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모든 책 읽기를 전작 읽기라 한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 전체를 읽는 전작 읽기를 하고 있으며, 이 전작 읽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독서 방법이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어떤 책을 만났다고 하자. 그러면 그 작가의 다른 책 역시 나에게 재밌을 가능성이 99%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서너 명의 작가의 전작 읽기를 꼭 하고 있다. 그리고 전작 읽기를 한 아이들은 그다음부터 어떤 작가의 책 또 안 나왔어요?라고 묻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다음 작품을 열렬히 기다리게 된다. 그 기다림의 즐거움과 설렘 역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몇몇 적극적인 녀석들은 학교 도서관에 가서 수업 중 읽었던 어떤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는 기특하게 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 작가의 이런 책이 있던데 선생님은 읽어봤냐며 어떠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어떤 녀석들은 나보다 더 빨리 신간이 나온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빨리 읽고 싶으니 은근 그 신간을 서둘러 사라는 압박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책수업을 하는 큰 보람이 아닌가 싶은 순간이다.
전작 읽기를 할 작가를 선택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연하게 만난 어떤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하면 그 책의 지은이를 확인하고 다른 저작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있다면 지금 읽고 있는 이전의 책들과 이후의 책들을 읽으면 된다. 작가의 첫 작품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도 좋고, 저작물이 많은 작가라면 널리 많이 읽혔던 책부터 읽는 것도 좋다. 작가들도 전성기가 있어서 저작물이 유독 쏟아져 나오는 특정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의 작품들 위주로 읽어도 좋겠다. 보통 그 시기에 대표작이 많이 나온다.
대표작과 더불어 작가의 첫 작품을 읽는 것을 꼭 추천한다. 어느 작가든 첫 작품에 가장 큰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순수한 작가 정신도 담겨 있고, 문장을 수십 수백 번 다듬었을 가능성이 높기에 글의 질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의 대표작이 첫 작품이 되는 경우도 꽤 많다. 보통은 작가도 나이를 먹고 글을 쓴 경험이 많아질수록 좋은 책들을 내는 경우가 많다. 첫 작품의 경우는 성숙함은 부족하더라도 작가의 본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나기에 의미 있다. 내가 사랑한 작가의 처음이 이랬구나 하는 애틋한 감정이 올라온다. 내 친한 친구의 귀여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전작 읽기를 '찐친, 절친 만들기'라고 표현한다. 살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을 우연으로 만나고 그중에 '지인'이 생기고, 그중에 또 '친구'가 생기고, 그중에 또 '절친'이 생긴다. 책도 같은 과정으로 만난다. 셀 수 없이 많은 책 중에 들어 본 책과 알고는 있는 책이 있고, 그중에 읽어 본 책이 있고, 그중에 인생책이 있다.
특히 전작 읽기를 하면 한 작가의 근사한 상상력과 정돈된 생각들을 또렷하게 알 수 있다. 작가들은 보통 한두 가지 주제를 평생 천착하여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생각들의 깊이는 철학자와 같다. 이야기로 철학을 하는 작가들이 있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작가들을 사모한다. 그리고 그 작가들은 내 마음속 절친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 같은 시대를 사는 작가라면 언제쯤 한 번은 만나뵙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절친'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했다. 스승 같은 절친도 있고, 같은 감정을 공유했던 절친도 있었고, 내가 생각지 못한 상상력에 날 무한히 즐겁게 했던 절친들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온전히 나 스스로 내가 된 것이 아니다. 그 절친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 덕분에 내가 책선생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때 절친이었으나 가끔 결별을 하는 친구도 있다. 20대 때 사모했던 작가 두 명이 있었는데, 30대 중반에 와서는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성장하면서 더 이상 그 작가의 책을 읽는 게 즐거운 일이 아니라 지난날 사랑했던 의리로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작가들의 전작 읽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친구 관계도 같지 않나 싶다. 어느 한철 즐거웠든, 필요했든, 성장을 도왔든 현재 시점에 만나는 일이 그저 피로도만 쌓인다면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들이 어느 한순간 나와 함께하고 지나간다. 그러다 남는 사람 몇과 그러다 남는 책 몇 권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점수와는 상관없는 이런 걸 가르친다. 선생은 삶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또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