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땅, 우울증 뒤의 맘

계속 살아야 한다 (59: 496)

by 오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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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민감하고 중대한

인사관리 보고서를 써야 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을 떠올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거짓으로라도

좋은 내용만 쓰고 싶었습니다.

좋지 않은 점이 들어가 있으면

혹시나 동료들이 제 보고서로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됐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는데

임원진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분석 자료가

이미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거짓으로

좋지 않은 점이 없다고 하면

임원진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아실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다만, 두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무조건 하나 이상의 좋은 점으로 시작한다.

둘째, 좋지 않은 점은 배경과 이유도 생각한다.


특히 두 번째의 경우,

저의 우울증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증상이 한창 심할 때

저는 실수를 자주 하거나,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아파서, 그랬습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울증 뒤에 맘이 유연해진다…


(물론, 제가 우울증에서 거의 벗어났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도 우울증에 갇혀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인사관리 보고서를 썼습니다.

임원진은 보고서를 읽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확히 잘 보셨네요.”


<우울증 너머 59: 496>

- 일어나기 07:38

- 운동 아침 26분, 낮 23분, 저녁 22분

- 자투리 운동 2회

- 영화 보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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