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로컬맛집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청옥산 육백마지기
여행을 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부담감보다는 잠을 잘 수 있는 만큼 자고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여행과는 다르게
같이 간 친구가 잠을 못 자 예민한 상태인지 일찍 일어나라는 성화에 못 이겨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치켜뜨고 나갈 준비를 한다.
밖을 나오자마자 강원도 평창의 차가운 바람으로 9월인데도 엉뜨를 하고 싶을 만큼 몸이 으스스하다.
엉뜨를 하면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친구의 핀잔을 들으며, 결국 친구말을 듣고 청옥산 쪽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 친구와는 어떤 식당을 갈까 길게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가는 길에 보이는 집에 들러 밥을 먹기로 한다.
대관령 2일차 아점으로 무엇을 먹게 될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청옥산을 찾아가는 경치는 경상도에서 바라본 풍광과는 다른 모양과 빛을 품고 있어
잠을 많이 못 자 피곤하면서도
이곳의 경치를 언제 다시 볼까 하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주위를 살펴 보게 된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산새가 세로로 줄을 맞춰 서 있고, 구름 사이를 파고든 빛이 줄을 잘 선 곳에 자연스럽게 비추면 음지와 양지를 같이 드러낸 풍경이 여기만의 느낌을 드러낸다.
그곳의 작은 마을과 몇 안 되는 집들은 초록색의 산과 함께 한 몸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런 풍경을 계속 바라보다
동네 어귀로 들어서며 갑자기 친구가 차를 세운다.
“오는 길에 짬뽕집을 발견했다나”
후진을 빠르게 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 바로 뒤에 있는 짬뽕집에 주차를 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은 빛바랜 간판과 중화요리라고 적힌 빨간 글자가 있는 오래된 양옥집으로 “모 아니면 도이겠구나”하는 걱정으로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맛있어야 할 텐데”
서로 눈짓으로 이야기를 하고 들어선 중화요릿집은 방이 하나 있고 외부에 테이블 두 개가 있는 작고 아담한 곳이었다.
이미 단체 손님으로 방이 세팅 되어 있고 외부 테이블에 한 자리가 있어 거기 자리를 잡았다.
주방에 요리하시는 요리사 아저씨와 이를 돕는 아주머니 두 분이 있는 가게는 걸려오는 주문전화와 이미 세팅된 음식들, 계속 들어오는 손님도 그냥 돌아가야 하는 그야말로 맛집이었다.
”대박! 이런 곳을 찾다니 “
어제 먹은 숙취로 서로 해장을 하기 위해 짬뽕곱빼기를 시키고 맛이 어떨까 하는 기대로 주방 쪽을 계속 쳐다보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짬뽕은 국물이지! 하며 한 숟갈을 뜨는데, 뭐지 왜 이렇게 맛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깔끔한데 시원한 맛! 꽃게가 들어간 시원함과 야채와 해물만 가득한 국물이 아니라 짬뽕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맛!
중국집에 가도 짬뽕밥만 시켰던 난데, 오늘은 면까지 다 먹고 국물을 마시는데 맛있다는 말이 연신 나온다.
정신없이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서로 쳐다보며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맛있는 짬뽕에 이전의 먹었던 서로만의 맛집과 비교해 가며 맛을 음미하기에 바쁘다.
자리를 황급히 비켜주고 차로 돌아와 옷을 내려다보니 흰 옷에 빨간 짬뽕 국물이 여기저기 튀어 있다.
”그래, 맛집에 왔는데 이 정도는 흔적을 남겨줘야지 “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하고 다시 청옥산으로 출발했다.
청옥산 육백 마지기는 친구의 추천으로 오게 된 곳인데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도록 넓은 평원이라는 의미로 다녀와서야 그 의미가 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선 곳의 느낌은 올라가는 길부터 만만치가 않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서 둥글게 둥글게 된 길을 오르막으로 가다 보니 잘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앞에 가는 경차 모닝이 뭔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모닝을 보며 작은 체구에 온 힘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이 우리 차도 덩달아 응원을 하며 같이 힘내자라는 말이 같이 나온다.
