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이(중3)
주일 오후, 유튜브에 올라온 오늘 중고등부 예배 영상을 틀었다.
"엄마, 이제 기타 소리 들려요."
얀이가 중고등부에서 일렉기타를 친 이후로 우리는 예배 후 올라오는 영상을 모니터링하곤 했다. 그러나 대개는 소리 없이 녹화되거나 아예 영상이 안 올라오거나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일렉기타 소리가 안 들리거나 해서 제대로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제대로 들린단다. 그럼 들어야지, 볼륨 올려봐~
"우와~, 우와~ 와~ 대박!"
얀이의 애드립이 들릴 때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아이를 막 치면서 감탄사를 남발했다. 아니, 어쩜,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대?
"엄마, 피아노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음이 들린다는 거지?"
"계이름이 들려요."
얀이는 초1 때부터 중3인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 방문 피아노를 한다. 오래 배운 것 치고는 사실 피아노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도 나도 이제 그만하자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냥 습관처럼 꾸준히 할 뿐이다. 피아노를 배워서 가장 좋은 점은 음악이 들린다는 것이다. 절대음감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몇 번 띵가띵가 해보면 대충 음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렇게 피아노에서 익힌 음감을 기타에서 써먹는 것이다. ccm 연주곡들은 대부분 악보가 코드 악보로만 되어 있어서 남편도, 아이도 들으면서 음을 딴다. 나 같은 반음치는 악보 없이는 절대로 못 따라 하는데 좋겠다 너네들은.
"좋겠다, 개 부럽다~아!"
나는 진심으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이 부럽다. 게다가 아이 스스로 피아노 배우길 잘했다니 부모로서 이보다 더 보람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살면서 잘한 일이 하나 더 는 것 같아 기분 좋다.
나도 내친김에 베이스기타를 꺼내 들고서 남편이랑 합을 맞춰 본다. 아, 뭔가 엉켰다가 풀렸다가 한다. 이렇게 이렇게 연주하고 싶은데 마음 따로 연주 따로... 있던 재능도 사라질 나이에 그마저의 재능도 없는 내가 이 나이에 악기를 시작했으니 갈 길이 먼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6개월 뒤의 나, 1년 뒤의 나를 생각하며 희망을 품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조건 변화가 생길 것이다. 세월은 힘이 세다. 애들 느는 속도에 비해 수준차가 점점 벌어지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엄마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라는 본보기 정도는 보여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