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하면 '회상보다 인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기억을 되돌아보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시각적 요소를 보고 즉시 인식하는 형태의 '인지Recognition'와 이전에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이를 호출하는 형태의 '회상Recall'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때 어떠한 단서를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인지와 회상의 과정을 거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한다. 이때 닐슨 노멀 그룹은 '인지'를 더 강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것을 보고 '인지'하는 것이 아무 단서 없이 '회상'하는 것보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작가 편집 ⓒ 마음만은 피아니스트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서비스 내에서 포인트를 충전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홈 화면에 나왔을 때 잔여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는 자신이 충전한 포인트를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하거나,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 마이페이지로 다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불편한 경험이다.
이 예시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어떤 화면에서 얻은 정보를 다른 화면에서 기억해야 하도록 만들지 말자. 따라서 기획자는 사용자가 각 시점별로 필요한 정보를 정의하고, 사용자가 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배치해야 한다. 비단 화면 설계를 하지 않는 입장이어도 사용자가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시나리오(혹은 유저 스토리)를 만든다면 꼭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획 시 생각한 '유저 스토리'를 기준으로 화면에서 보여줄 정보를 배치하거나 정의하는 편이다. 만약 포인트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핵심 정보라면 어디에서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처럼 말이다.
7. Flexibility and Efficiency of Use
직역하면 '사용의 유연성과 효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면, 제품을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쓰기를 원할 것이다. 혹은 사용자가 제품을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때 단축키와 같은 '엑셀러레이터' 기능을 제공한다. 즉,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 메뉴 등이 있다면 작업의 과정을 단축시켜 주는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업계에서 손이 정말 빠른 디자이너를 보면 포토샵, 일러 가리지 않고 대부분 단축키로 작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예전에 동료 개발자가 마우스 클릭을 적게 하고, 코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에 좌표를 세팅하고 이를 키보드 단축키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 있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다.
작가 편집 ⓒ Figma
피그마처럼 사용자가 단축키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있다. (피그마에 대한 꿀 단축키를 확인하고 싶다면? ☞ 보러 가기)
8. Aesthetic and Minimalist Design
직역하면 '아름답고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말은 플랫 디자인이나 단색 색상 계열로 서비스를 만들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는 UI의 컨텐츠, 시각적 디자인을 사용자가 필수 요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자보다는 디자이너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보편적인 서비스 기획자는 화면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획자 또한 디자인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효율성을 높이고, 사용자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이를 위해 컨텐츠와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내용을 정리하며 예전에 읽었던 토스의 아티클이 떠올랐다. 아래 내용도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역하면 '(사용자에게) 에러로부터 상황을 인지시키고, 원인을 알려주고, 해결하게 만든다'라고 할 수 있다. UX에서 사용자에게 친절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정론이 있다. 1) 상황을 인지시키고, 2) 원인을 알려주고, 3) 이 상황에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전에 UX 라이팅의 4가지 기준(원칙)을 작성한 적이 있다. '인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룬 내용과 맥락이 통하는 것이 많다. 아래 글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역하면 '문제 해결과 문서'라고 할 수 있다. 1) 모든 정보는 검색하기 쉬워야 하고, 2) 사용자의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며 3) 체계적인 단계를 제시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해서 복잡성을 높이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앱의 온보딩 페이지, 툴팁, 팝오버, 비디오 등을 말할 수 있다.
작가 편집 ⓒ 토스 자주 묻는 질문
예시 사진은 대부분 FAQ 사진을 들고 왔다.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하는 장치가 적용된 케이스인데, 플레이스홀더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주 검색한 질문', '입력 가능한 글자수' 등 사용자가 서비스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요즘에는 더 나아가 GPT API와 RAG 방식을 활용해서 GPT 헬프 챗봇을 만드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내에서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RAG가 참조해야 하는 문서를 어떻게 GPT가 읽기 편하게 만들지가 관건이었던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그래서?
닐슨 노먼 그룹에서 사용성 휴리스틱이라는 이름으로 10가지를 분리했지만, 사실 기획을 하거나 디자인을 할 때 이들은 전방향적으로 혼합되어 사용되곤 한다. 단어적으로는 MECE 되지만, 실무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 가이드라인으로써 머릿속에 새겨 두기만 해도 좋을 듯하다.
p.s. 재직 중인 곳은 꽤 많은 IT 제품을 가지고 있다. 제품이 많다 보니 편의성을 위해 제품의 최상위 위계에 고객사의 계정을 관리하는 '통합 관리자 사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나 또한 이와 연계해서 팀에서 개발 중인 제품의 사용자 계정을 통합 관리자 사이트와 연동하기 위한 기획을 함께 수행하는 중이다.
계정을 연동하는 것은 유관부서와 소통을 통해 풀면 되는 부분이고, 인증과 관련한 부분은 백엔드 개발자가 지원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담감이 크지 않은 기획이다.
하지만 통합 관리자 사이트의 계정을 연동할 때 어떤 정보까지 개발 중인 제품에서 보여줄지 고민하는 과정이 꽤나 힘들었다. 언제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은 고되다. (결국 유저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만 추리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