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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May 06. 2024

부산 가는 길 : 7일 차

문경 ▶ 상주


오전 10시를 살짝 넘겨 일어났고, 정오가 되기 조금 전 7일 차 일정을 시작했다. 점점 출발이 늦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보여행을 하면서 노숙하지 않고 어떻게든 숙소를 찾아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거나, 여유를 느낀 모양이다.

새재로에서 이어지는 문경교

모바일 환경에서 영상 재생이 꽤 번거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되도록 영상은 캡처한 사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전에 올린 글도 업데이트하듯 조금씩 대체할 생각이다. 사진도 크기를 작게 줄여서 담아왔는데 시인성이 지나치게 낮은 것 같아 편집 없이 싣기로 했다.


새재로를 따라 또 문경대로를 따라 쭉 걸었다. 길이 편평했고 좌우로 논밭이 있어 시야가 탁 트였다.

시-원
단-아

걷다가 고모산성에 오르는 길을 만났다. 부산의 금정산성을 가는 길이었지만, 그냥 고모산성에 만족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모자이크 연습

사진을 되돌아보니, 제법 방문객이 있었을 텐데 사람을 마주친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진남교반이니, 고모산성이니 하는 장소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지나는 길에 좀 더 자주 멈추고 곁길로 빠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도보여행을 다닐 적에는 도시와 도시 사이의 공백을 직접 걸어서 눈으로 본다는 일에 즐거움을 꽤나 느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서 통과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여겼던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뒤늦게 든다.


놀랍게도 부산, 대구, 서울, 충주 방향을 가리킨 안내판은 매운탕 집에서 설치한 모양
이런 경치에 취약한 편

산과 산을 잇는 듯 보이는 길을 보면 발을 멈추게 된다. 특히나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봐야 하는 때에는 더욱 그러한데 아무래도 차로 지나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 찾아든다.


깊은 고민

철도 자전거를 발견했다. 꽤 진지하게 '저걸 타면 조금 더 빠르게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었겠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스탬프 코너를 발견했다.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안에 스탬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함께 있는 안내도를 보면 서울에서부터 자전거길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듯하다. 이 역시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물론, 뒤이은 여정을 생각하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이런 경치에 취약한 편 2

그저 걷다가 마주친 풍경에 돌담 그리고 이끼가 있으면 역시나 발을 멈추게 된다. 여러모로 상상을 더하게 되는 풍경이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한-가득
도로변에 있는 장승
이제야 슬슬 문경 시내로 진입하는 기분이 든다
터미널만 보면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면 버스를 굉장히 타고 싶었던 모양

점촌터미널에 이르러, 식사를 했다. 뼈해장국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식으로는 배스킨라비스에 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초콜릿이 들어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꾀죄죄한 꼴로 핑크핑크한 매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비교적 뚜렷하다.


걷는 여행에서 버스터미널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으레 버스터미널은 지역과 지역을 넘나드는 경계에서 마주치곤 한다. 각종 나들목과 교차로 따위를 이용하기 편한 때문일 수 있겠고, 차고지 등을 확보하기에 도심보다 외곽이 유리한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걷는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경로를 고민하다 보면 버스터미널을 만나게 되고, 버스터미널을 만났다는 것은 최소한 지역 경계를 넘을 즈음이 되었단 신호가 되기도 한다.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이 긍정적이기도 하다.


처음 도보여행을 떠날 때에는 화장실이 급하면 길 위에서 적당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더랬다. 결론적으로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차가 쌩쌩 달리는 옆에서 마음 편히 도로변을 화장실로 삼을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무엇이든 소화하게 되는 탓인지 화장실에 갈 일이 줄어드는 것도 한몫을 하긴 하겠다.

이때 멈추었어야

사진을 찍은 것이 오후 6시 50분 정도였다. 그러니 터미널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문경을 떠난 것이다. 앞서서 터미널이 있으면 어쩌고 하는 얘기를 했는데, 당시에 간과한 것이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경계라는 말은 다시 말해서, 다음 지역의 중심지까지 꽤나 많은 길이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주는 자전거가 유명한 것일까

상주 진입을 알리는 안내판 중에 옆에 큰 비석을 끼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 비석에는 '경상도의 뿌리 상주'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설마 상주의 주가 '그루 주'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검색해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니었다.

K리그에 상주상무가 있던 시절
어디?
어디? 2
이렇게 흔들리게 찍을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오후 8시 30분 정도의 사진이다. 마침, 2016년 로드뷰와 비교한 덕에 어딜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경상대로를 따라 남하했던 모양이다.


4일 차를 정리하던 때에, 이런 내용을 쓴 일이 있다.


이전에 한 휴게소에서 양평해장국 광고판을 본 일이 있다. 부산에 가는 길이었는지, 다른 때였는지 모르겠으나 여하간 걸어서 다니는 여행이었으니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에 있는 휴게소였을 것이다.

때가 늦어서 모든 시설에 조명이 꺼져 있었고 사람도 없었다. 아마 음료수 자판기가 작동하고 있어서 들렀다 간 것으로 기억한다.

주차장에는 커다란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커다란 광고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는데 거기 쓰여 있는 게 양평해장국이었다. 휴게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양평이 아니었던 건 분명해서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찾았다.

양평해장국 브랜드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 순서가 잘못된 모양이다.

펄-럭

사진을 보았을 때 경로를 따지자면 북천교 또는 후천교를 지났을 것인데 사진으로는 위치를 특정하기가 조금 어렵다. 오후 11시를 넘긴 즈음이었다.


그리고 이날 사진에는 숙소 실내가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숙소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

오후 11시 59분, 7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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