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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Nov 12. 2024

가을

쉬어 가는 페이지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늦되다는 생각이 든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겠지만, 천천히 물든 단풍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소란스러운 봄이 가고, 찬란했던 여름이 가고, 풍성해진 가을이 왔다.

겨울이 무서운 속도로 오고 있으므로 곧 서늘해진 바람에 옷깃 여미기 바빠질 테지.



11월이라고?
(하물며 절반 가까이)

말도 안 돼.




시간에 가속이 붙는 걸까?

구글에게 물어본다.

너무한다.

나이가 들어서란다.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는 친절한 위로도 있다.


곳곳에 가을이 머문 자리가 보인다.

짧게 스치고 지나갈수록 애틋해진다.

가을은 짧고 그렇기 때문에 더 귀하고 아름답다.



빨간 단풍잎을 보면 닭발이 생각난다. (다 그런 거 아니었나?)

노란 은행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노란 나비들이 날아가는 모습 같다. (은행나비를 만들어버림)

들판에 모인 까치들 모임 속에 비둘기 두 마리가 까치인 척 참석하고 있다. (밀정이다)

아무 생각 없이 구름멍 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한 시간이 아쉽고,

하루가 아쉽고,

이 계절이 몹시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1분 1초가 아쉽다.


아쉬운 것 투성이나

붙잡을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수밖에.


그래도 있잖아..


가을아,

조금만 천천히 가줄래?


by. 예쁨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더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가을엽서 /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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