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뇌경색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던 내게
친구들이 글을 써보라 제안했다.
수많은 검사를 해봐도 아무런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백신 부작용을 의심했으나 그 누구도 인과관계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
시간이 지나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당시의 상황을 뭐든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글로 남겨두면
훗날 나에게도 '그랬었지...지금은 이렇게 멀쩡한데'하고
돌이켜보며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올해로 서른이지만, 병원에서는 모든 것이 만 나이로 진행되기에
28세, 뇌경색 환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래서 이렇게 건강하던 2030 세대도 뇌 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병원에 정말 많다는 점을 알릴 겸,
'만 28세, 뇌경색 판정받았습니다'라는 타이틀로 일상을 적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얼렁뚱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상황을 얼김에 슬쩍 넘기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어찌저찌 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닌, 그런 묘한 뉘앙스의 말이다.
무거운 일상이라도 가벼운 글로 담아냈기에
각 잡고 시작하는 듯한, 본격적인 수식어를 붙이고 싶진 않았다.
이 일기는 말 그대로 얼렁뚱땅,
스스럼없이 시작한 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대충 쓴 게 아닌, 그런 일기다.
입원 생활 중 있었던 일들과
그때마다 느낀 생각을 꾸밈없이 담은
나의 얼렁뚱땅 투병일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