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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Oct 03. 2021

승마 지식편집실 1

40. 욕심의 추억

말이 굴요를 하면 기승자가 컨트롤하기에 좋다. 하지만 머리를 너무 숙여 지나치게 굴요을 하면 엉덩이가 올라가고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말이 ‘쏟아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손과 다리로 부드럽게, 말에게 부탁해야 한다.


욕심은 항상 모든 것을 엉키게 합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항상 나에게 맞춰지길 원하고 나의 명령을 강요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짜증에서 불만으로 번져버리고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답을 얻기는커녕 항상 문제만 생겼습니다. 현재 스위프트와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현재 서로 완력 싸움을 하느라 서로 간의 마음이 너무 소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말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어제 날뛰던 스위프트가 아닙니다. 날뛰기는커녕 나의 말에 아주 잘 따라 줍니다. 어제 제자리에서 ‘산양뜀’을 해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던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말이 바뀌었나?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제와 다른 점은 제가 한 손에 채찍을 들었다는 점, 그리고 확실히 못할 거면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했던 교관님 말을 지키려고 했던 점입니다. “속보도 구보도 아닌 속도로 무리해서 가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오늘 구보를 하려는데 처음에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가려고 하지 않고 다시 멈춰서 박차를 한 번 정도 가하거나 채찍으로 살짝 긴장하게 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니 종아리로 녀석의 배를 살며시 눌러도 잘 가네요. 반복학습의 효과인가요? 무리하지 않고 욕심을 버리고 반 바퀴, 1바퀴, 2바퀴로 늘려갔습니다. 그리고 멈추는 것을 확실히 해 말이 나에게 집중하고 복종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습이 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이 연습을 하기 전 평보에 10분, 경속보에 20분, 좌속보에 10분 이상을 투자해 말의 몸을 충분히 풀어 주었습니다. 또한 8자 돌기 등 다양한 방향 전환을 통해 말의 몸이 충분히 이완되게 하였습니다. 이런 방향 전환은 말의 스트레칭을 돕고 온순하게 만들기 때문에 추운 날 혹은 운동을 오래 쉰 경우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제는 사실 무리를 해서라도 구보를 오래 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1바퀴, 2바퀴, 3바퀴 등 규칙적으로 진행하고, 말이 앞으로 가지 않으면 멈춰서 다시 시도했습니다. 또 어제는 지루하고 단순한 운동을 했지만 오늘은 말의 운동 궤적을 다양하게 해 줌으로써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말이 달라진 것입니다. 정말 굴요를 하고 몸이 스프링처럼 탄력 있게 풀어지네요. 구보를 할 때 반동도 좋고, 나의 명령에 잘 따르며 튀지 않고 반항도 하지 않습니다. 어제와 달리 욕심을 내려놓은 훈련법이 나의 말을 바꾸어 놓은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욕심부릴 때 탈이 나는 법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

라 자기 마음대로 타고 싶은 욕심이 있어, 이런 교훈을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승마는 자신을 갈고닦을 수 있는 성찰의 운동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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