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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Feb 02. 2024

아직 버리지 못한 간헐적 폭식

1일 1식 후 한 달에 한 번은 폭식데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먹지 말아야 할 것들만 제한했던 첫 달을 무사히 마치고 몸 컨디션이 좋아진 것을 체감했다.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온몸을 감싸던 젖은 거적때기 같은 만성피로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낮 12시 무렵에 먹었던 첫끼에 콩밥과 함께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들을 충분히 먹어주니 쉽사리 배가 꺼지지도 그래서 갑자기 허기가 지지도 않았다. 어느 날 바빠서 우연히 저녁때를 놓쳐 그냥 잠이 들었던 것이 계기였다. 다음 날 몸 컨디션이 괜찮았다. 하루 한 끼만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1일 1식을 시도해 보았다. 한 달 동안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과 튀김을 먹지 않은 탓에 식욕조절은 잘 되었고 그래서 1일 1식에 무사히 안착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 끼만 먹기엔 너무도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루 한 끼만 먹기에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은 너무도 많다. 살면서 많은 음식들을 먹어왔지만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의 다양한 요리들을 들여와 변주를 해서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소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없는 음식이 없다. 기존의 우리 것과 남의 나라 것 그리고 우리 것과 남의 나라 것을 섞은 것까지.....


그런데 셀 수 없이 많은 음식들이 있고 먹어보았어도 나는 결국 어릴 때 익숙하게 먹던 것으로 돌아가거나, 선호하는 음식들은 정해져 있어 늘 같은 것들을 돌려가며 먹게 된다.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는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조리가 복잡하지 않아야 하고 먹었을 때 식곤증을 불러오지 않는 음식이다.

 

렌팅콩밥, 나물과 닭볶음탕


오늘의 한 끼는 렌틸콩밥과 설탕대체제인 알룰로스를 넣은 닭볶음탕과 여러 나물 반찬이다. 닭볶음탕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해 먹는 음식이고, 나물은 내가 좋아한다. 그런데 나물하고 밥만 먹으면 금방 소화가 되어 식욕조절이 잘 안 된다.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었을 때는 금방 배가 꺼지고 식곤증이 심해 지방과 단백질을 탄수화물을 먹는 만큼 먹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정해진 양을 먹기보다는 그날그날 배가 부르다는 신호가 올 때까지 충분히 먹는다. 나에게는 특히 '충분하다'는 이 느낌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더 식욕조절이 쉬웠다.


가족들과 먹는 식사 중 한 끼는 같은 것들을 먹지만 그 외의 식사와 간식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빵을 먹거나 라면을 끓이거나 돈가스를 먹거나 과자를 먹거나하는 상황에서 의연하게 지켜보기란 쉽지 않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고 그 유혹을 참아내는 게 쉽지 않다. 매일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실 때면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먹고 싶은 욕구와 충동을 누르는 것은 예전에 비하면 매우 쉬웠지만 그런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자구책으로 한 달에 한번 폭식을 의도적으로 하기로 했다. 식단관리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분명했지만 계속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 아예 먹지 않았던 것들, 절제했던 것들을 한 달에 하루는 내게 허용하는 것이다. 식단관리를 시작하고 처음 4개월은 한 달에 한번 뷔페를 가거나 캠핑을 가서 먹고 싶은 것들을 맘껏 먹었다.

한 달 동안 식단을 잘 지켜온 나 자신에게 주는 포상 같은 것이었다. 억눌린 음식에 대한 욕구를 그 하루에 풀고 다시 한 달을 잘 유지해 보자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자 뷔페를 가서도 아무거나 먹지 않게 되었다. 아무거나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자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으로 설탕, 밀가루, 튀김류는 가급적 제일 나중에 가장 적게 먹었다. 아무리 일탈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란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수많은 유혹적인 음식들 앞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고, 몸에 좋은 것들 위주로 우선 먹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샤부샤부 같은 야채와 고기 국물류가 있으면 그것들을 충분히 먼저 먹는다. 그런 것이 없을 때는 샐러드류와 고기류를 먼저 먹는다. 그렇게 폭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좀 걸어준 뒤에는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담아 조금씩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달달한 디저트와 음료에 대한 강한 욕구는 거의 사라진다. 의식적으로 참은 것이 아니라 대체할 것이 충분하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었다.




1일 1식을 한지 이제 7개월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한 달에 한번 마음껏 먹는 '폭식데이'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폭식데이를 갖든 그렇지 않든 심리적 하한선을 정해놓으니 평소 음식의 유혹이 생겼을 때 잘 넘길 수 있고, 폭식데이가 왔을 때는 잘 지켜온 식단 덕분인지 건강을 해치도록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평소에 식단을 잘 지켜와서 그런지 이제는 달고 기름지고 가공된 탄수화물들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1일 1식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늘어가는 체중 걱정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스무 살 이후 수많은 다이어트를 반복했던 터라 이제 더 이상 '체중감량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지인들과 습관처럼 나누던 그 인사를, 그저 덕담으로만 남겨두었던 말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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