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지금 틀리는 게 나아
2025년도 편입학 준비를 위해 나는 약 3개월 동안 단어 외우기와 기출문제 풀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나도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기 때문에 정답률은 처참했다.
기출문제 절망 편을 소개하겠다.
기출풀이 초반부 나의 행태. 대부분의 어휘에 파란 글씨로 뜻이 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단어가 제대로 안 외워졌다는 뜻이다.
편입 영어는 크게 어휘(논리), 문법, 독해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어휘 문제에서 다 찍으니 늘 반타작이 나왔다.
또 어휘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의 '논리'를 파악해야 했다.
마치 수능 국어를 영어로 푸는 셈이었다.
문법도 많이 틀렸다.
문법은 어휘와 달리 단기간에 체득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기가 되어있지 않으면 절대 안정적일 수 없는 파트가 문법이다.
나름 기본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문법 파트에서도 항상 많이 틀렸다. 순조롭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율이 크지 않은 문법 문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가 없어서 틀린 포인트는 거의 생으로 암기하듯이 공부하고 넘어갔다.
기출문제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둔 문제집은 다 풀지는 못했다.
11월 1일 땅 하자마자 학교별 기출 시험지를 직접 인쇄했다. 양이 너무 많아 인쇄소에 가서 인쇄를 부탁드렸다.
네이버 편입 카페나 블로그, 학교 입학처를 통해 이전 기출 시험지를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다.
원하는 전공이 있어 지원을 확실시한 성균관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이 다섯 학교는 10개년씩 풀었다. 무작정.
그 결과 예상대로 점수는 처참했다. 하하.
풀 때는 분명 쉽다고 생각했는데 채점해 보니 64점이다.
숙명여대는 문제 수가 적은 대신 한두 개만 틀려도 예비번호를 받는다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정말이지 턱도 없는 점수였다.
성균관대 기출도 70점대를 면하지 못했다.
이곳도 난이도 자체가 크게 높은 건 아니라서 합격하는 사람들은 보통 90점대는 나온다고 한다.
기출을 풀 때마다 좌절에 좌절을 거듭했다.
이어지는 절망 편...
이화여대는 특이하게도 마지막 10문제가 전부 어휘 문제다. 흔히 '텐 블랭크'라고 불린다.
여기서 두세 개만 틀리면 합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난도 파트라고 볼 수 있다.
제시된 스무 개의 어휘 자체도 어렵지만(듣도 보도 못한 숙어도 많다), 문장을 해석해도 뭘 넣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감히 말하자면... 여기는 요령으로 풀어야 한다.
자세히 보면 텐 블랭크 어휘의 난이도를 체감할 수 있다.
기출에 한번 등장한 단어는 이번 시험에 또 나올 가능성이 낮을 텐데 안 보자니 불안하고...
이어지는 오답 행렬.
독해 문제 역시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지문들이 있다.
도저히 모르겠으면 한국어로 쭉 해석을 해본다.
결국 그런 건 그냥 별표 쳐두고 넘어갔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으니까!
혼자 공부하니 내게는 챗지피티가 유일한 선생님이었다.
챗지피티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사실 이런 적도 많다.
챗지피티 선생님이 답안과 다른 답을 제시하는 경우다.
그럴 때는 차라리 내가 먼저 답을 말해주고, 이게 답인 이유가 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편이 낫다.
누가 그랬다.
이제는 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같은 어휘가 여러 번 나오는데도 기억이 안 난다면
몇 번이고 옆에 뜻을 쓴다.
다섯 번 정도 반복되다 보면 귀찮아서 외워진다.
나는 이런 식으로 공부했다.
정말 막무가내 양치기 공부였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풀었다. 물론 틀리면 가슴이 너무 시렸지만 틀려서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다.
지금 모르는 것을 깨달으면 실전 시험에서 문제를 하나 더 맞힐 수 있다는 거니까 말이다.
영어 문제를 풀면서 인생을 배웠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