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 번째 드로잉 수업시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가슴 설레는 날입니다. 제가 그리고 싶었던 우리 강아지 '보드리'를 그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드로잉을 시작할 때 작은 목표가 있었는데, 우리 강아지 '보드리'를 제 손으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3일 차에 벌써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얼마나 가슴 설레고 기대로 충만하겠어요.
지난주에 제가 그 마음을 선생님께 전달했더니 "그리고 싶은 사진을 한 장 골라 오세요"
그래서, 미리 생각해 둔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은 사진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당돌하면서 귀여운,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그리고
철학적이면서도 반항기 있는 이미지
눈도 하나는 감춰져 있어
시선의
집중도가 좋아 보이네요.
이걸로 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시작하면 되죠?
1. 먼저 전체 크기를 정하세요. (직접 사이즈를 잡아 주시면서) 이렇게...
2. 얼굴 크기를 큰 원으로 그려 보세요.
3. 눈과 코를 크기를 정해서 원으로 그려보세요. 여기까지는 전번 수업시간과 같습니다.
"이번 시간의 수업 포인트는 털의 표현인데, 먼저 명암부터 칠하세요"
"아... 무조건 바탕색을 깔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네, 짙은 부분, 옅은 부분을 구분해서 칠하세요"
" 그다음 털의 방향은 굵은 털부터 표현하고, 그다음 가는 털을 그리세요"
오늘은 새로 배우는 게 너무 많습니다.
내가 크리에이터가 된 기분입니다. 강아지를 그리는 게 아니라 강아지를 만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점점 더 흥미가 더해지고 열정이 고조되어 갑니다.
"근데 흰 털은 어떻게 표현하죠?"
"아! 그거요?"
"칠하고 지우개로 살살... 착착... 두드려 지워보세요"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오늘의 작품 '우리 강아지'를 내가 그려내다니, 내가 만들어 낸 '보드리'입니다.
비슷하게 그리긴 했는데...
뭔가 떨떠름 조금 아쉽습니다.
처음으로 그린 보드리 초상화(?)입니다.
강아지를 그렸는데, 웬 수달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만족스럽습니다.
제 손으로 그려진 게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제 손을 꼼지락거려 다시 한번 쳐다봤습니다. 분명 내 손인데 여기에서 저런 그림이 창조되다니 스스로 대견스럽습니다. 하느님의 창조하시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알 거 같습니다. 아주 조금.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구나!
폴 고갱이 죽어가면서 그렸고,
고흐가 귀를 자르면서 그렸구나!
그런 광기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아주 조금 이해가 되네요.
다시, 제가 그린 그림을 쳐다봤습니다. '감상한다'는 말은 감히 주제넘어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반항기 가득한 눈, 지긋이 바라보는 섬광 어린 눈...
느낌이 확 오지 않습니까? 저만 그런가요?
다음 시간, 다음 그림을 기대해 주세요. 설레는 마음으로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