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3일 전, 실감이 나냐고요?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팁

by 반하의 수필

주변에서 물어요. 3일 후면 먼 나라에 있을 텐데, 기분이 어떤지, 실감은 나는 지요. 제 대답은 이렇답니다.




글쎄요.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설레서 잠 못 들지도 않고, 긴장이 되어서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되지도 않아요. 실감이 난다는 말이 마구 긴장이 되고 걱정되고 무서워지는 감각이라면 아마 공항에 가는 길이나 출국 심사를 마치고 혼자가 되었을 때, 환승하는 낯선 나라에서 혼자 비행기를 기다릴 때, 혹은 모국어가 보이지 않는 곳에 도착했을 때 찾아올 수도 있겠어요. 가족들과 일 년 동안 떨어져 보는 것이나 다른 나라에 한 달 이상 살아보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무섭고, 긴장이 되는 것도 잠깐일 거예요. 하루 이틀 지나면 금세 새로운 일상에서 즐거운 일도 생기고 편안함도 느낄 테니까요. 난 대부분 현재를 살 뿐이고 지금은 친구들 옆에, 가족들 옆에, 내가 쭉 지내왔던 곳에 있으니 긴장되지 않고 무섭지 않아요. 며칠 차이라지만 그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미리 끌어올 수가 없어요. 꼭 그 상황에 처해야만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체험할 수 없으니까요. 찾아오는 감정들을 성실히 느끼고 싶어요.



새로운 기쁨과 설렘도 있고 새로운 편안함을 만들 수도 있고 무섭고 두렵고 막막하고 힘든 날들을 지날 수도 있겠죠. 어떤 날들이 올 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불확실성 앞에서 나름 태연할 수 있는 건, 내가 나를 안다는 감각에서 와요. 내가 좋아할 사람들의 분위기, 혼자 있을 때 내 모습, 기분 좋을 때의 감각과 어색하고 주늑이 들 때의 모습들. 어떤 곳이든 내가 갖는 모습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리 막연하지는 않아요. 이제껏 일상에서 그런 것들을 찾느라 애썼고 새로운 나를 찾으러 떠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나라는 사람의 모양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요.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글로 적고, 영수증이나 티켓을 일기장에 붙이고, 늘 새로운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고, 대화를 시작하고, 산책을 하고, 살짝 어두운 노란 조명과 나무 탁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편안하게 나로서 존재할 때의 모습이 환경마다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런 한 가지 모습인 것 같았어요. 독일은 왠지 그런 일상을 보내기에 잘 어울리는 곳일 것 같아요.



떠나는 것이 무섭다면 지금 있는 일상에서 정말 좋은 것을 찾고, 그것을 반복해 보세요. 가령 재스민차를 끓여서 노란 찻잔에 매일 아침 마셔요. 그리고 떠난 곳에서 그 차와 찻잔을 가지고 똑같이 매일 아침 차를 마시는 거예요. 나의 경우에는 매일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어요. 몇 년째 쓰고 있는 필통에서 익숙한 펜을 꺼내 몇 줄 적어 내려요. 글씨에 집중하니 몸이 책상 쪽으로 잔뜩 기울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들어요. 그 시간의 질감은 방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비슷해요. 그렇게 어디에서나 반복할 수 있는 나만의 행위가 있으면 안심이 돼요. 덜 겁내며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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