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그거슬 뭣하러 찍어~!”
작은 상점 안 사랑방에서 화투를 치던 할머니들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파리를 쫓으려는 은박지에 반사되는빛이 새하얗게 벗겨진 생닭들에 비쳤다. 농염하게 두 팔을 올리고 다리를 꼬고 옆으로 누워있는 이 닭살스러운 생닭들이 조금은 호사스러웠던 것일까. 깔깔 거리며 웃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 뒤로 찰칵찰칵 스쳐 지나갈 풍경을 담았다.
어두컴컴한 오래된 구시장 사이로 드문드문 햇살이 들어왔다. 명절 기간의 시장은 사람 사는 소리보다 고요함이 깔려있다. 길거리에는 깨 볶는 향이 가득하고, 갓 짜서 나온 참기름병과 찐득찐득한 빈 병들도 함께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옷집안에서는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도톰한 오색 방석 위에 윷을 던지며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전통 시장의 떡집에는 투박한 손길로 맛깔스럽게 빚어진 떡들이 매대 위에 올라와있다.
“사장님 술떡 얼마예요?~”
“큰 거는 5천 원 작은 거는 3천 원~”
“작은 거 하나 주세요~!”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는 아픈 딸이 몸을 흔들며 밖으로 나와 손님들을 구경한다. 그리고 잠시 눈을 마주친다. 카드 결제를 하러 들어간 사장님의 모습 뒤로 보이는 창백한 형광등이 비치는 떡집. 그동안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들로 해체되어 묵직한 느낌으로 스쳐 지나갔다.
2023년 10월 18일 콘트라베이스가 낮게 깔리는 재즈음악이 나오는 스페셜티 커피집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