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식 작가의 『다산의 독서 전략』에서 발견한 글귀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라고 물었을 때 적절한 답을 고민하던 중에 발견한 대답이다. 의무감 때문이라거나 두리뭉실한 효과를 운운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능동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인간의 삶에서 '어떻게'보다 '왜'가 항상 앞서는 이유는 '왜 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이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의욕 넘치게 계획한 새해 목표가 작심삼일(作心三日)에 적합한 인용 사례로 매번 전락하는 이유도 결국 어떻게 할 것이라는 방법에만 치중한 나머지 '왜'를 간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효과적인 독서법을 찾기에 앞서 왜 읽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독서의 가치를 알아야 꾸준한 독서도 할 수 있다.
결정적인 만남
우리는 반드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성될 수 없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빼어난 스토리, 문장력, 어휘력 따위를 배울 수 있고 또 모방할 수도 있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체력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글쓰기를 잘하려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를 잘 나타내는 어휘를 잘 알아야 하며, 이는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 유시민, 『공감 필법』
스티븐 킹, 무라카미 하루키, 유시민은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작가의 모습과 가장 근접한 작가들이다. 그런데 우리 몰래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이 세 작가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문호를 비롯한 유명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꾸준한 독서가 작가 역량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독서는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명제는 공리에 가까운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는 글쓰기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소중한 가치를 가졌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심각한 고민보다는 가볍게 책을 펼쳐보자.
후회 없는 선택
선택은 늘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 살다 보면 의식적인 선택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순간이 더 많지만, 우리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이 차곡차곡 쌓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선택이 많을수록 성공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다.
소중한 나만의 시간을 위해 좋은 책 한 권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이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정보의 완성도 면에서 책처럼 정교한 결과물은 없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것은 작가의 사상을 담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우주 속에는 단지 작가의 주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설득력 있는 사례, 작가가 파악한 정보, 직접 공부한 지식, 고민을 통한 삶의 성찰 등이 정제된 언어로 담겨있다.
물론 모든 책이 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출판물로 나오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는다. 작가의 원고 창작, 출판사의 출판 가능성 판단, 편집자와 작가의 편집 과정, 판매를 위한 유통과정 등 독자에게 책이 전달되기까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과정들을 온전히 통과하려면 원고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며, 출판물로써 그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책을 선택하자.
품위 있는 인생
고즈넉한 겨울밤, 화려하진 않지만 안온한 책상 앞에 나 홀로 앉아있다. 사각사각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청아하다. 저번 주까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었다. 비슷하게 진보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지만 동양철학에 관해서도 대가인 신영복 교수가 생각나서 어제부터는 『담론』을 읽고 있다. 두 책 모두 자본주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이 각각 어떻게 해결방안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이러한 생각을 정리해서 간단한 칼럼 한 편을 써도 좋을 것 같다.
실망스럽겠지만 당연히 상상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은 미래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같은 생각은 공감하면서 혼자서는 불가능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텍스트를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마음에 담는 독서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생은 닮았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는 격언은 이러한 의미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보는 눈을 넓혀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이번에도 책장을 넘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