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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연주 Oct 19. 2023

너의 오리진(Origin)이 궁금해

"마들렌, 축음기로 노래 한 곡 틀어줘요! 내가 좋아하는 곡 알죠? < Some of these days>"

"알아요. 하지만 저 양반들은 싫어할 거예요. 저분들은 카드 칠 때는 음악 듣는 걸 싫어해요. 아, 내가 한번 물어볼게요."

[장 폴 사르트르-구토]


나는 탕수육을 오물오물 씹어먹고 있었다. 담당님은 대장부 같은 손으로 작디작은 고량주 잔을 들고 계셨다. 시원한 파인애플향이 나는 고량주를 따라 드리고 함께 짠을 하며 원샷을 했다. 뜬금없이 담당님은 아빠는 잘 계시냐 묻는다.

“아부지는 건강히 잘 계시니?”

“그럼요~”

“하하하~ 난 너희 아부지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너의 오리진이 궁금해”

건너편에서 팔보채를 젓가락으로 집고 있던 다른 이사님도 말했다.

”나도 “


나의 원천이라면 그러할 수도 있는 아빠는 노래를 잘한다. 목소리가 중후하고 부드러워서 노래를 부르면 어지간하면 아주 들을만하다. 콧노래도 잘 흥얼거려 어릴 때 낮은 층수에 살 때 베란다 문을 열어두면 저 멀리서 집으로 오고 있는 아빠의 노랫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

막 태어나 꼬물거리던 시절의 나는 고집이 워낙 세서 아빠가 안고 노래를 불러주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았다. 잠을 자는 듯하여 노래를 안 부르면 다시 일어나 울었다고 한다. 2시간 넘게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없으니 어쩔 텐가!


아빠 품에 안긴 자유로운 필자의 어린시절


집에서 주말마다 피아노를 열심히 칠 때면 아빠는 가곡피아노책을 사 왔다. 가곡을 치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아빠는 책을 읽으면서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아아~웃고 있어도.. 아~~웃고 있어도~눈물이 난다~”

자꾸 내가 틀려서 다시 치면 아빠도 맞춰서 구간 반복을 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어 일어나지 않을 때면 아빠는 테너로 빙의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불협화음을 누르며 일어나라는 가사를 붙여 시끄러운 자작곡을 부르며 모닝콜을 했다. 듣기 싫어하면 컵에 물을 담아와 손가락으로 물을 톡톡 뿌리며 깨우거나 꺼끌꺼끌한 턱수염으로 발바닥을 밀며 요란스럽게도 깨웠다. 그러다가도 일어나지 않으면 옆에 누워서 아빠도 자버렸다. 깨우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나는 그제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곤 했다.


아빠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파마를 하고 다녔다. 아빠말로는 머리가 축 늘어져서 보기 싫은데 파마를 하면볼륨이 살아서 보기 좋다고 했다. 하지만 상사들은 파마머리를 한 아빠를 탐탁지 않아 했다.


어느날 신입 교육을 들어간 아빠는 모두가 똑같은 쪽집은 머리와 똑같은 검정색 복장을 하고 들어와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있는 20대들을 보았다고 한다.


“여러분 지금 제 머리가 어떠합니까? 파마를 아주 멋스럽게 하였지요? “

그러자 긴장감이 감돌던 교육장에 꺄르르거리며 신입들이 웃었다고 하였다.


“품위 유지가 무엇입니까! 고루한 것이 품위유지입니까! 나답게 자유롭게 나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고유의 품위 유지입니다! “


싱그러움이 사라져 획일화된 모습이 강조되는 분위기에 움츠러든 20대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지만 사실

본인의 파마머리를 싫어하는 상사에게 이보시오! 잘 들으시오라며 표출하였을 아빠다.



2023년 10월 콜록거리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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