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반짝일 날을 기다리기
별다른 흥미로운 일 없이 월요일이 오고 또 일요일이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쪽자리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에서 옛날 미국 시리즈인 길모어 걸스를 보거나 마트에서 싼값에 산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잔뜩 먹는 것을 즐겼다. 시간 맞춰 수업에 갔고 시시하게 돌아왔다. 자주 한국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메뉴는 파스타부터 월남쌈까지 다양했다. 친해지고 싶었던 아나벨, 율리아, 베라 등의 친구들은 여전히 내게 작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수업에서 만났을 때 인사조차 내가 먼저 해야 겨우 대답을 받았다. 나와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구나, 그만 기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공짜 방과후 수업처럼 제공되는 스윙 댄스 수업에 갔고, 다른 심심한 저녁에는 친하게 지내던 교환학생 친구 아이쟌과 배드민턴을 치기도 했다.
혼자라도 어디든 가볼 요량으로 외출한 날이었다.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대만에서 온 교환학생인 자넷을 만났다. 영어를 잘하고, 붙임성이 좋은 자넷과 인사가 대화로 이어지고 곧 나는 그녀의 이케아 나들이에 동행한다. 자넷은 주로 교환학생으로 온 오스트리아 친구, 덴마크 친구와 어울렸다. 셋은 매주 운동 삼아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한다고 했다. 교환학생 친구들은 대체로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어울린다. 우리는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약속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들 할 일보다는 시간이 많고, 적극적으로 노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1년을 머무는 나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전부 기간이 6개월이었고 난 독일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교환학생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건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즐겁게 지내는 자넷을 보니 나도 가진 것, 좀 더 쉽게 되는 것에 만족하고 즐겁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넷과 이케아 나들이를 다녀온 후 은주, 현서, 아이쟌, 올리 등 친한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날씨가 좋아서 쉽게 웃음이 나고 행복했다. 지는 해가 주홍빛으로 반짝이는 시간을 지나고 이내 어둑어둑해졌다. 배드민턴을 정리하고 돗자리를 접고 있을 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나를 찾는 사람은 청소 상태를 지적하는 플랫메이트 마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받은 아나벨의 메시지였다. “안녕 하리, 우리 학교 잔디밭에서 놀 건데(chillen) 너도 올래?” 어안이 벙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