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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Jan 26. 2024

알고리즘 신의 계시 3- 움직여라!

운동보다는 1일 1식이 더 쉽다.

전생이란 게 있다면 나는 아마 나무늘보였지 않았을까. 포유류인 나무늘보는 한 끼 식사를 모두 소화하는 데 2주 정도 걸리며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매일 20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한다. 나 역시 일상에서의 기본 활동량 자체도 많지 않다. 게다가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아 나의 대사는 매우 느릴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아침밥 먹으라고 일찍 깨우는 것이 내게는 벌 받는 느낌이었으니, 삼시 세 끼는 나한테는 너무 과하다. 그래서 스무 살 이후로는 하루 2끼만 먹고 살았다. 그렇게 두끼만 먹어도 몸무게는 언제든 방심하면 쉽게 늘었다.


10대 20대 때는 몸이 젊고 건강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할 일들도 많았으니 내가 그렇게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인지 사실 잘 몰랐다. 더구나 30대는 온전히 육아에 집중하던 시기였으니 필연적으로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두 살 터울의 남매를 키우다 보면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일 짬이 없다. 거기다 식사와 집안일까지 더 하면 아이가 자는 잠깐의 낮잠 자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내 손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40대가 되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일이 없었다. 가뜩이나 일을 집에서 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수업이 많은 겨울방학 때는 1주일에 한 번밖에 나간 적도 있다. 그래도 딱히 답답하지도 않고 살만했다. 이러니 운동은 언감생심.....


이불 밖은 위험해
오늘의 한 끼- 시래기감자밥과 청국장


오늘의 한 끼는 귀리와 시래기 그리고 감자를 넣어 밥을 지었고, 두부를 넣어 청국장을 묽게 끓였다. 거기에 제육볶음과 김치를 곁들여 먹었다. 한 끼 식사에서 최대한의 영양소를 얻어야 하니 밥에 '콩'말고도 이것저것 넣어 먹기도 한다. 시래기는 국을 끓여 먹기도 하지만 저렇게 밥에 넣어 제육과 곁들여 먹어도 좋고, 간장에 살짝 비벼 먹어도 좋다. 특히 청국장은 1일 1식을 하면서 더 자주 먹게 되었는데, 가족 모두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두부까지 듬북 넣어 끓이니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할 수 있어서다.


알고리즘 신은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을 꼭 챙겨 먹으라는 얘기를 수시로 일러주었다. 더불어 운동을 하라는 얘기와 함께. 이제 운동은 삶의 필수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정말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지만 대체로 생각은 하지만 여러 이유? 아니 핑계로 띄엄띄엄하거나 몇 달 혹은 몇 주를 지속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 수많은 핑계를 장착하고 단기간 다이어트를 목표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내 삶에서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했던 유일한 시간이 있었다. 6년 전쯤 우울증 약을 끊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하루 1시간-1시간 30분 걸었던 시간이다. 걷는 것이 좋다는 거야 이미 상식이 되어서 더 이상 말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직접 그 효과를 체감하고 걷기 예찬론자가 되어 이거야 말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이라고까지 했다. 헬스장에 가서 쇠질은 못해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수영장에 가는 부지런함은 없더라도 신발만 신으면 할 수 있는 '걷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아무 신발이나 신고 걸었던 탓에 '족저근막염'에 걸리고 나의 다짐은 지키지 못한 메아리가 되어 마음을 떠돌고만 있었다.


'걸어야 하는데 발이 아프니 어쩐담...'


그래도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본 뒤라 걷기 말고 다른 운동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가'였다. 20대 때 요가원을 4개월 정도 다니면서 기본 호흡과 자세를 배운 탓에 유튜브 영상만으로도 집에서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나와 스타일이 맞는 요가 선생님을 찾았고, 요가 매트를 주문했다. 더구나 그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이라 요가는 집에서 하기에 안성맞춤인 운동이라 걷기에 이어 1년간 꾸준히 이어갔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운동을 했던 2년 6개월 동안 드디어 우울함에서 벗어났고, 체중도 더불어 감량했다. 문제는 이것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아서 운동하는 동기가 사라진 것일까, 더 이상 살을 뺄 필요가 없어져서였을까? 아니다 내 몸과 정신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과신한 나머지 다시 예전처럼 무리하게 일을 하기 시작했고 '번아웃'이 왔다.


