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관령 여행 1일 차 시작합니다.
오늘은 여름과 작별하는 날_ 대관령 여행 1일 차
평창 대관령에 출발하기 전 여름옷을 챙기다 지금이 9월 20일인데
아….. 반바지와 청치마, 흰 티, 반팔원피스로 채워진 여행 가방을 보다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스친다.
음….. 처음 가보는 대관령이라 날씨를 추측하기 어려운데 어떡할까하다가
이럴 땐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새벽 2시에 잠에 취해 버렸다.
같이 가는 일행이 8시쯤 전화를 주기로 했는데 8시가 지나도 연락이 없어 오늘은 근무가 늦게 끝나다보다 하고
사과즙과 플레인 요구르트에 블루베리를 넣어 먹으며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었다.
‘어제 먹은 아귀찜이 너무 매웠어, 에구 배야’
그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나 지금 집 앞 도착 15분 전이야,
8시 55분 도착할 것 같아“
이게 무슨 소리야?
아, 진짜 8시에 전화주기로 해놓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죽어도 그때까지는 준비를 못한다고“ 이야기를 한 후
바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품을 바르고 어제 챙긴 옷을 다 바꾸고 긴치마와 따뜻한 옷들을 챙겨고
시간을 보니 20분 만에 준비를 끝마쳤다.
보이는 시간은 9시
요즈말로 대박! 와우 하며 외치고 집 앞으로 빨리 뛰어 나갔다.
당연히 기다릴 거라는 생각으로 차 안에 누워있는 친구가 빼꼼히 보인다.
여행의 시작을 서로가 얼굴 붉히지 않고 시작한다는 것만으로 기분 좋게 차 시동을 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대관령 양 떼목장 도착시간은 12시 18분
아, 진짜 멀기는 먼 곳이구나
이상하게 어디 가려고 하는 날마다 계속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더니, 우리 둘 중에 누군가 비를 몰고 다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나는 아닐 텐데…..
그런데 웬걸 오늘 구름이 뭔가 몽환적이다. 하늘에 내려앉은 모습이 이불처럼 파란 하늘을 다 덮어주고 오늘은 하늘빛을 잠시 쉬게 해주고 싶은 걸까
지금 보이는 하늘은 파란 하늘이 아니라 하얀 하늘로 변해 있다.
이것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 뭔가 여행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하늘과 다르게 비와 함께하는 날이라 더 운치 있고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평소 스릴러를 좋아하는 친구는 뭔가 음침하면서 영화 곡성에 나오는 풍경 같다며 본인의 성격이 담긴 말들을 쏟아낸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려다
으이그 그러니까 내 친구지! 하고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생각보다 순조롭지만은 않은 듯하다.
가는 도중에 응급차를 보내기 위해
옆으로 길을 비켜주면서 ‘사고가 났구나, 큰일이다’ 며 확인한 도착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 오바된 13시 20!
이렇게 많은 차들이 순식간에 길을 내주는 것도 신기하지만, 비 오는 날에 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차들이 답답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음악과 함께하니 마음까지 차분해져 늦어도 왠지 괜찮은 듯하다.
맑은 날은 맑아서 주는 싱크로움이 있듯 흐린 날은 마음을 가라앉게 하면서도 차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런 마음이다 보니 차 안에서의 이야기도 작은 소소한 이야기로 웃으며 갈 수 있었고, 음악을 들으며
순간순간 나만의 생각으로 사색하게 하는 시간까지 더불어 주었다.
‘너 무슨 생각하고 있어?’
아, 어떻게 알았어 나 생각하는 줄?
물음으로 시작된 질문은 물음으로 끝이 났다.
참으로 신기하다
우스갯소리로 서로 농담을 주고받다 잠깐의 침묵에 이렇게도 알아맞히다니
알 수 없는 녀석이다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대답을 따로 하지 않고 다시 아무 소리 없이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있기’로 들어간다.
어느새 이렇게 가까워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벌써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구나’라는 마음의 소리가 함께 들린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 운전하는 사람이 피곤해하지는 않을까 뭔가 맞춰주는 입장에 있게 되는 데
시간이 지난다는 게 이런 건가
이제 알게 된 지 6개월째인데 벌써 이렇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어느새 들켜버린 걸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지인들과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는데
한 번씩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어색한 공기가 함께할 때가 있다.
이런 공기는 적극적인 성격인 누군가의 혼자말로 가득 채워지는 날, 한쪽에서는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내뱉는 말들로 공간을 가득 채울 때 경험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의 모습이나, 모임,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과도 아직 이 어색한 기운들이 같이 있다.
