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야만 좋은 여행이 아니다_비슷한 결을 지닌 안동

안동에서 만난 오랜만의 지인과 관계의 결

by 문영란


현재 시각 : 8시 57분 ktx 기차 안 풍경

아침부터 정신없이 버스를 타고 지옥철을 거쳐 너무 오랜만에 여유롭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기차를 타던 기억밖에 없는 데 그래도 운이 따라주나 보다 20분이라는 여유가 있다니…

기차를 타기 전 애정하는

카푸치노와 샌드위치를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오랜만에 느끼보는 여유라 천천히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장이 안 좋아 잠깐 커피를 멀리하다, 어느새 일주일에 한두 잔은 괜찮을 거야라는.. 합리화 과정을 내 안에서 마쳐버렸다…

책을 하나 챙기고 아이드패드를 가방에 넣고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다.

회사원으로 일을 하다 한 번씩 서울/경기 지역권 외에도 강의나 컨설팅 제의가 들어오면 콧바람도 쐴 겸,

대학생들도 볼 겸해서 한 달에 한두 번씩 기차를 타게 된다.

기차 내 자리에 좋아하는 걸로 세팅을 하고 오늘은 김영하 작가님의 오래 준비해 온 대답 책으로 기차여행을 시작한다.

김영하 작가님은 시칠리아에서 자연이 주는 경외감을 감상하고 계시고 나는 스쳐 지나가는 기차 밖 풍경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혼자 하는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게 음악이라고 했던가

피아노와 첼로 음악을 좋아하는 데 오늘의 선곡은 짬뽕이 되어 버렸다. 모노노케 영화에 나오는 아시타가 와 산과 sky walker를 들으며 자연이 주는 감상 외에 음악이 주는 편안함과 기차 소음을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약속 장소로 가고 있다.

사실 집에서 나올 때 새벽 6시에 기상을 하고 나오기 전까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이번 주에 휴가를 낼까 고민을 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글을 쓰고 있자니 조금 전의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마음에 들어선 여유로 기차 안 작은 내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다니…

일상을 대하는 자세가 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을 아침나절에 다 경험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가방에 약을 챙겨가면서도 글을 쓰는 지금은 아프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신나게 글을 적고 있으니 말이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오랜만의 호강으로 도착지인 안동역에 도착을 했다.

오늘의 일정은 안동대학교로 오는 금오공대 학생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안동은 평생 3번 정도 안동 하회마을에 방문한 후 엄청나게 큰 닭으로 만든 안동찜닭을 먹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일로 간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편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곳이라

그곳은 어떤 풍경을 지니고 있는 곳일까 하는 기대감이 숨어 있다.


현재시각 11시 18분 안동역 도착

드디어 안동역에 도착해서 나온 풍경은 기차역인데도 붐비지 않는 느낌,

서울역에서 기차를 탈 때에는 기다리는 좌석도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엉덩이 붙일 곳이 없어 두 손 가득 음료와 먹을 것을

들고 있었지만, 여기는 눈에 보이는 자리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무리 속에서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기차역에서 바쁘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서울역에 있는 많은 식당 중 한 곳을 선택해서 가는 풍경이 아니라 작은 역사 안에 조그마한 카페와 편의점 한 개가 있는 깔끔한 안동역이 시야로 들어왔다.


밖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넓은 도로에 두 개의 횡단보도가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건너라는 거지” 혼잣말을 하다가

눈치코치로 정거장으로 걸어가다 버스가 바로 앞에 정차해 있는 것이 보여 눈치코지고 뭐고 빨리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은 여기가 안동이구나하는 건물들이 보이기보다는 한적한 어느 동네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작은 마을에 조용한 사람들이 있고 버스 안은 안내 방송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따라 창밖을 보다 안동이구나를 보여주는 큰 통과문?을 지나고 오늘의 목적지인 안동대에 도착을 했다.

지금은 안동대가 아니라 경국대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실감이 난다.

안동대 학생들과 캠퍼스에 내려 올라가면서, “학교가 쉬는 날”인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다.

한두 명의 학생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다들 조용히 자기 길을 걸어가듯이….

“양반의 고장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다 조용한 건가”하는 구식 생각을 하면서….

