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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an 20. 2023

마스크 착용, 끝인 것 같지만 결코 끝이 아니다.

언제고 우리 곁을 호시탐탐 노릴 테니까.

언론에서 설 전이나 '1월 30일'로 마스크 '부분' 의무화 조치 해제를 예측했을 때, 그게 대체 무슨 근거로 이뤄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다가 지난 9일에 질병청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민원의 답변 기한이 30일까지로 미뤄진 것을 보고 또한 대체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제 비로소 깨달았다. 잘난 정부와 전문가란 작자들은 이미 잠정적으로나마 1월 30일로 결론을 내려 놓고 있었다는 것을. 언론에선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입수했을 것이고, 그랬기에 관련 추측성(이라 쓰고 확신이라 읽는) 보도를 계속해서 냈음을 제법 시간이 지나서야 깨우친 것이다.

이제 중대본에서 공식적으로 부분 의무화 해제를 발표하면 질병청 대상 민원에는 답변이 달릴 것이다. '30일부로 의무화가 해제될 것'이란 내용으로. 그렇게 정기석 교수를 축출하고 자문위를 해체하란 나의 요구는 유야무야되겠지.


내가 방역의 효과에 의심을 품은 건 2021년 중반부부터였다. 이미 강제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마치 모든 것이 국민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 정부의 읍소에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을 보며, 얼마나 하라는 대로 안 하길래 유행세가 안 잡히나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과연 정부의 대책이 정말 유효한 것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언제까지 "기다려라",
언제까지 "참아달라",
언제까지 "지켜달라" 할까?

2021년 6월 3일,
해당 기사(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08435?sid=110)를 보고 난 후 블로그에 남긴 글.
대체 언제까지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달라고 말할까? 언제까지 죄송하다고만 할까? 정부는 정녕 K-방역이 전 세계에 홍보할 만큼이나 훌륭한 체계라 믿었던 것일까?

2021년 7월 14일, 블로그에 쓴 글 中

이러한 생각이 결론에 이른 건 작년(2022년) 2월이었다. 더는 정부의 방침에 나의 삶과 자유를 맡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참을 만큼 참았다. 정부는 국민에게 숨쉴 권리를 반환하라.>를 효시로 하여 백 편은 족히 될 글을 브런치와 블로그에 썼다. 그렇게 1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 사회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개인 대 개인의 억압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이들이, 국가 대 개인이란 기울어진 축에 대해선 그 어떤 의문조차 품지 않았고, 여전히 전문가란 이들과 정부에서 앵무새처럼 내놓는 '백신과 마스크의 절대적 효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마스크에 대한 이론(실험)적 효험과 실증적 효험이 충돌해 왔음을 투철히 외면해 온 덕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마스크 의무화 조치와 방역을 오래 지속한 나라 중 두 곳(대만/한국)이 되었다. 이걸 자랑스러운 일로 여긴다면, 이 나라는 단언컨대 제정신이 아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햇수로 4년, 만 3년 되는 시간 동안 나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보신주의적인지, 얼마나 권위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지와,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며 타자를 얼마나 불신하는지, 당장 문제라고 보이는 것을 해결하겠답시고 얼마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은혜는 뼈에 새긴다는데, 나는 한국의 후진성과 보수성을 뼈에 새겼다. 얼마나 경제적 지표에 취해 있는지, 또한 얼마나 국제 사회의 인정을 갈구하는지를 보며 이렇게 드러내길 좋아하는 사회가 왜 방역과 마스크 착용 강제는 오래 해대는 건가 싶어 코웃음과 함께 한숨이 났다. 치명률이 0%에 수렴하는 바이러스를 두고 연령과 건강 상태를 막론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처럼 두려워했던 이들, 외국의 반(反)방역·마스크 강제 시위를 비난하고 조소하며 정작 일상을 우리보다 1년 넘게 빨리 되찾은 상황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며 '한국적 특수성' 운운했던 이들. 이런 사람들에게 어쩌면 마스크 없는 삶은 의미가 없겠다는, 심지어는 불필요하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방금 막 정부에서 의무화 조치 해제 건과 관련하여 발표를 진행했고, 언론에선 이를 중계하며 각종 기사로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민의 자발성'을 운운했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자발성은 없었으며, 방역 지속을 명목으로 사회적 자원과 각 분야의 불필요한 총동원과 인력 착취가 강하게 이뤄졌을 뿐이다. 이에 대한 반성? 개선? 단언컨대 이 나라에선 없을 것이다. 국민이 이뤄낸 위대한 성과라며 정부와 학계의 기만과 개인의 폭력성을 정당화하기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언젠가 다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보수성과 타자 불신은 다시금 발현될 것이고, 사회는 그렇게 방역 지옥으로 빠져들 것이다. 물론 이를 상호 배려와 공동체에 대한 미덕으로 포장하는 건 필수적 덤이겠지.


