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늙는다.
숙취로 인해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힘겹게 찾아간집 앞 약국. 시원한 숙취 해소제를 받아 들고는 약국 의자에 앉아 꿀떡꿀떡 원샷을 하고 있었다.
의자 반대편 마주 보는 열린 문으로 남루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온 할아버지. 밭일을 오랫동안 한 농부처럼, 다 타버린 피부에 두꺼운 가죽 같은 살만 남아있었다.
그의 발음은 뭉개져 잘 들리지 않았다.
“회충약이랑 비아그라 있어요? “
숙취 해소제를 다 마시고도, 어지러운 탓에 계속 앉아있었는데 약국에서 회충약과 비아그라를 같이 찾는 이 조합은 듣고 있는 내내 신선했다.
“아버님, 비아그라는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사실수 있어요. 그냥은 못 사요 아버님~“
“에이? 안된다고,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회충약이랑 비아그라 달라니까~”
한숨을 쉬던 약사님은 회충약밖에 드릴 수 없다 하였다. 결국 그는 회충약만 사기로 했나 보다.
“그럼 회충약 주슈, 회충약 얼마예요? “
“한 개에 천 원입니다.”
“한 개에 천 원? 싸구만. 하나로는 부족해 많이 먹어야 해. 4개 주슈 “
오랜만에 잡수시는 것인지, 회충약을 4개나 먹어야 한다는 것에 놀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꼬깃한 지폐를 펼치며 약사에게 건넨 후 약을 받아 들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아니 이거 회충약 아니야! ”
“이거 말고!! 내가 회춘약 달라고 했지
회충약을 주면 어떻게 해! 회춘약! 회춘약!”
이제야 연결고리가 맞춰졌다.
”아버님, 그런 건 없어요~“ 머쓱해하는 약사님.
“없어요? 왜 없지…많이 필요한데”하며 아쉬운 듯 돌아섰다.
어르신은 정말 그 약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혹은 실낱같은 희망을 한번 테스트를 해본 것일까.
약 한 알로는 부족해, 젊음을 통째로 사고 싶은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용기가 멋있을 정도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23년 7월 1일, 통깁스를 한채, 다리를 꼬며 글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