“뭐지 내가 제일 시끄럽네” 혼잣말을 한다.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 2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학생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식당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구만 하면서도 밥을 먹는 사람들도 뭔가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뭐지”가 입 안에서 뛰어나오다 혹시 내가 시험기간에 온 건가, 날을 잘못 잡았나 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기차에서 간단한 요기를 해서 밥 먹기가 애매해 학생식당 위에 있는 동아리 층의 디지털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문이 잠겨있다. 어쩔 수 없이 쉬는 공간이 한 자리 눈에 보여 잠시 거기 자리를 잡았다.

지나가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아 여기서 일을 보면서 작업을 하는 데 그래도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약속 시간에 맞춰 짐을 챙겨 국제교류관으로 향하면서 본 학생은 단 1명, 여기가 조용하긴 진짜 조용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강의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이사장님을 잠깐 스쳐 뵙고, 배터리가 없어 밖으로 나와 아이패드 충천을 하며 소파에 가만히 앉았다. 곧이어 이사장님이 강의를 하고 나오시고 바로 나를 찾아주셨다.

알고 지낸 지는 연차로 치면 4년 차인데 실제로 뵙고 이야기를 나눈 건 세 번 정도 그것도 이번을 합쳐서 세 번이다.

살갑게 인사해 주시는 눈빛에 마음이 풀려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라갈 때 차로 태워주신다는 말씀에 이때 조금이라도 친해질 수 있겠구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씀을 드렸다.

그게 서운하셨는지 자리를 멀찌감치 떨어져 앉으라고 농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뭔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연배가 많으시거나 처음부터 윗사람으로 뵌 분은 어려운 점이 있어 그렇게 말씀드린 건데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뿔싸, 어떡하지”

“항상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분한데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야기를 하다 준비되어 있는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안동대에 온 금오공대 학생들에게 개발자 진로에 대한 방향과 서류에 대한 설명을 해주다 주어진 시간이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이사장님이 오늘 급한 일정이 있어 같이 올라가기 힘들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급하게 기차표를 그 자리에서 알아봤다.

뒷정리를 한 후 1시간 남짓 지나 이사장님 차를 타고 안동역까지 가는 길에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고민을 살짝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는 것에 고민이 많은 나와 사업을 운영하시며 여러 일을 하시는 이사장님도 요즘 고민이 많으시다는 말씀을 들으며…. 어느새 안동역에 도착을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 후 기차역에 앉아 가만히 업무 정리를 하고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만난 이와 더 친했다는 느낌보다 두 뼘은 더 멀어졌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여러 일들을 해 오고 있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어쩌다 사이가 애매해지는 순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말로 말씀을 드린 것 같다.

예의를 갖춘 사이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뭔가 선을 긋거나 얇은 벽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 정도까지만 서로의 곁을 내어주게 된다.

처음 만남부터 이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걸까

멀리 안동역에서 만난 반가운 지인이 행사가 끝난 뒤에 공사를 구분하는 명확한 사이로 변해버린 것처럼

사람 간의 관계의 거리는 누군가가 다가와 주거나, 서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듯 뭔가 두 번째 단추를 잘못 채운 것 같은 느낌이랄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일수록 말의 의미가 잘못 전달될 수 있고…. 서로 간의 사적인 친밀감보다는 공적인 자리에서 서로 힘을 주고받는 사이로 지내고 싶었던 것 같다.

도착한 ktx 이음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못한 건 이런 생각들 때문이겠지만…

안동을 훑어보며 안동만의 조용한 색과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만의 결을 느끼듯,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서로만의 결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을 터놓는 같은 결을 지닌 친구와, 일에서 서로 윈윈 하는 결이 다른 대상이 있듯이 말이다.

마음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투박하고 아이 같은 모습은 내 안의 나와 가장 가까운 대상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의 선이 있었던 것 같다.

안동만의 색을 지닌 낮은 높이의 산과 감싸안는 느낌의 산맥, 지나가는 조용한 사람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여기만의 분위기를 경험하듯

어쩐지 여유로웠던 여행길에서 관계에서의 결이 만들어져 버린 듯… 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서지 않지만….


현재시작 : 9시 30분 집 도착

안동여행을 끝내고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우선 허기진 배을 채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쩐지 짧은 여행에서 긴 고민의 과제를 이고 지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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