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시간 2
#2. 열매만 소중한가요
토마토가 자라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이제 줄기를 떼어내야 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너무 놀랐다. 아파할 거라고 야단이다. 줄기와 잎에 영양분이 많이 가면 그만큼 열매가 덜 자란다,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크고 맛있는 열매! 라고 칠판에 적으니 아이들 반응이 좀 바뀌었다. 그때였다.
“선생님, 열매만 소중한가요. 잎이 아파하잖아요.”
눈썹이 팔자(八)로 내려간 채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아이의 말에 심장이 쿵 했다.
“그럼, 이제 토마토가 우리를 싫어하면 어쩌죠?”
난감했다. 어떻게 답해야 적절할지 잘 모르겠던 나는 조금 궁리하다 이렇게 말했다.
“으음……. 그럼 토마토가 너희들을 싫어하지 않게 가지치기는 선생님만 할게요.”
“선생님, 그럼 선생님은 특별히 노래를 더 많이 불러 주세요.”
“으음……. 그러지 뭐.”
나는 농부의 시선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토마토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펼치고는 ‘열매만 소중한가요. 잎이 아파하잖아요.’라는 문장을 적었다. 오래 그 문장을 들여다본 것 같다. 가지치기할 때마다 그 문장이 떠올랐다.
어찌 토마토에만 한정된 일이겠는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는 사이 무언가를 놓치고, 그것으로 어떤 이가 아파하지는 않았을지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