가만히 사색할 수 있는 순간은 나 혼자만의 시간일 때만 가능한 데, 이상하게 이 친구하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가만히 있어도 되는 시간들을 조금씩 가질 수 있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침묵하게 되는 시간들 말이다.
침묵이 가져오는 어색한 분위기는 없고
그냥 나 자체로 생각해도 되는 시간들
이 친구와 많은 시간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감상하는 시간들, 따라 부르는 가사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빠져일 수 있는 시간까지
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가방에 작은 책 한 권과 짐가방에 아이패드를 넣고 언제든지 글을 읽고 싶거나 쓰고 싶을 때
혼자 있는 시간에 가능한 것들을 준비해서 간다.
오늘의 여행도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도 이 두 가지는 또 다른 친구인 것처럼 나를 항상 따라붙는다.
도착시간은 12시 58분
어디에 가서 무얼 먹을까
가까운 근처 음식점을 둘려보다 밖으로 보이는 배추밭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맞지, 여기 배추농사로 유명한 곳이지, 고랭지 농업을 하는 곳! 사회책에서 보던 곳! ’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 배추 맛을 한번 느껴볼 수 있겠구나,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그래서 더 의미 있어 보이는
길가에 보이는 큰 김치찌개 집과 그 옆으로 보이는 가게들을 지나 불짚 고등어구이와 고랭지배추 간판을 달고 있는 집이 순간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음식점을 정할 때 바로 정하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이것도 이 친구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검색하다 나오는 집을 금방 결정하는 것과 서로 한 번 먹어보자는 눈빛을 공유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에 1인당 25000원 2인 50,000원
음! 한 끼 식사론 좀 비싼데, 그렇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 ‘왜 여기로 들어오자고 한 거야’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큰일인데, 맛이 있어야 될 텐데’ 속 생각을 하다가
나오는 정갈한 반찬들과 싱싱한 야채가 있는 샤부샤부 된장국까지 보니, 가격이 주는 부담감은 사라지고 맛있겠다는 말이 스르르 입 밖으로 나온다.
이 정도면 선방한 느낌인데 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바쁘게 젓가락 스타트를 한다.
밥 두 공기는 거뜬하게 먹을 수 있는 밥심으로 사는 친구는 세 공기까지 도전하려다
반찬을 많이 먹다 보니, 배가 불러 그만 스탑을 외치고 나두 더는 못 먹고 항복을 했다.
식당 창밖으로 여전히 비가 흩뿌리듯 내리고 여름을 지나 도착한 9월의 대관령은 겉옷이 없으면 이제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지만
식당 근처 8분 거리에 양 떼목장이 있어 비가 오더라도 우산을 쓰고 가기로 결정하고 차를 그곳으로 몰았다.
비가 오지만 어때! 그것도 다른 맛과 색깔을 지니고 있으니! 가보는 거지!
안개가 가득한 모습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이곳만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 테고, 그곳의 풍경 또한 또 다른 감성으로 기억될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양 떼목장의 양들은 날씨 때문인지 뭔가 의젓한 느낌이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의연함과 만져주는 사람의 손길에도 가만히 있는 모습이 처음엔 만지기 무섭다가도 등을 내어주는 모습에 용기를 내고 인사를 한번 해봤다.
안녕, 반가워, 너 참 이쁘구나 하며 양을 바라보는데
하얀 털은 비로 다 젖어 이미 몸은 무겁지만 불만 없이 각자의 자리에 서 있거나, 앉아 있고 누워있는 모습들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편안함을 준다.
초록색 풀들에 몸을 맡기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들… 그 모습이 마친 사진 속 장면같이 아름답기만 하다.
비에 맞을까 우산을 꼭 들고 있는 우리와 날씨가 흐리기만 해도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자연에서 방생하며 편안함을 스스로 터득한 양들을 보니, 갈피를 못잡는 마음도 자연스레 안정되고 이들을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과 미소로 이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마지막 입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끝으로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오는 발걸음도 양들과 더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따라붙었지만 어느새 산책을 하며 한껏 가벼운 마음 상태로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늘 길만 4시간 이상이 걸리고, 급하게 찾아들어간 식당이지만
이곳만의 정갈한 음식과 고랭지 물김치맛을 느끼고, 초록의 산책길에 비를 맞으며 편안히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양 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름의 무더위를 정리하는 끝자락에 이곳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대관령의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