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연주 May 15. 2023

사랑할 채비

I Love ME!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도 사랑한다.


 누군가 필자에게 10년에 한 번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 있다며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입니다.

이제는 사랑도 기술인가? 사랑도 입문-중급-고급 편으로 나눠 습득해야 하는 학문인 것인가? 그렇다면, 공부는 자신 있지! 라며 빨간펜을 들고 열심히 읽어봅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기술 발췌


필자가 10년 뒤에 다시 이 책을 접할 때는 어떠한 부분이 다시 심금을 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프롬이 오늘날의 필자에게 이렇게 귀띔해 주었습니다.


 “자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스스로에게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사랑의 이론 편을 백번 읽어도 소용없다네..악보 볼 줄 안다고 피아노를 칠 수 있겠는가..! “


“자네.. 수련을 더 하고 돌아오게나..!”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설레는 것이 있을까


 필자는 상당히 tactical 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근본을 뇌과학에서 찾아보려고 했기 때문이죠.


한때는 “Rewire your brain”에 심취하였습니다. 세상에 나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가는 나의 소중한 신경 세포들을 깨워 새롭게 연결하고, 말랑한 나의 뇌를 다시 건축하고자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갈구했죠. Growth mindset을 기반으로 뇌 회로를 긍정적 삶의 방향으로 코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마인셋이 셋팅되면 신경도 함께 긍정적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한번한 방향으로 틀어진 뇌는 더욱더 가속화되어 뉴런들을연결합니다. 어려웠던 일들도 쉬워지고, 습득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이죠.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시크릿 같은 삶의 비결이 결국 내 안에 있었구나..! 비밀은 나의 뇌의 회로 속에 있는 것이야!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쉽게도 이 당찬 모험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는데, 발전이라는 목적과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만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나?라는 답이 없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이러한 모습 속 느껴지는 세밀한 감정선은 어떠한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되물어보며 내가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빠져있죠.


내가 나라서 좋아라는 마인드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1% 성장한다는 무섭게도 모진 마인드였으니까요.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요즘 또 한 번 감동을 받은 책에서 사랑에 대한 힌트를 발견했습니다.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관계를 읽는 시간”이라는 책입니다. 여기서는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건강한 성인의 관계에서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은 쌍방향이다.
상대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도 함께 헤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 중심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상호호혜적 관계가 된다.

-관계를 읽는 시간

사람들은 무심코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나의 마음의 문을 매우 활짝 열어두고 귀를 쫑긋 열고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하거나 공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간혹 부작용이 나면,

“내 고민을 듣는 너는, 나보다 더 힘들어해서 고민을 말하고 싶지 않아.. ”라며 관계가 얼어붙어버리기도 하지요.


나의 감정과 느낌도 스스로 존중해 주면서, 관계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만을 헤아리는 것이 결코 ’ 좋은 관계‘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상대방이 당신의 마음의 주인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상대방이 나의 마음이 되지 않게 내 마음의 문을 잘 열고 닫아야 합니다.


너와 나, 우리라는 관계의 경계선에 서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할 채비를 갖췄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은 빠지는 게 아니다. 사랑은 활동이다.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비로소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되고, 나를 충분히 인식하고, 내 감정, 기분을 알아차리고 인정해 주어야 비로소 내가 선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주체적이고도 대체불가한 나만의 인생을 보고 있자면, 그런 나를 내가 사랑할 수밖에요!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아는 사람은, 상대방도 행복하게 해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과 나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배려해 주고 감정의 교류를 하는 성숙한 관계가 사랑이라는 활동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마치 프롬의 사랑의 고급 편에 나올법한 이야기를 끝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 사랑의 심화 과정의 힌트를 공유합니다.


하루는 아서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숲의 괴물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다. 괴물은 하기 질문의답을 맞히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서왕은 왕국으로 돌아와 고민을 해보아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고, 왕국 북쪽 끝에 사는 노파가 답을 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파를 찾아가 보니, 노파는 몰골이 매우 추했다. 노파는 답을 알려주는 대신, 아서왕의 충신 중 가장 잘생긴 원탁의 기사와 결혼을 시켜달라고 했다.

 노파는 말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입니다.” 답을 맞힌 아서왕은 목숨을 구했지만, 원탁의 기사는 노파를 아내로 맞이했고, 노파는 기사에게 키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사는 눈을 감고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흉측한 노파는 사라지고 아름다운 여인이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저주를 푸는 해법은 노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기에, 그 저주는 절반만 풀렸다. 이에, 하루의 절반은 노파로 다른 절반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바뀌는 그녀는 기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낮의 아름다움을 원하시나요, 밤의 아름다움을 원하시나요?”

원탁의 기사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관계를 읽는 시간


(필자는, 원탁의 기사의 말을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당신은 그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2023.05월 서늘한 새벽에 쓰다


영감을 받은 책: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문요한-관계를 읽는 시간


이전 18화 현실에 든든하게 뿌리내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