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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Mar 08. 2024

에필로그.14kg감량과 지속중인 1일1식

체중변화에서  삶의 변화로!

8개월의 여정을 기록하는 동안 어느 덧 계절은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서 봄이 시작되는 3월이 되었다. 매주 1일1식에 관한 글을 한편씩 쓰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참 빠르게 갔다. 온전히 내 몸과 마음에 집중했던 귀한 시간이었다. 나의 정체성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엄마와 선생이라는 역할에서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늘 타인에게 집중하고 그들의 필요와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집중하던 시간을 줄이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그 시간동안 1일1식을 하고 동시에 그것을 기록하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이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중감량, 야식 증후군과 만성피로 해소, 지독한 식곤증과 탄수화물 중독에서 탈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4년간의 피부 발진이 없어졌으며, 만성적인 우울감과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증까지도 완전히 없어졌다. 그것도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일반적인 다이어트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좋아졌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단지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긴 음식을 가급적 거의 먹지 않았을뿐이다.


완전하게 끊어내지는 못했다. 8개월간 한달에 한번이나 때에 따라 2주에 한번씩 밀가루 음식을 먹기도 하고, 치킨은 2-3번 맥주 한잔과 먹기도 했다. 평소 식단 조절을 자신을 위한 보상차원이었지만 예전처럼 그런 음식들이 엄청 유혹적이지 않고, 전처럼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절제하기도 쉬웠다. 그렇다고 마음에서 완전히 그런 음식들을 멀리하기엔 그런 음식들을 너무 자주 가까이 두고 살았던 탓일 것이다. 어쩌면 그정도쯤은 먹어도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이 가장 이유일 것이다. 매일 수시로 먹었던 것들을 한달에 한번이나 2주에 한번 그리고 어쩌다 한번 먹는다고 큰일 나지는 않을테니까.


그리고 최근에 겪은 원형탈모와 식이조절이 되지 않은 현상을 다시 겪으면서도 식단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나 자신을 자책하지 않았다. 몸에 좋지 않은 유혹적인 음식들을 완전히 멀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 상황과 과도한 책임감이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벽주의로 인한 자책대신 이것도 하나의 과정일뿐이라고 넘어지지 않고 살수는 없는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한끼를 더 챙겨먹거나 간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내 몸의 필요에 대해 집중하고 내 마음의 힘듦을 알아주었다.


그렇다.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긴음식들을 제한하는 1일1식을 하면서 얻었던 가장 소득은 이제껏 가장 무관심했던 '내 몸'을 돌보고, 안다고 착각했던 '내 마음'을 수용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나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조금은 거리를 좁혔다. 나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한끼- 귀리밥, 소불고기 전골과 김장김치

오늘의 한끼 메인 음식은 소불고기 전골이다. 특히 캠핑을 갔을 때 자주 해먹는 가족 모두의 최애 음식이다. 소불고기 양념을 하고, 500미리 정도의 물과 일본식 간장을 두어 스푼 넣어 육수를 짜지 않게 만들고 좋아하는 야채와 당면을 넣어 끓여 먹으면 된다. 고기에 야채를 건져 먹다보면 어느 새 밥은 뒷전이다. 그래도 나는 탄수화물을 적절하게 먹어줘야 식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이니 귀리밥도 적당량 먹어준다. 여기에 잘 익은 김장 김치를 곁들이니 겨우내 쌓인 피로가 가신다. 나에게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음식의 따뜻함이 온 몸의 세포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감' 밖에는 없다고 말한다. 공감이라는 말을 과하게 소비하고 있는 요즘이라 '공감 피로 증후군'이 생길 것만 같다. 공감이라는 말은 너무도 쉽고 가볍게 소비되는 것에 비해, 진정 내가 원하는 공감을 제대로 받을 수도 없고 나 역시 타인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에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진짜 공감'은 상처 받은 사람의 슬픔과 고통의 깊이와 비례하여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이 세상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천운으로 좋은 부모나 배우자를 만났거나,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유능한 상담사를 찾지 않는 한 진정한 공감은 불가능에 가깝다. 너무도 당연하게  나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는건 오로지 나뿐일테니.  그래서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 진정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절대적 이유다. 어렵지만 그게 그나마 가장 빠르고 쉬우며, '운'이 아니라 노력으로 가능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분은 신박하게 '소울푸드'를 먹는 것으로도 '공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친한 친구에게 힘든 일을 털어 놓았다가 어설픈 공감에 되려 상처를 받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그 시간이 더 큰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괜히 소울푸드라고 하겠나 그러니까 '소울푸드'겠지. 그러니 나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해줄 건강한 소울푸드 목록을 만들어보는게 어떨지...




20대이후 다이어트라면 지겹게 해왔지만 숫자에만 집착한 나머지 건강을 놓치고 있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목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단을 하기로 하고 시작한 1일1식으로 체중감량은 따라오는 보너스 같이 잘 빠졌다. 1일1식 4개월에 10키로 감량하고, 8개월차에는 총 14키로 감량하였다. 1일1식 전에 167cm에 71kg였던 몸무게는 현재 57kg키로가 되었다. 운동없이 설, 밀,나,튀를 제외한 기존에 먹던 음식들을 그대로 먹으면서 말이다. 그것들을 제외해도 먹을 것들은 너무도 많았고, 다이어트 샐러드나 다이어트 음식들을 먹지 않고도 많은 건강적인 효과들을 볼 수 있었다.


더이상의 체중감량보다는 앞으로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좀 더 단정하게 만들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한끼를 더 늘려 1일2식을 할 예정이다. 아침.점심을 먹을수 있고 점심.저녁을 먹을 수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일단은 앞으로 4개월은 더 1일1식을 계속 기본으로 가지고 갈 생각이다. 그렇게 1년의 과정을 실험하고 난 뒤에 어떤 한끼를 더 먹을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한끼를 더 먹을 경우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 목록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늘 그랬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건 질색이다. 단순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그러면서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음식으로 나의 식단을 완성해보려 한다.


1일1식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감사일기'가 그 시발점이었는데 1주일간 감사한것들을 적어보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에 대한 감사였다. 나쁜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임을 알고, 행복을 소유와 성취라고 생각했던 집착의 끈이 '뚝'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나의 마음은 늘 저기 먼 미래의 어디쯤에나 행복이 숨어 줄 알고 방황할 때, 나의 몸은 땅을 딛고 고군부투하고 있었음을 알게한 것이 1일1식이다. 수시로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나약한 마음을 달래는건 언제나 우직한 '몸'이었다. 어지러운 마음의 집착과 욕심을 따라다니다 지쳐버린 몸을 돌보던 8개월의 시간을 지나 다시 맞이한 봄을 두눈으로 볼 수 있음에, 두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현재, 지금, 여기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한 날들이다.


71kg --> 57kg

# [나의 음식 해방일지 1]에 담은 부족한 글들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1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1일1식 1년의 실험을 완주하고 다시 [나의 음식 해방 일지 2부]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다들  자신만의 소울푸드를 먹으며 별일 없는 날들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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