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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Mar 01. 2024

1일1식의 부작용과 위기

원형탈모와 야식

6개월의 1일1식을 마치고 7개월차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양치를 하면서 거울을 보던 중 앞머리 부분에 몰려 있는 흰머리가 거슬렸다. 40대 중반이 되니 중간중간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유독 앞머리 부분에 몰려 자라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2개월에 한번 뿌리 염색을 하다가 간격이 너무 잦은 것 같아서 새치커버 마스카라 제품을 사서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가려서 뿌리 염색 기간을 늘리고 있다. 그렇게 흰머리를 찾아 뒤적이고 있는데 정수리 부분에서 50짜리 동전만한 구멍을 발견했다.


 안그래도 6개월이 넘어서는 1월부터 유독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원형탈모'는 다른 이야기다. 이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영양결핍이거나 스트레스가 그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1일1식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몸에게는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다. 아무리 한끼에 영양을 최대한 섭취하려고 하지만 절대적인 칼로리 섭취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들어오는 영양소와 에너지가 적으니 몸에 저장된 지방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체중 감소 효과와 오토파지를 기대하는 것인데 그 대신 머리카락을 내주어야 하다니...


다행스럽게도 태생적으로 머리숱이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그래서 미용실에 갈때마다 머리숱 많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러다가 2번의 출산 이후 그 머리카락이 절반으로 줄고, 매년 반복된 다이어트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머리카락부터 빠졌다. 그럼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 내 두피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껍고 그래서 머리카락은 빠진만큼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었다. 매번 가는 미용실 원장님에게 머리숱이 너무도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10명 중 위에서 4번째로 많은 축에 속한다며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원형탈모라니! 얼른 들추었던 머리카락을 덮었다. 앞머리과 정수리 부분에서 우수수 자라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보면서 어서 다시 자라 구멍을 메우길 바랐다. 순간 1일1식을 그만워야 하나? 생각했다.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생각해보았다. 최근에 왜 이런 변화가 왔는지 짐작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겨울방학이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다. 새로 만나는 아이들과 갑자기 늘어난 수업시수를 감당해야 한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수업은 2배로 늘어서 몸에 더 큰 무리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1월에는 식욕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전처럼 밤 10시쯤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했던 적이 자주 있었다.


오늘은 고생이 많았던 거야.
그럴 수 있어!


오늘의 한끼- 시래기 감자밥과 콩나물국

오늘의 한끼는 생굴과 시래기감자밥과 콩나물국이다. 콩나물과 시래기와 굴은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다. 콩나물은 무침보다는 국이나 밥을 해먹는게 좋고, 굴은 생으로 먹거나 순두부에 넣어 먹는다. 시래기는 국이나 나물이 제일 맛있고 간혹 밥에 넣어 비벼 먹는다. 이 식재료들은 먹었을때 맛있고 배부른 느낌 이상으로 내 몸에 좋은 에너지를 채워준다. 식곤증도 없고 포만감도 충분하게 느끼게 하며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는 기특함도 느끼게 해준다.


 내 음식솜씨는 대략 음식 잘하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또 하다보니 어쩌다 늘어간 터라 조리법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못한다. 꼭 해야만하고, 매일 하는 일은 언제나 단순화시키지 않으면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도 그냥 먹을 수 있으면 조리없이 그냥 먹는 걸 선호하고, 조미료나 양념도 최소한으로 넣는다. 1일1식으로 원형 탈모가 생겼으니 한끼를 더 알차고 건강하게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계속 빠진다면 간단한 한끼를 더 늘려 먹을 계획이다.


1월 달력을 보면서 1일1식이 지켜지지 않아 저녁을 먹거나 늦은 시간 간식을 먹었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나 세어보았다. 어떤 주는 총4번이나 저녁을 먹었고, 어떤주는 2번을 먹었다. 가족여행도 있었던 주는 4번의 1일2식을, 일에 에너지를 많이 쓴 주는 2번정도 한끼식 더 먹었다. 그랬더니 1월은 절반 정도 2월은 3분1 정도 1일1식을 하지 못했다. 수업양이 갑자기 늘어났던 주와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인 주에 식욕조절이 특히 더 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과도하게 에너지를 쓰고 생활변화가 생겨 몸이든 마음이든 스트레스 상태였으므로 탈모가 오고 식욕조절이 되지 않은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욕조절이 안될 것 같은 날엔 이른시간이라면 저녁을 편히 먹는것을 선택 하고, 늦은 시간이라면 견과류를 먹는것으로 대책을 세웠다.


늦은 저녁시간에 생기는 식욕을 조절하는데 아몬드가 효과적이었는데, 아몬드는 지방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 B군과 비타민E가 들어있어서 영양도 챙기면서 갑작스러운 식욕이상에 대체하기 좋다.  내 경우에는 하나씩 꼭꼭 씹어먹다보니 10알을 넘어 먹기가 힘들었다. 지방함량이 높아서 그런지 많이 먹기 힘들면서 20알 정도 먹으면 식욕도 조절 가능했다.


그리고 주말 중 하루는 음식을 충분히 더 먹어주고, 이후 40시간 단식도 2주에 1회씩 해주었다. 그래서 1일1식을 지키지 못한 날이 많았던 1.2월에도 적은 변화지만 역시나 체중감량은 있었으며 우수수 빠지던 머리카락도 2월 중순이 지나서는 현저히 덜 빠진다. 또 많아진 수업량도 꺼든하게 해낼만큼  컨디션 역시 매우 좋았다.  


그렇게 위기의 겨울을 지나 맞이한 3월의 첫날, 2024년 올해 첫캠핑을 나왔다. 하필 이제껏 따뜻하더니 되려 겨울인 듯 입김이 나고 너무도 춥다. 일찍 핀 매화와 산수유가 민망해지는 그런 날이다. 겨울 지나 따뜻한 봄도 쉽사리 오지 않듯, 건강한 나의 삶 역시 싑게 얻어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반드시 온다.


그나저나 내 인생의 특별한 봄을 너무 일찍 마중 나왔나보다. 아고~손 시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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