시간도 있었고, 매주 목요일엔 악기 연주 시간이 있어서 학교에 갖고 오기 힘든 '드럼' 연주 실력을 보여 준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반 아이 생일 파티도 zoom을 통해 해 주었고,  런던에 눈이 많이 왔던 날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보여 주고, 자기 강아지 이야기를 하는 등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 register 시간에 오갔다.

매일매일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집에서 한 결과물들을 부지런히 업로드하여 피드백을 받고 또한 바로 그날 오후에 그렇게 다시 zoom을 통해 체크를 하는 시스템이라, 아이들이 나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BBC Bitesize라 하여 아이들 교육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는 곳에서도 학년별로 수업 영상을 이용할 수 있게 시간표를 짜 놨고, 나라에서나 엄마들의 whatsapp 단톡방에서도 그 콘텐츠의 유용함이 거론되곤 했지만, 아이들의 수업 중 zoom이 아닌 다른 수업 영상도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조그만 화면에 나오고 그 선생님이 직접 수업하는 것을 미리 녹화한 것이라, 익숙한 방식대로 공부할 수 있어서 우리 아이들은 BBC를 많이 시청하지는 않았다.

또한, 매주 금요일엔 그 주 배운 것에 대해 선생님이 문제를 내고 아이들이 발표를 하는 간이 시험이 치러졌고, 주마다 그 주에 숙제를 열심히 하고 참여를 잘 한 학생 3명 정도에게 상을 주는 행사도 있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면에서 갑갑해 했지만, 그래도 학교 생활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정도는 유지한 채로 2개월을 보냈던 것 같다. (3월 8일 학교가 다시 문을 연 날엔, 학교에서도 풍선으로 출입구를 예쁘게 꾸미고, 모든 아이들에게 챔피언 금메달을 수여하여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영국 정부에서는 학습적인 면에서 대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간 동안 학습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그를 따라잡기 위한 summer school에 몇 십억 파운드의 예산을 배정하였고, 아이들 학교의 학년말 parent mail에서도 '이번 학년도엔 home schooling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writing 수준을 기대만큼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comment가 있었다. 


4. 전반적인 느낌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5,6학년의 경우엔 부모의 동의를 받아 alone traveller라고 해서 학교에 혼자 등하교하는 걸 허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보호자가 등하교 때 동행을 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영향이기도 하고, flexible working의 영향으로(원래 flexible working 자체가 6세 미만의 아동이나 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부터 인정되기 시작했다고 다른 부모에게 들었다) 아이들을 pick-up하는 보호자의 30% 이상이 늘 남성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3,4학년과 5,6학년 하교는 10~20분씩 시차를 두고 이루어져, 형제자매아가 있는 보호자들끼리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 사이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socialising'의 경험은 무엇으로도 대체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좀 친한 아이들 보호자끼리, 아이들의 play date를 잡아 같이 노는 경우가 참 많았고, 그때 보호자들끼리 같이 만나기도 하고, 한쪽 보호자가 아이들을 전담해서 같이 놀게 하고 다른쪽 보호자가 pick-up을 하기도 했다. 

물론 영국 정부나 언론에서는,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 증상이 mild하다는 점을, 정부기관이든 대학이든 연구결과가 어땠다 하면서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생활이 다 그렇듯,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socialising의 장이라고 본다면, 이 고약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에 대한 너무나 큰 장벽이다. 이 코로나 시기, 학교는 정말 어때야 하는 걸까. 각 나라들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큰 그림을 그려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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