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페이지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늦되다는 생각이 든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겠지만, 천천히 물든 단풍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소란스러운 봄이 가고, 찬란했던 여름이 가고, 풍성해진 가을이 왔다.
겨울이 무서운 속도로 오고 있으므로 곧 서늘해진 바람에 옷깃 여미기 바빠질 테지.
11월이라고?
(하물며 절반 가까이)
말도 안 돼.
시간에 가속이 붙는 걸까?
구글에게 물어본다.
너무한다.
나이가 들어서란다.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는 친절한 위로도 있다.
곳곳에 가을이 머문 자리가 보인다.
짧게 스치고 지나갈수록 애틋해진다.
가을은 짧고 그렇기 때문에 더 귀하고 아름답다.
빨간 단풍잎을 보면 닭발이 생각난다. (다 그런 거 아니었나?)
노란 은행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노란 나비들이 날아가는 모습 같다. (은행나비를 만들어버림)
들판에 모인 까치들 모임 속에 비둘기 두 마리가 까치인 척 참석하고 있다. (밀정이다)
아무 생각 없이 구름멍 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한 시간이 아쉽고,
하루가 아쉽고,
이 계절이 몹시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1분 1초가 아쉽다.
아쉬운 것 투성이나
붙잡을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수밖에.
그래도 있잖아..
가을아,
조금만 천천히 가줄래?
by. 예쁨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더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가을엽서 / 안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