몸과 마음은 사실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힘들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몸이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에너지를 써야 하고, 마음이 버틸 수 있게 몸의 에너지를 썼어야 했다. 그런데 몸의 배려 없이 마음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자 몸은 그것을 감당하질 못하기 시작했다. 몸이 신호를 보냈지만 일에만 몰두하던 마음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무리를 했다. 마음은 지쳐갔고 결국 몸이 먼저 버티질 못하고 무너지니 버티고 있던 마음은 더 빠르게 무너져 갔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침대를 충전기 삼아 사는 생활을 지속해야 했고 입이 즐거워하고 원하는 것들을 먹고 체중은 다시 빠르게 늘어갔다.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몸이었을까, 내 마음이었을까. 사실 무엇이 먼저였는지 찾기 어렵다. 일단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일을 줄였다. 그래서 몸이 좀 편안해졌고, 여백이 없던 마음에 공간이 좀 생겼다. 하지만 사실 몸과 마음은 서로를 탓하고 있어서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었다. 몸은 마음을 탓하고, 마음은 망가진 몸을 탓했다. 나 자신에 대한 '공감과 수용'이 전혀 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나와 불화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화해할지 몰라 한참을 그렇게 길을 잃고 방황했었다.


건강해지고 싶다


아마 저 깊은 마음속에 있던 이 바람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간절한 마음은 해답을 찾기를 원했고, 결정적으로 1일 1식이 큰 전환이 되었다. '감사일기'를 썼고, '1일 1식'을 하면서 눈에 띄게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나와의 불화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마음은 몸을 돌보고 몸은 마음을 위해 더 건강해지려고 애썼다. 사실 무너진 마음과 몸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에 대답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기질과 성격이 다르고,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주 심각한 경우라면 일단 약부터 먹어야 한다. 그렇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약으로부터 얻은 다음은  매일 햇볕을 보고 걷는 것이 좋다. 그렇게 매일 걸으며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나 자신을 수용해 주고 이해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감사할 것들을 찾아 써보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가진 것이 아주 많은 사람이고,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실은 그리 큰일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정말 큰일이라면 그 큰일을 아주 작게 쪼개서 보는 게 좋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




현재의 나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겨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오랜 시간 나의 무의식적인 선택과 의식적인 선택들의 합이다. 그러니 현재 나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난 어떤 강력한 의지로 단시간에 탈바꿈하리라는 과도한 의욕과 기대부터 내려놓았다.


꼭 해야 하지만 하기 힘든 일들은 언제나 최소한 작게 쪼개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기로 한 것이다. 평소 2끼를 먹고 있어서 1일 1식이 남들보다 쉬웠고, 식욕조절을 잘하려면 수면의 질이 좋아야 하니 12시 이전에는 꼭 자고, 자기 전에는 스마트 폰을 보지 않고 침실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 앉아 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의식적으로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일어난 김에 물을 마셔 목이 마르지 않게 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지만 매일 혼자 또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가까운 거리는 가급적 걸어 다니기로 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그의 유튜브에서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일하거나 공부하는 중간중간 1분씩 스쿼트만 해줘도 뇌 혈류량이 늘어나고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의사들이나 건강 관련 전문가들은 최소한 2가지를 강조하는데, 그것은 바로 햇볕 보면서 산책하기와 주 3회 정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근육이 많아도 좋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몸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뇌과학 관련 책을 보면 우리의 뇌는 움직이기 위해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뇌는 먹어서 또는 많은 학습으로 발달하거나 똑똑해지는 것이 아닌 움직일 때 가장 발달한다고 말한다. 충분한 운동을 하고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거나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책을 읽을 때 뇌 신경망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운동을 하고 학습을 했을 때 효율도 더 높아진다. 심지어 ADHD를 앓고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을 한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최근에는 알고리즘 신이 내 수준에 딱 맞는 운동을 하나 소개해줘서 '발뒤꿈치 들기'를 추가했다. 그래서 오늘은 반려견과 30분 정도의 산책을 했고, 집으로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올랐으며, 발 뒤꿈치를 들기를 200번 했다. 수시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일을 했다. 이게 무슨 운동인가 싶지만 나에게는 이 수준만 해도 기특할 정도다. 적어도 나무늘보에서는 탈출했으니 말이다.


봄바람 살랑, 봄비에 땅이 젖어 올라오는 흙냄새가 풍기는 그때가 되면.... 어린 새싹이 굳은 땅을 뚫고 생명력을 뽐내고 올라오는 그때가 되면.... 나도 그런 힘을 내보리라...!! 미사여구가 많아지고 말줄임표가 많아지는 거보니.... 자신이 없는 모양새다.


그래... 1일 1식도 하는데, 1일 1시간 운동? 까짓것!

아무래도 나무늘보가 환생을 해야 할 판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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