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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y 25. 2024

소화 불량으로 밥 말고 다른 것을 찾아보겠습니다.

연재를 하다 보니  김치와 국수 이야기가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집집마다 김치는 있었고 밀가루가 쌀보다 저렴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쌀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는 분식을 하고 죽을 끓여서 먹었다. 된장을 풀어놓은 큰 가마솥에 싸리기와 아욱을 넣어 아욱죽을 끓였다.  커다란 나무주걱을 두 손으로 잡고 저어 가면서 끓이던 할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욱죽 끓였다고 드셔 보시래요."

이웃집 아주머니께 죽을 가져다 드렸다.

"아이고야. 맛나겠네. 잠깐 기다려봐."

부리나케 그릇을 비워서 들고 나오시는 죽그릇 속에는 스카치캔디가 들어 있기도 하고 자식들이 사다 준 귀한 과일을 넣어 주시기도 했다. 음식을 이웃과 나누던 할머니의 큰손을 보면서 우리 집은  부자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아서 나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에 나누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음식을 나누고 담아간 그릇을 빈접시로 보내지 않았던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면 진정성에 의심을 받을까?  주지도 받지도 않는 시대, 주려면 명품백 정도 내밀어야 하고 금액을 정해 놓고 마음을 전하는 이 시대가  나와 안 맞는지도 모르겠다.  


불행하고 딱한 삶이라는 감정을 끌어안고 지냈다. 연재를 시작으로 떠난  추억여행,

'밥 한 번 먹자.'는 행복한 기운을 다시 찾아오는 시간이었다. 실제사건이나 원래 느꼈던 맛이 희미했지만 행복한 감정은 또렷하게  남아서 나를  안아 주었다. 과거를 떠올리면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빠 귀가 간지러웠을 것이다. 사랑받고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감사하는 시간이 되었다.


"연재가 부담스럽지 않니?

글을 쓰는 일이 또 다 스트레스가 될까 봐 걱정스럽게 친구가 물었다.

"스트레스는 있는데 쓰다 보면 좋아.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지 뭐."

15회가 목표였지만 글을 쓰면서 나는 행복했다. 내 아픈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주고 공감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이 있어서 매주 즐겁게 연재를 할 수 있었다. '글 쓰는 작업은 나에게 감사를 가르쳤다.'


가장 큰 행복은 이 글을 공감해 줬던 작가님들이다. 내 필력과 상관없이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진심 가득한'응원과 댓글', '구독과 좋아요.'를  아끼지 않고 표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 글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마음을 잡기 위해서 시작했다.  남편 때문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남편 이야기가 대부분의 주제가 되었다. 덕분에 라는 말을 쓰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덕분에 글 쓰는 시간도 늘어났고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도 늘었다. 내가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더 노력해서 내년 2주기쯤, 나도 남편에게 보란 듯이 내 책을  선물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독자님들께~

'밥 한 번 먹자.'도 아직 얘기가 많지만 날짜를 정하지 않고 올리려고 합니다. 삼계탕을 먹는 날, 닭 잡은 이야기도 올리겠습니다.  텃밭에 오이랑 마늘종을 뽑는 날에 오이소박이, 오이냉국이나 마늘종 요리에 대한 추억도 꼭 올리겠습니다.


다음 연재 고민 중입니다. 아직 어떤 이 이야기를 어떤 장르로 쓰는 것이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인지 찾아가는 중입니다. 댓글에 작가님들의 많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성격상 오래 쉬지는 못합니다. 꼭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대업을 달성하고 멀리 떠나는 사람 같은 글이 되었는데, 아닙니다. 소소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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