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솔직히 말하자면. 학생 때는 크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음식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좋아하던 음식은 짜장면, 치킨, 김치찌개였고. 비빔밥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며 처음으로 고향인 전주를 벗어나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비빔밥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자취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던 집 밥, 학교의 급식을 주로 먹었던 제게 홀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 아주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졌고, 제 어설픈 요리실력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몹시 한정적이었습니다. 라면, 볶음밥, 비빔밥으로 돌려 막기 하는 자취생활을 하며 비빔밥과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을 것 같았던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처음으로 전주비빔밥을 사 먹으면서 비로소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 비빔밥을 좋아했구나.”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해 먹던 음식이었던 것을, 어느새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냉장고에 별 재료가 없을 때에도, 냉장고가 가득 차 있을 때에도.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모두가 할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평범한 음식인 비빔밥에 얽힌 일상을 글로 옮겨보려 합니다.
저의 비빔밥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