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미술 여행 (10) 떨리는 발표와 새미의 응원

“나 이쏘, 피피(Pipi)” “하리! 할 수 있어! 그냥 대충 해!"

by 반하의 수필



다른 친구들이 그동안 한 팀씩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해왔던 것처럼 나와 은주의 차례가 마지막 순서로 돌아왔다. 우리는 한국의 미술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었고 나는 정선, 김홍도 작가와 같은 전통적인 한국화를, 은주는 당시 파리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던 김수자라는 한국 작가에 대해 발표를 준비했다. 무척 열정을 가지고 발표 준비를 하는 은주에 힘입어 발표 준비에 정성을 쏟지 않던 나도 며칠 밤은 더 준비를 했었다. 매번 피드백 시간에 내 그림의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입을 떼는 것은 떨리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긴장되고 어려웠다.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일찍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어지러워졌다. 배가 딱딱하게 굳고 표정도 없어졌다. 며칠간의 피곤으로 이미 입술 주변에는 나의 고질적인 병인 헤르페스가 퍼져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그림 피드백을 하는 시간에 새미는 조용히 다가와서 “괜찮아?”라고 물었다. 괜찮다고 답했지만 조금 후에 또 물었다. “좋아?, 괜찮아?, really?” 내 얼굴이 괜찮지 않아서 인지 한 3분에서 5분에 한 번씩은 영어와 한국어로 같은 질문을 계속해주는 것이 감동이었다. 발표 때문에 떨린다고 말하자 새미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폭풍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하리! 할 수 있어! 그냥 대충 해! 아무도 신경 안 써. 그리고 다 네 친구들이잖아. 편하게 지금 말하는 것처럼 하면 돼. 너는 말을 잘해. 잘할 거야. 대충 해버려!”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도 그랬다. 큐는 내게 chill 하라고 말했다. Chill 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여전히 잔뜩 긴장해 있는 내게 큐와 새미는 눈빛을 주고받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Be yourself, because you! are! perfect!” 동시에 같은 속도로 말한 후 손뼉을 짝 맞추고 “빼애애애애앰”이라며 만족스럽게 웃던 새미와 큐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빵 터졌다.


첫 영어 발표는 별다른 사고 없이 금방 지나갔다. 중간중간 말이 막혀 몇 초의 공백이 있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새미의 눈빛과 말들이 얼어 있는 내 마음을 녹이는 것을 보고 실제로 위안이 되는 것을 보며 나는 그의 방식을 꼭 꼭 기억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답해도, 괜찮지 않아 보이면 자꾸자꾸 물어봐주고 “Be honest. Don’t lie.”라고 말해주며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된다고, 들어주겠다고 말하는 그 아이에게 솔직한 한 마디를 더 하게 되어 좋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돼야지.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는 새미. 하루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새미가 “나 있소 피피(Pipi)”라고 말했다. 철석같이 알아듣긴 했지만 그건 I have Pipi라는 뜻이라며 우리는 박장대소를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다니! 외국어는 새미처럼 능동적으로 자신 있게 해야 한다. 새미는 한국어를 진짜 공부하는 친구보다 더 잘 말한다.

모해~라고 늘 묻던 새미와 새미 덕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유행처럼 번진 모해. 그리고 잘 자-와 농담.


새미에게 푹 빠진 나와 은주는 새미와 놀지 않을 때에도 새미 이야기를 했다. “새미는 어떻게 이러지?” 너무 마음이 예쁘고 웃기고 다정한 새미를 탐구하며 아들을 낳으면 새미 같이 자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런 새미와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별을 어떻게 견딜지 막막했다.









스크린샷 2025-07-24 오후 5.41.32.png 발표는 너무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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