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2)

디카시, 예쁨

by 예쁨

대차게 첫눈이 내린 다음 날, 당황한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꽃과 나무들 역시 하룻밤 사이 뿌려진 하얀 가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동안 품어온 가을의 온기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갑작스럽다.

계절이 그러하듯, 삶에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올 때가 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는 마치 사진 속 단풍나무처럼 낯선 온도 속에 멀뚱히 서 있곤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거창한 결심이나 다짐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변화는 때로 순응 속에서 적응하므로 조용히 통과해야 하는 계절에 가깝다.


떠나지 못하는 마음만이 계절보다 느리게 매달려 있을 뿐.

<순수한 사랑>

가을을 다 태우고도
떠나지 못하는 뜨거운 마음
차가운 눈으로 식혀봤지만
끝내 요지부동




옥상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

흐르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녀석의 속내가 궁금하다.

저 작은 마음에는 과연 어떤 바람이 불고 있을까?

<낭만 고양이>

구름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내가 저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면,
쓸쓸함 따위,
외로움 따위,
구름처럼 흘려보낼 수 있을 텐데.


(어쩌면 다른 속마음 : 나만 집사 업쒀, 뿌엥-)




출근길에 종종 청소차를 만난다.

차량 뒤편에는 쓰레기를 수거할 때 사용하는 커다란 집게가 달려 있는데,

언제부턴가 그 위에 노란 꽃다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 신기하다.

그저 가짜 꽃 몇 송이가 놓여 있을 뿐인데도 청소차는 어제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청소차는 종일 세상의 더러움을 안아 올리는 일을 한다.

그 묵묵한 집게손 위에 누군가 슬며시 놓고 간 노란 위로가 덜커덩 흔들거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꽃 같은 위로를 남겨놓은 이의 마음이 나는 왜 슬프게 느껴졌을까-

<슬픈 위로>

때 묻은 곳에,
때 묻지 않은,
노란 다발꽃.
그것은 가장 슬픈 위로




소풍 나온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쪼르르르~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방들이 사랑스럽다.

제법 볼록한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도시락과 간식,

순수함과 웃음,

내일의 희망과 행복..


나란하게 놓인 수많은 설렘들이 가을 정취에 묶여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가을 소풍>

가을빛 쥐고 달려 나간 아이들,
나란한 가방들만 남았다.
설렘이 먼저
아이들을 마중 나간 자리.





“나는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물고기가 될 거예요.

물속에서라면 나는 장애인이 아니예요.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지 몰라요.


- 조승리, 이 ㅈㄹ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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