“으차 으차“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돌고 돌아 산 중턱에 올라오니 매점이 하나 있다.
아침부터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운전을 오래 하느라 힘든 친구에게 커피 한잔을 내밀며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함께 건넨다.
잔소리가 많은 친구, 자기만의 기준이 있는, 자기애가 강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닌 지 이번이 5번, 6번인가 되었는데 그때마다 큰 싸움 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음…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오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길었고 여행을 많이 가다 보니 둘 다 지갑사정이 여의치 못한 이유도 한 몫한 것 같다.
매주 가는 여행으로 이미 통장에 잔고가 가볍고 서로 아낀다고 생각하지만 여행을 오면 여기만의 음식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기가 어려워
어제부터 맛있는 음식과 피로를 풀기 위한 아로마마사지 등 여행자들이 즐기는 코스를 벌써 다 해치워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해 버린 후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때 왜 그랬지 후회가 살짝 들면서
다음 달이 추석이라 지출이 더 많은데 하는 생각으로 잠깐의 걱정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차에 올라타 정상까지 차로 올라가는 길은 진흙탕에 울퉁불퉁한 난코스로 차가 사정없이 왼쪽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다 주차장 입구에 조심스레 도착을 했다.
“아, 살았다.”하고 서로 마주 보다
차에서 내려자마자 이곳 풍광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구름이 왜 옆에 있는 것 같지”
하늘 가까이에 올라온 기분에 돌아가는 큰 풍차를 보니 계속 위로위로 고개가 젖혀진다.
한 번씩 풍차를 볼 때마다 풍차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옆에 있는 친구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 저 풍차에 맞으면 죽겠지”
“당연히 죽겠지, 즉사야 즉사”
“그렇겠지”
“돌아가는 힘에 가속도가 붙으니 풍차 크기도 좀 봐봐 맞으면 죽는다 진짜”
“그렇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친구도 좀 이상한 게 맞다, 나도 한 번씩 그런 것 같지만”
둘이서 이상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풍차를 바라보다 파란 하늘과 겹겹이 둘러싼 산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 든다.
흔히 하는 말인 데도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지 오랜만이다.
등산을 좋아해서 산에 다닌 지 약 3년 정도 됐는데, 요즘 들어 5월부터 산에 가지 못했고
취미가 러닝으로 굳어졌다. 러닝의 매력에 빠진 덕분인지 아님 친구 덕분인지 여행을 더 자주 다니게 되면서
자연이 주는 다른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산이 주는 마음의 잔잔한 감동을 크게 받고 있자니,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전망대까지 걸어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좋고 오면서 느낀 피로와 갖가지 생각들을 한꺼번에 지워버리는 신선한 공기로
마음은 어느새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거리가 짧아서 아쉬운 전망대와 등산을 하며 옹기종기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계신 분들을 보니 여기가 산이었지 하는 생각이 다시든다.
차로 올라오는 길이 험하듯, 가파른 길을 걸어오시면서 보셨을 풍광도 얼마나 좋으셨을까 하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산길의 막바지에 들어섰다.
내려가기가 아쉬워 한번 더 풍경을 바라보다 아쉬운 마음과 풍경을 뒤로하고 먼 길을 찾아온 두 명의 이상한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 탔다.
가는 길만 4시간이 넘지만, 살아있을 때 언제 또 올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도 한 번이라도 다녀온 그날의 기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려가는 꼬물꼬물 진흙탕 길을 살아서 내려왔음에 감사하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간식을 먹을 생각에
집에 가는 길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몸이 피곤으로 녹초가 되어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잠으로 풀어주면 될 일이고
지금은 이때의 느낌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이상한 친구지만 나도 이상한 친구인 것처럼 여행 취미가 같은 사람과 함께여서 좋았고 금전적인 출혈로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또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날이 머지않을 것 같아 그 기대로 다시 일상으로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