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생각했던 것>

2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

by 태오






내가 죽으려고 생각하던 건

세상은 계속 몰아치는 파도

햇빛은 눈동자를 빗겨가고

부돗가에 울고 있던 갈매기

흙의 생기는 없어진 지 오래

나뭇잎도 바람을 무서워해


녹슨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

인터폰이 울려대는 목조 건물

벌레의 시체만 쌓여가는 터전

신발끈이 풀려버린 어린이들

보이는 건 작은 모니터 하나

자그만한 소음에 긴장해버려


나를 바라보던 소년들의 걸음

군화소리로 바뀌어 기사가 돼

칼을 휘두른 소리는 울음소리

어른들이 돈키호테가 되라며

부추기던 텔레비전의 선전들

차갑게 살아야 한다고 외쳐


내가 죽으려고 생각하던 건

세상은 아파지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고서

모두가 귀를 틀어막고 싸워

바뀔 수 없을 것 같아, 무서워

오늘과 내일에 고개를 돌려


그럼에도 바라고 있다는 건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따스함을 나눠주는 누군가가

아직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에 자그만한 웃음을

진지한 것들에 대한 틈을 만드니까


난로 앞에 모인 사람들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던

항구에 홀로 서 있는 등대

배들은 점차 모여들고 있어

채워짐에 대한 기쁨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와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

아직이라는 말을 알았으니까

사람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걸

이제서야 알아버리고 울었으니

나와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씩 웃어볼게.





이전 10화<잡동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