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통장에 10억원이 들어왔어요!

프로로그 : From the Future

by Song 블루오리온

미래에서 온 편지 (From the Future)

- 주인공 : 강시후

28세 남성, STAR그룹 ai 상담센터 상담원 근무 중

전 여자친구와 3개월 전에 헤어짐, 회사 가까운 곳 원룸에서 살고 있는 자취남




프로로그: 제 통장에 10억원이 들어왔어요!

“아아— 잘 잤다.”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이 맛이지! 직장인에게 주말 낮잠만큼 꿀맛이 있던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듣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왔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목을 한 바퀴 돌렸다. “드드드득~” 시원한 소리와 함께 몸이 쫙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복 차림에 그대로 롱패딩을 걸치고 카페로 향했다. ‘초봄에 패딩. 좀 오버인가?’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카페인을 빠르게 원하고 있었으니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여유가 느껴졌다. ‘내일 또 와야겠다. 그리고.. 월요일도 오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직장인의 푸념을 혼자 늘어놓았다. 그때 오른쪽 바지 주머니가 움찔 거린다.

“위윙~ 위윙~”

‘뭐지?’ 무심결에 혼잣말로 읽어본다. “스타벅스 4,900원 결제 완료. 남은 잔액: 1,000,000…”

‘아.. 또 잔고가 바닥이군.’ 이번 달도 아슬아슬하게 버텨야겠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려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

“뭐야, 이 숫자?” 다시 화면을 보았다. 잔액에 0이 너무 많았다. ‘도대체 0이 몇 개야? 6개면 백만원이지?' 하나씩 세어보았다. 모두 9개였다. 1,000,000,000원. ‘…십억?’



강시후는 두 눈을 비볐다.

착각인가 싶어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았다. ‘화면이 버그 난 건가? 아니면 방금 결제한 커피.. 무슨 이벤트인가??’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다시 살펴보았다. 여전히 그의 통장에는 십억원이 입금돼 있었다.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거 대체 뭐지? 무슨 상황인 거야?” 그는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급히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ARS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기계적인 음성이 반복되며 그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현재 대기 고객이 많아 상담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예상 대기 시간은 25분입니다.”

“젠장… 미치겠네.”

인터넷 뱅킹이라도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인터넷 뱅킹을 열었다. 입금 내역을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입금자: From the Future (STAR그룹)

강시후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뭐라고?”




혼란과 탐색 – 돈의 출처

가슴이 쿵쾅거렸다. 한 번 더 입금자 정보를 확인했다. From the Future. '미래의 나?'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거 피싱 아니야? 아니지 돈이 오히려 들어왔으니.. 혹시 범죄 집단이 나를 타겟으로 이용하는 것인가?..’ 순간 어깨가 움츠려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튀자!” 외치며 집으로 냅다 달렸다. 숨을 컥컥 쉬면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혹시 모르니까, 아무래도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보는 것이 좋겠어’ 강시후는 국내 최대 ai 기업 STAR그룹 직원이다. 소속은 ai상담센터로서 특별히 회사 내 주요 이벤트를 주관하는 담당자이다. 그래서 회사 외부에서도 내부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이키 조던과 함께 미래로 보내는 타임캡슐 이벤트가 시작되기에 긴장감이 무척 컸다. 강시후가 1년에 한 번 주관하는 최대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혹시.. 시스템 문제는 아니겠지? .. 아니면 좋겠는데..’

로딩이 길어지고 있다. ‘로딩 중..’이라는 문자만 깜박이고 있다.


‘입이 텁텁하고 초초하다.’ 보통 2-3초면 접속이 됐는데.. 하필 오늘따라 왜 이리 오래.. “아, 접속됐다!!” 강시후는 먼저 ai상담 시스템을 체크해 보았다. 기본적인 기능들을 체크해 보면서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후~ 당행이군’ 다행히 시스템에 특이한 오류는 없어 보였다. 로그아웃 하려는 순간 무언가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한 가지만 더 살펴보자’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여 ‘나이키 타임캡슐 시스템’에 접속했다. 관리자 로그인, 검색창에 ‘From the Future’ 입력. 엔터. 그리고, 거기서… 그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을 초월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10억원을 보낸다. 네 생각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10년 후 강시후로부터”

강시후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심장이 마구 요동 쳤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뭐야, 이건?” 그는 크게 소리쳤다. “왜 내 이름이 나오는 거야?”




미스터리의 시작 – 봉인을 풀다

“꼴깍” 강시후는 침을 삼켰다. '회사에서 입금이 되다니..' 회사 시스템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염려했다. 3년 전 신입사원으로 교육 때 ‘타임캡슐 이벤트’에 대한 괴담? 비슷한 내용이 하나 있었다.