나는 정부와 전문가라는 이들의 조치 및 발언은 기만임을 계속해서 말해 왔다. '초고위험시설'인 음식점과 카페에서의 취식은 그 불가피성을 이유로 묵인해 왔으면서, 정작 그곳에 비하면 도대체 뭐가 위험한지 알 수 없는 각종 시설에서는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유지한다니…원래부터 각종 병원균으로 들끓었던 의료시설, 그리고 절대 다수가 핸드폰이나 쳐다보며 정적을 유지하는 대중교통만큼은 그들의 의지대로 마스크 의무화가 적용되는 최후의 지대로 남은 건 비합리와 비상식의 극치다.


2차 대전 시기에 약 20여 년 전 일어난 전쟁(1차 대전)을 떠올리고 '마지노선'이란 단일전선 수비로 일관했던 프랑스가 떠오른다. 예상과는 달리 독일군이 벨기에 남부 국경을 통해 공세를 가하면서 나치에 나라를 빼앗긴 게 딱 이 상황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작 위험하다는 곳에선 실컷 침방울을 튀겨대면서, 뭐가 위험한지 밝힐 수도 없는 곳에선 입마개 착용을 강요한다니, 이것이야말로 한국형 마지노선 방어, 즉 K-마지노선이 아니면 뭘까?


아마 병의원과 약국, 버스와 지하철에선 계속해서 법적/행정적 근거를 이유로 마스크 완장질이 이어지겠지. 이게 모두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일상 회복의 모습인가? 자신이 쓴 마스크의 효능을 믿지 못해 타인에게까지 착용을 종용하면서 정작 '우리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말한다면, 바이러스는 이 모습을 보고 비웃을 것이며, 일제 강점기에 '타협적 민족주의자'로 규정되어 대대로 어마어마한 비난과 모욕을 당했던 자치론자들은 무슨 죄일까? '현실적 위험(위협)을 고려'한 것은 마스크 의무 조치 부분 유지나 자치론이나 논리와 맥락은 똑같은 것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감염병 관련 법률의 개정과 개개인의 의식 각성, 그리고 한국과 동양 사회의 집단주의적 문화 타파(打破)다. 그래야만 지난 몇 년간 자행됐던 전체주의적 폭거를 막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저런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산적해 있는 이 사회의 문제를 어찌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그 아둔함과 미련함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 할 말은 많지만 화풀이밖에 안 될 테니 본론은 여기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아래 이미지 파일은 약 1년 전 내가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써먹을 일은 거의 없었고, 이제 정부의 기만과도 같은 의무 조치 해제로 더욱 쓸 일이 없어졌다. 앞으로 마스크 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철 지난 얘긴데 뭐 하러 들쑤시냐'며 핀잔을 주겠지. 명약관화다.

아마 한국 사회는 앞으로 이 글에서 묘사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들어가서 보셔도 좋지만, 그 수고로움을 덜어드리고자 글의 핵심인 마지막 단락을 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예상하건대, 한국 사회는 '어떤 사례'와 관련하여 이와 유사한 질문을 직면하는 날을 분명히 맞이할 것이다. 다만 지금 상황으로 보건대, 어떻게든 이 질문에 답하기를 회피하며 어영부영 넘어갈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지난 일인데 들쑤셔서 무슨 소용이 있냐'는 핀잔 내지 타박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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