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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연주 Aug 30. 2023

반지 껴봐도 되나요?

15평 정도의 어둑어둑한 아늑한 공간,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노란 조명이 손님을 내려다보는 동네 작은 펍.


검정 뿔테의 안경을 쓴 클래식한 스타일의 그가 들어왔다. 이솝 특유의 우디함에 스파이시함이 섞여 청량감을 주는 향이 그만의 아우라와 함께 응축되어 이 공간의 공기를 묵직하게 잡아주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 표정이 얼핏 비쳤다. 하지만 목소리와 말투는 반대로 조금씩 떨려왔고 긴장감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차분함이 오묘했다.


원목 테이블 위에 놓인 가느다랗고 적당히 길게 뻗은 하얀 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등에는 마치 살짝 찌푸린 미간 표정마냥 핏줄이 올라와있었다. 컵을 들어 올리는 왼손에는 메탈릭 소재의 반지가 검지와 중지에끼워져 있었고, 여자의 눈길이 반지를 따라 움직이며 맥주를 마시는 척 은밀히 그의 손을 훔쳐보았다.


그의 손가락을 눈으로 따라 그렸다.


그리고 여자는 물어보았다.


“저.. 그 반지 껴봐도 될까요?”


“아 네 물론이죠!”


다소 크고 묵직한 반지를 받아 든 여자는 망설이지 않고 반지를 껴보았다.  


그러자 푸른 풀밭의 숲 속 요정의 왕의 마법이 펼쳐졌다.


 “당신이 깨어나거든 보게 되는 것을

 당신의 진실된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오.

 그것과 사랑에 빠져 애간장이 타보시오.

 그것이 오소리든, 고양이든, 곰이든

 표범이든, 아니면 쭈뼛 털이 선 멧돼지가 되었든 간에

 깨어나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당신의 사랑이 될 것이오. “


여자는 말했다.


“무정한 자석이여, 그대가 나를 끌어당기는걸요!

그러나 그대가 당기는 건 그냥 쇠붙이가 아녜요. 내 가슴은 강철같이 진실하니까. 그대의 자력을 버리시면 나도 그대를 따라다닐 힘을 잃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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