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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짧고도 길었던 편입 여정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감은 홍시가 된다



귀국 후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가까운 친구들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하지 않았다(나도 무지하게 놀고 싶었다!). 시험에만 집중해야 했기에 오로지 나의 공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만 찾아다녔다.


약 3, 4개월 간 일명 '폐관수련'에 들어가 있었다.


드디어 그 고독했던 시간이 끝나고 2025학년도 대학 편입 시험의 결과가 나왔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몇 번 봐도 짜릿한 '합격'이라는 문구






기쁨



지원한 9개의 대학 중 7개의 대학에 최종합격했다.

그중 4군데가 최초합이었고 2군데는 1차 추합, 1군데는 전화 추합.






이전에 올린 글에서 드러나듯 나의 시험 준비 과정은 좌절과 절망밖에 없었다.

정말 솔직히, 다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아무리 학사편입(대학 졸업자들과 경쟁하는 편입 전형)이라 한들, 그만큼 모집인원이 극도로 적었다. 대부분 전공마다 딱 한 명.


결과를 기다리는 그 피 말리는 기간 동안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무직자 대상의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았고

편입 시험에 다 떨어지면 국비지원 부트캠프라도 등록해 또 쥐 죽은 듯 살며 취업 준비를 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자주 미래를 재잘거리던 집 앞 맥도널드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랬던 내가 무려 7관왕에 1, 2, 6, 9지망 학교를 최초합으로 붙었다. 4, 5지망 학교는 1차 추합으로 붙었다.

심지어 경쟁률은 1지망 학교가 30:1, 2지망 학교는 22:1이었다고 한다.

예비 1번을 받고 추가합격한 어느 학교는 57:1의 비교적 어마무시한 경쟁률이기도 했다.



그간 시험을 망쳤다고 투덜거렸던 나의 행동은 결과만으로 보자면 기만이었던 것으로 판결될지어다.






살짝 고민하다 역시 1지망이었던 S대에 등록했다.






이보다 더 놀랍고 성공적일 수가 있을까.




그 후 나는 거만하게도 어깨가 하늘 위까지 올라가 내적 비명을 질렀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고 으쓱이며, 약간의 자랑도 하며 며칠간은 좀 건방지게 살았다만...



우리 가족은 늘 그렇듯 별 반응이 없었다. 우리 집은 쉽게 칭찬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집안이다.

("나 상장받았다! 잘했지, 잘했지?"

"그래, 어서 남은 설거지나 마저 하렴.")



덕분에 나는 크게 들떠 일을 그르치지 않고 겸손을 배우며 컸다.




어쨌든, 나만의 목표를 잡고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학교, 집단에 속한다 한들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또한 이번의 성공이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뻐하고

전보다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다.






걱정




카페를 보통 이상으로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이 카페는 꼭 가봐야 한다. 봉천동 2층 사무실...



지금도 여전히 믿기지 않고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혼자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학교 근처 원룸의 시세를 알아본 순간부터 모든 교만함이 자취를 감췄다.

아차, 나 나이도 먹었는데 돈도 없지... 그리고 이곳 물가랑 서울 물가는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초중고대, 평생 국공립 기관만 전전하던 나의 첫 사립 소속이다.

돈 생각은 뒤로 하고 붙기만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다시 '알바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돈을 아껴야 한다는 부담이 현실이 되자 조금씩 두려워졌다.



이 나이에 부모님의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현역 대학 시절, 생활비는 내가 벌어 썼지만 목돈인 학비나 주거비는 부모님의 보탬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이 다르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 만큼 들었고, 이건 오로지 내가 선택한 길이므로.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았으면 했던 자식이 제 발로 다시 대학에 속해버린 앞으로의 2년간, 그들에게 플러스가 되진 못할지언정 나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게 할 순 없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모든 목돈을 전부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이 편이 내게는 훨씬 편하고 좋다.






감사



딸기청을 상당히 많이 넣어주는 스타벅스 시즌 딸기라떼



이번에 이룬 성공은 내 실력이 아니라 운에 가까웠음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운에 가까울수록 나처럼 거만해지기도 쉽고 말이다.



특히

조그만 방에 틀어박혀 혼자 영어 문제만 풀던 백수를 재우고 먹여준 부모님이 계셨기에,

또 서울과 본가를 KTX 편도 3시간 타며 오간 제멋대로인 동생을 재우고 먹여준 혈육의 단칸방이 서울에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내 주변의 소중한 모든 이들 덕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편이니 서류 심사에서 가상한 동정표(?)를 얻은 것일지도... ^^;

늦은 만큼, 많이 받은 만큼 더 열심히 서 베풀고 싶다.






이렇게 나의 짧고도 길었던 편입 여정은 막을 내린다.



앞으로 나는 새로운 학교 생활과 공부, 취업, 진로 이런 것들을 다시 고민하고 헤쳐나가느라 행복하게 바쁠 예정이다.

종종 새로운 글감을 들고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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