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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25. 2022

미안하다는 말

자식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벌써 여름인가 할 정도로 더운 일요일이었다.

더군다나 송화 가루가 부옇게 누렇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딱히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집에서 조잘대도 지치지 않았는지 외출하자고 성화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갔다. 공원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지만 두 곳의 주차장 모두 꽉 차있었다. 겨우 한 자리에 주차하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은 입구까지 창창한 벚꽃 나무가 잎을 드리우고 있었고 옆으로는 큰 하천이 흐르고 하천 사이사이 유채꽃이 아직까지 피어있었다. 

먼저 앞서 가던 첫째에게 

"나오길 잘했다. 신나게 놀자!"

하고 말하는 순간 어디선가 자전가 한 대가 날아오더니 우리 아이 허리에 박혔다.

자전거에 탄 아이는 눈이 파란 아이였고 

"Sorry."

라고 말한 후 자기 부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날아오더니 날아갔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얼어붙었고 첫째는 잠깐 멈칫하더니 얼어붙은 엄마 표정을 보고 놀랐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를 안아 들고 어디든 앉을 곳을 찾았다.

옆에 있던 남편은 짐을 들고 헐레벌레 오고 나는 아이를 안아 들고 달랬다.

그리고 내 눈은 아이와 내 아이를 친 그 아이를 향했다.

아이의 부모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자전거는 파랬고 그 아이의 부모도 그 아이도 모두 외국인이었다.

지역 특성상 외국인이 많은 동네다.

가족 나들이하는 외국인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내 아이는 울고 있었다. 

입으로는 "괜찮아? 많이 아파?" 아이의 상태를 묻고 머리로는 방금 사고 상황을 생각했다.

아동용 18인치 정도 되는 자전거가 공원 입구에 도착한 순간 왼쪽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더니 바로 앞에 있던 첫째의 허리에 꽂혔다.  나는 바로 앞에서 내 아이가 자전거에 부딪혔지만 영화처럼 극적으로 구할 수 없었고 손조차 뻗지 못했다. 첫째는 키가 작고 체구가 작다. 자전거는 이내 멈췄지만 아이는 고꾸라졌다.

자전거에 탄 아이가 브레이크를 잡았는지 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브레이크는 내 근육에도 있었는지 그 순간에 엄마인 나는 움직이질 못했다.

다만 내 눈은 빠르게 아이의 모습과 자전거 운전자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아이는 경쾌한 목소리로 쏘리를 외치고 자기 부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자전거를 탄 아이의 부모는 이 모든 상황을 어쩌면 나보다 더 정확히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와서 우리 아이의 안부를 묻거나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았다.


울던 아이는 한참 후에 진정이 되어서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도 허리가 계속 아프거나 움직일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계속 상태를 묻고 부딪힌 부위를 보아도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 마음엔 아까의 사고가 흔적을 남겼다.

자전거를 탄 아이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말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기보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그 한마디를 하고 유유히 돌아갔다.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그 아이의 부모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전거를 탈 때, 킥보드를 탈 때, 그냥 미끄럼틀을 탈 때도 가슴이 철렁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처럼 일요일 오후 온 가족이 나들이를 나오는 이러한 큰 공원에서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놀다 보면 다칠 수 있고 실수할 때도 있다. 

아이는 그럴 수 있다.  실수할 수 있고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는 그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사람이 많을 때 조심해야 함을 알려주고

혹시 자신이 피해를 끼친 경우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하며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아이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는 일은 부모로서 참 행복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 가족도 오늘 그 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사고가 있었고 우리는 해당 부모에게 사과를 듣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속으로는 당신 자식이 우리 아이를 이렇게 아프게 했는데 왜 사과 없이 멀뚱히 보고만 있느냐고 드잡이를  했다. 현실은 나나 남편이나 그런 말 재주도 없고 객기도 없는 사람이라 놀라서 우는 아이를 그저 안아줄 뿐이었다. 


솜사탕, 놀이터, 미끄럼틀, 꽃...

공원에 갈 때마다 예쁜 기억들이었는데 오늘의 사고는 아이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을 부모가 직접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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