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음가짐 2
‘그저 신나게 달려가서 먼저 넘어지는 게 장땡이다. 넘어지더라도 경계선을 넘어선다면 내 삶이 흥미진진해질 테니까.’ (윤소정의 생각구독 4월호)
먼저 넘어지는 게 장땡이다! 이 말이 마음에 꼭 든다. 나도 요즘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다. 새로운 곳에 들어가고 넘어지고 경계선을 넘고 흥미진진하고. 흥미진진하기만 하다면 어떻게 되든지 해보고 싶고 궁금하다. 궁금하고 해도 된다 싶은 건 다 해도 된다. Warum nicht? (안 될 건 뭐야?) 들어갔다가는 한번 넘어질 것 같은 곳에, 새로운 경계선을 넘어야 하는 곳에 가는 건 어렵고 긴장된다. 근데 많은 경우 그렇게 넘어가서 얻은 것들이 가장 재밌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아끼는 것들이 된다. 수강 신청을 할 때 가장 안전한 기분이 들고 신청하기 부담이 없었던 건 영어 수업이었는데 영어 수업들은 다 재미없다. 독일어로 된 수업이라, 교환 학생은 아무도 듣지 않아서, 낯선 곳이라. 떨리고 긴장하며 신청하고 가보았던 춤 수업, 그림 수업을 가장 좋아하고 있다.
먼저 넘어지는 게 장땡이다! 용기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내 삶이나 존재의 안정적 임보다 흥미진진함을 추구하다가 생기는 것. 넘어지는 것보다 해보지 않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걸 더 걱정한다.
이런 마음으로 5월을 시작했고 많이 실망하고 지쳤다. 현재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지내는 게 아니라 더 원하는 것을 바라는 상태, 노력하는 상태가 되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많아 지칠 일도 많아진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들은 여전히 친해지고 싶은 상대로 남았고 학교에서 무슨 행사나 파티가 있다거나 친구들이 재밌는 일이 있었을 때 이번 주말도 별다른 일정을 만들지 못한 나는 ‘왜 나 초대 안 해? 왜 나 안 데리고 가?’라며 삐딱한 마음이 들기 일쑤였다. 시도하기는 계속했던 것 같다. “같이 산책해도 돼?” “언제 같이 요리해 먹자!” 그런 말을 뱉어내기 전에 온몸이 떨렸다. 원하는 걸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은살이 많이 생긴 걸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용감하고 당찬 사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넌 아무 데나 가서도 그냥 친구 잘 사귀잖아. 말을 잘 붙이고 질문도 잘하고. 나한테 산책 같이 하자고도 했잖아. 난 그렇게 못해. 너무 내성적이야. 진짜 못하겠어. 난 교환학생 안 갈 거야.
*아니야! 나도 낯 많이 가리고 나도 원래 그렇게 외향적이고 모르는 사람한테 말 잘 거는 사람 아니야. 여기서는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니까 하는 거야. 너도 막상 가면 할 수 있을 거야.
독일에서 만난 친구들은 쉽게 내가 원래 척척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어디에 가서든 친구를 금방 사귀는 사람이라고 오해했다. 그들에게 말을 걸었던 나도 엄청 떨고 있었고 그게 내게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내가 그때 그들에게 보인 모습으로만 나를 판단할 수 있다. 긴 시간 만나지 않아 순간 이상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다. 항상 순간 그 이상의 사람을 보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그들의 다른 일상도 볼 수 있게 되길, 그들의 집이나 방에 가보길 바랐다. 더 특별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에서 만난 사람이나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나 똑같은 기대를 걸었다.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도 그냥 걸을 때도. 누가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바람은 분명 나를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데려갔다. 마음가짐이 순간의 선택들을 만드니까. 하지만 기대와 실망, 기다림을 반복하느라 마음이 힘들었다. 그들이 내게 갖는 가능성보다 내가 그들에게 갖는 가능성과 바람이 너무 컸다. 왜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지, 왜 내게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왜 나와 더 친해지지 않는지. 헤아리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의 일상은 내가 없어도 학교와 일, 가족과 친구로 과부하였고 그들에게 이미 있는 어떤 것을 빼고 그 자리에 나를 넣어줄 만큼 내가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말이 잘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데이트 어플로 데이팅 상대를 구하는 것이 쉽지 친구는 더 어려운 거였다. 그들의 시간은 항상 내가 들어가기 전에 만석이었다.
그래도 나는 항상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갔고 그렇게 건져 올린 많은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