- STAR그룹 창업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타임캡슐에 10년 후 메시지를 적어 보낸 경험이 있었다. 캡슐은 밀봉되어 위탁 업체에 맡겨졌고 그로부터 10년 후 업체에서는 캡슐을 개봉하여 안에 있는 편지를 우편으로 개별적으로 발송해 주었다. 29살 청년이 된 창업자도 편지를 받았다. 그는 19세 고3이었던 과거 자신이 쓴 메시지를 보고 무척 놀랐다. ‘너는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장담하건데 너는 창업해서 국내 최고의 ai 기술력을 가진 회사의 사장이 됬을 거야! 나는 너를 믿어’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그때 결심했다. 반드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일궈내겠다고 말이다. 사실 29세 당시 그는 지인 사무실에서 2평 남짓 작은 서버 창고를 빌려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 2년 차가 된 시기였다. 매일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야근을 하지만 일이 진척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었다. 이 때 타임캡슐 메시지를 받고서 큰 힘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10년 동안 정진하면서 그는 꿈을 이루었다. 21층의 멋진 빌딩을 사옥으로 이전하여 오픈 세레모니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임캡슐 이벤트를 매년 실시하기 시작 했다. 특별히 이벤트 전과정을 자동화하여 ai가 운영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회사 내 가장 뛰어난 수석연구원에게 ‘필요한 자금은 넉넉히 지원할 것이니, ai코딩을 활용하여 완벽하게 개발하라’는 지시까지 한 것이다. 타임캡슐 메시지를 읽으면서 자신이 큰 용기와 힘을 얻은 것처럼, 이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이 무언가 좋은 감정을 느끼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보통 3만 명 정도가 온라인 타임캡슐 이벤트에 참가한다. 그중 3명을 추첨하여, 실제 타임캡슐 머신을 제공한다. 이 기계에는 다양한 센서와 ai칩이 내장되어 있는 최첨단 기계다. 3명에게 머신이 전달되는 과정을 촬영하여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도 한다. 동시 접속자는 항상 100만 명을 넘어선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소문이 하나 있다. 2020년 타임캡슐 머신 3개에는 실제로 시간여행을 하는 칩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타임머신칩으로 불리는 이것은 창업자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실제 테스트에서 70% 성공율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창업자는 이것이 우주의 질서에 영향을 줄까 싶어서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밀리에 지속적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며 99%까지 성공율을 올렸다는 이야기다. 또한 회사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2020년도에는 편지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 하겠다는 것이 괴담의 진실이었다. -



‘에이.. 말도 안 돼’ 강시후는 마른침을 삼치면서 손사례를 쳤다. 물론 올해가 2020년인 것과 괴담에 시간여행을 하는 머신이 3개 있다는 것이 현재 자신의 상황과 잘 맞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 믿기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뒤 이어 “쿵”하고 물건 내려놓는 소리와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택배가 온 것이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운동화 사이즈 크기의 택배상사가 하나 있었다. 들어보니 꽤 묵직했다. 조심스럽게 소포를 집어 들고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보낸 사람이 ‘STAR그룹 ai상담센터’로 되어 있었다. ‘우리 팀에서 보냈다고? 아니 나도 모르는 배송이 있었다는 거야?’ 의아해하면서 커터 칼을 찾아서 테이프 중앙을 자르고 상자를 열었다.


박스 안에는 B5 사이즈의 인쇄물 한 장과 타임캡슐이 들어있는 상자가 들어있었다. 인쇄물에는 타임캡슐 사용 매뉴얼이 적혀있었다. 중간 쯤에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 이벤트 참여 기간 안내 : 2020.03.09(월) - 03.13(금)

- 당첨자 3명 발표 : 2020.03.14(토) 12시. 당첨자 발표 후 타임캡슐이 자동으로 가동 됩니다.

‘이 타임캡슐은 당첨자에게 주는 것이잖아? 그런데 왜 나에게 온 거야? 그리고 아직 이벤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달력을 확인해 보니 2020년 3월 7일 (토)이었다.



항상 타임캡슐을 받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행자로서 보내주기만 했기에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박스가 일부 투명한 비닐로 되어 있어서 내부를 볼 수 있었다. 황금빛의 캡슐이 정말 멋져 보였다. ‘이건 예전과 다르게 진짜 황금빛이 더 반짝이는 것 같군.’ 그런데 오랜 전부터 작은 “삐!” 소리가 몇 초 간격으로 계속 들리는 것 같았다.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좀 더 크게 들렸다. ‘이런…’ 타임캡슐의 중앙에서 초록색 불빛이 점등이 되고 있었다. 디스플레이 영역에는 ‘타임캡슐 GPS 가동 중’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었다. ‘이거 가동됐잖아!’ 타임캡슐에는 음성안내를 하는 기능도 있었다. GPS가 위치확인을 완료하면, 자동으로 음성안내 모드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사용자 신원확인을 실시한다. 신원확인을 완료하면 캡슐이 잠금모드에서 오픈모드로 변경된다. 메시지를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강시후의 스마트폰 화면이 갑자기 깜빡이더니, “신원 코드 확인 완료. 캡슐 오픈 프로세스 시작.”

강시후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의 스마트폰 화면이 완전히 검게 변했다.

“삐-”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음성 안내는 계속되었다. ‘캡슐 오픈 프로세스, 최종 단계 돌입…’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강시후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손가락을 떨며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녹음된 음성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낯설지만 익숙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시후, 당장 그걸 닫아. 절대 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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